문정인 책마루 독서모임

D-29
오랜만의 독서모임이다. 한 권의 책으로부터 다채로운 시각을 공유하는 경험은 언제나 신선한 것 같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시작해 ‘일 년’까지 세 가지의 챕터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몫’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진실을 마주하며 진실한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다른 이와의 대화에서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적절한 것인지, 나의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해도 되는지에 관한 서로의 생각도 나눴다. 담담하지만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그려내는 최진영 작가님에 대해 궁금증도 생기는 독서모임이었다. 다음 독서모임도 기대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감도 나눠줘서 고마워용♡ 2차 모임(2/2): 답신, 파종 , 이모에게(125~266p) 즐겁게 읽고 또 만나요~^^ 그 날까지 읽으며 문장수집&질문 등을 수시로 공유해주세요~^^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네가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떻게 했을 것 같니. 그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간대도 나는 같은 행동을 할 거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170쪽 <답신>중에서, 최은영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172쪽) 화자는 언니의 외면과 형부의 적반하장의 태도에 체념한 듯 해명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증언을 하며 벌을 받는 모습에 대해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지 말라고 합니다. 실제로 화자는 '내가 저지른 짓보다 더 큰 벌을 원했지.'라고 하죠. >> 화자의 이런 태도가 용기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화자의 그런 마음이 이해는 됐어요. 언니의 힘듦을 알면서도 도와줄 수 없었던 때보다 차라리 교도소에 있는 지금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교도소로부터 언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더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형부를 폭행한 죄로 수감되어 있지만 사실 화자가 생각하는 벌의 의미는 언니를 방관하고, 그녀에게 상처 줬던 죗값을 치르는 거죠. 그렇게 죄책감을 덜고자 더 큰 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용기 있는 태도라기에는 화자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요.
죄책감을 덜기 위한 자기 학대일 가능성에 대해 저도 공감해요. 또 지나치게 자책하는 태도가 정작 태도를 바로잡아야 했던 형부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끌어낸 것은 아닐지 안타까웠어요..ㅜ
맞아요 진짜ㅠㅠ 형부는 하… 대면 모임 때 형부 욕을 한 바가지 해야겠어요
이것도 넘 공감됩니다.. 형부는 아무런 변화가 없이 그대로 행동할 것이라는게 정말.. 울분터지는 일인 것 같아요. 누구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는 삶을 살고 있는데 ㅜ
용기있는 태도라고 볼 순 없겠지만, 저라도 언니의 외면에 화자처럼 행동했을 것 같네요. 화자가 죄를 저지른 이유가 언니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한 몸인 언니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형부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행동이 언니에게 외면당하니 무엇이 언니를 위한 일인가라는 혼란에 체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서아님의 말처럼 사실은 언니를 방관하고, 그녀에게 상처 줬던 죗값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더 큰 벌을 원했다는 것도 공감돼요. 용기있는 태도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죄에 맞는 벌을 받겠다는 죄책감이 섞여진 태도 같네요.
넌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끔은 너에게 미련이 생기다가도 네가 나를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나이에 나와 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처가 나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살아온 모든 시간을 망각 속에 던져버릴 수 있는 나이에 너는 나를 떠나보냈구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128, 최은영 지음
나는 이제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애를 바라보듯이 내 마음속 엄마를 바라봐. 어리고, 슬프고, 고립되고, 힘이 되어줄 사람 하나 없는, 자기편 하나 없는 어린 사람을 봐.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129, 최은영 지음
그리고 내가 너에게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던 것 같아.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든지,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지,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나는 너를 사랑하리라고 느꼈던 거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152, 최은영 지음
나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결국 찢어버릴 편지를 쓰는 마음이라는 것도 세상에는 존재하는구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는 이 편지를 없애려 해.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179, 최은영 지음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난 게 얼마만인지…ㅠㅠ 평소 잘 일어나지 않던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지쳤지만 근래 읽은 단편 소설 중에 제일 좋았다. 화자가 언니와 조카를 너무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눈이 따가워지는 그런 눈물이 났다.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언니의 분신, 감히 어떤 존재로 와닿을까. 그런 자신의 조카와 영원과 사랑을 번갈아 속삭이는 장면이 참 따뜻하고 예뻤다. 그 둘만의 소중한 시간에 혹여라도 내가 방해가 될까 숨을 죽였다. 둘은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관계로 남았지만 영원과 사랑의 약속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190쪽) 소리는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글을 써서 남겨놓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고 쓰기도 했다. - 파종 중에서
이 글을 문장수집으로 올려야 했는데 실수 ㅜㅜ 이 구절을 보면서 '기억의 희미해짐'에 대해 생각했어요. 점점 희미해지는 첫사랑의 기억, 소중한 추억들.. 그저 때가 될 때마다 되뇌이는 것보다는 글로 남겨두어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그래서 당장 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글로 적어보기도 했답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서는 꼭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독서 기록도 마찬가지겠죠.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을 때 그저 좋다, 감동적이다 하고 지나가면 다시 기억하기까지 힘들 때가 많으니까요. 이 그믐을 통한 기록이든, 개인 SNS를 통한 기록이든 꼭 써놓으려고 합니다. ^^
그가 언제나 자신에게 져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신이 아무리 잔인하게 대해도 참고 견뎌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그토록 애틋하게 여겼으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대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195, 최은영 지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막 대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유치하고 못되게 굴어도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져준다. 그러면 나는 또 이걸 당연하게 여기고 만다. 어떻게 나를 견뎌주는 거지 내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어떻게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거지
맞아요 정말 ㅜㅜ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익숙해지지 말고 아껴줘야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순긴이 있는 것 같아요.
막연한 두려움, 막연한 슬픔, 막연한 외로움,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 시간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길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버리고 싶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 204, 최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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