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D-29
안녕하세요. 제가 마지막 멘트를 남기는 것 같네요. 그동안 올려주신 정성어린 독후감을 읽으면서 독서는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함께 읽고 독후감을 주고 받는 것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감했던 평도 있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선과 생각도 있어서 새롭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v섬>에 관해 다양한 의견 주셨으니 저는 제게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말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고무적이었던 것은 소설을 읽는 방식이 무척 풍요롭고 다채로워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소설의 이야기를 독자가 읽고 이해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 속에서 작가도 하나의 인물로서, 나아가 소설의 일부로서(어쩌면 독자까지 소설의 일부로서)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이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가끔 작가 입장에서 '소설'을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작가는 도대체 왜 소설을 쓰는 걸까요. 작가는 도대체 소설을 왜 그렇게 쓰는걸까요. 소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돈키호테를 현대적인 소설 작법의 시작이라고 보면 거의 400년이 되었습니다) 소설 형식이 아닌 그저 이야기로만 놓고 본다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할 정도로 유구합니다. 그런데 현대적 의미의 소설 독자의 출현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작가들은 소설을 써왔는데 자기의 소설이 독자가 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쓴 것이죠. 하물며 독자가 잘 읽어줬으면 하는 기대심을 갖고 독자의 독법을 고려하며 그에 발맞춰 소설을 쓴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v섬>을 읽으면서 또한 양선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원형적 의미의 '작가'를 생각해봤습니다. 작가의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엿보는 것. 지켜보는 것. 소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래서 다다르는 것. 작가의 구상속에 참여하고 때로는 구성의 일부가 되는 독자의 경험을 하곤 합니다. 내용보다 표현에, 의미보다 리듬에, 기승전결의 흐름보다 서술자의, 작가의, 주인공의, 언어적 컨디션을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그 흐름에 휩쓸리는 것. 그것이 좋았습니다. 언어적이다. 비선형적이다. 비서사적이다,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인상비평하는 것을 참고 소설을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따라간다면 엄청나게 다층적이고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변주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설의 주인공은 인물입니다. 아니, 화자입니다. 생각해보니 작가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소설가인 것도 같고 배우 같기도 하고 감독인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냥 v섬을 떠도는 환상적인 언어로 만들어진 사람일 수도 있겠죠. 이것을 난해함과 불가해함이 아닌 그 자체로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정말 입체적이고 방사형이고 엄청 소설적이면서 종종 시적이기도 합니다. 웃기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 무엇이냐 물어볼 때 단순하게 답할 수 없게 하는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게 하는 그래서 소설의 외연을 넓히고 지금 이 순간도 소설의 형식과 양식의 숫자를 늘리는 이 같은 소설을 읽는 재미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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