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독일어 잘 못하는 독일 특파원(특파당한 기억이 없...) 수줍게 냅다 등장... 호프브로이하우스는 뮌헨에 있는 세상 제일 큰 맥주집이자 브로이하루스(brewery)가 맞고요. 호프는 큰 마당(yard, court)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작년에 여기서 무슨 행사가 있어서 갓 오픈한 햇맥주를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커다란 나무통에 수도꼭지 같은 걸 망치로 콩콩 박아서 콸콸콸 마시는 맥주. 맥주 거품이 고루 잘 들어갈 수 있게 따라주시는 장인님들이 계세요.) 통째로 데굴데굴 굴려서 집에 갖고 가고 싶었어요. 대한맥주공사 같은 게 있어서 집에 수도꼭지를 틀면 맥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왜 이런 걸까? 제주도로 내려오면 육지로 가고 싶고, 일을 그만두면 일을 하고 싶고…… 도대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맥주 따위에 깊은 맛을 찾으면서 내 인생엔 깊은 맛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의 요정, 서진 , 김혜나 외 지음
그 한 잔의 위스키의 시간은 술을 살 수 있는 돈만으로도 시간의 여유만으로도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위스키가 시간과 더불어 빚어내는 것들처럼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로워야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시간을 의미한다는 걸 깨달았죠.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위스키 한 잔의 시간 p.57~58, 김혜나 외 지음
가입하자마자 눈에 띄는 모임(?) 책제목(?)이 보여서 글과 댓글을 읽다가 적어봅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온라인 북토크가 있네요. 시간이 맞는다면 연휴를 위해 준비한 포트와인과 보늬밤을 갖고 참석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는 댓글로 책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2월 8일 저녁 8시 29분 화상으로 북토크를 진행하니 그때 꼭 뵙기를요~~
앗 그럼 글을 지워야할까요?
아뇨~~ 여기서 자유롭게 글 남겨주시면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화상 북토크 때도 물론 뵙고요^^
운이 좋든 나쁘든 한 가지 사실은 확실했다. 이 세상엔 나와 한 잔의 맥주뿐이라는 것. 모든 사람들은 잠이 들었고 내일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의 요정, 김혜나 외 지음
나는 눈을 감고 맥주의 요정에게 잠시 기도를 했다. 맥주가 점점 맛있게 익게 해 달라고. 점점 깊은 맛을 내게 해 달라고. 맥주도, 나의 인생도.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의 요정, 김혜나 외 지음
@서진 작가님, 그런데 맥주의 요정이라는 말은 정말 브루잉 업계에서 쓰는 말인가요? 아니면 작가님이 지어내신 건가요?
업계에서 설마 저렇게 귀여운 말을....ㅎㅎ 그런데 술빚는 사람들은 어쩐지 요정에 빌 것 같습니다. 누룩님, 효모님, 잘 익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소설의 요정이 있다면 그 앞에서 도게자하면서 아이디어 좀 달라고 할 거 같습니다. (음... 소설의 요정보다 마케팅이나 세일즈의 요정이 더 필요한가...)
지수도 생각했다. 자신도 죽음이 없는 것처럼 살다가 갑자기 죽음의 실체를 마주했던 거라고. 살아 있는 것은 축복도 저주도 아니고 일상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일상이 멈추는 것이 죽음이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위스키 한 잔의 시간, 김혜나 외 지음
지수는 누구에게도 제이 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만나지 않은 사람이 그곳에 있는 지수를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서만 존재하고 싶었다. 그 시간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오늘의 지수의 과거이자 추억이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위스키 한 잔의 시간, 김혜나 외 지음
적당한 선, 그 선이 중요한 것이다. 승진을 하고 나서 나는 선을 조금 넘어 버렸다. 의뢰인이 알아차리지 못해도 있으면 좋을 법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야근까지 하면서 성능 개선에 나섰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가 요구를 했다. 내 가치를 높이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의 요정, 김혜나 외 지음
나도 가끔은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노예 생활이라고 해도 주말이 애타게 기다려지는 삶,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삶.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면 들수록,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게 불안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일을 한다면, 힘들고 지겨워지겠지. 인생이란 왜 이런 걸까? 제주도로 내려오면 육지로 가고 싶고, 일을 그만두면 일을 하고 싶고...... 도대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맥주의 요정, 김혜나 외 지음
저는 이번 편을 읽으면서도 앞선 단편들에서 실수했던 것처럼, 에세이라고 착각했다가 나중에서야 '아 맞다, 소설이지'하며 정신을 차리곤 했어요. 맥주에 너무나 진심인 주인공이지만, 삶과 일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이 더 와닿기도 했습니다.낭만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제주살이 쉽지 않은 거였군요(벌레 때문에라도 저는 어려울 것 같...). 그리고 이 문장은 마치 오늘의 저를 대변하는 마음 같아요(물론 일은 하고 있지만요). 이제 슬슬 출근 준비를 해야하고(벌써 퇴근하고 싶어지네요), 산재된 일더미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밍기적 거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소설인데 에세이로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뭐, 제주에 살고 있고 맥주도 만들어봤으니 거의 실재에 가까운 일입니다만 ㅎㅎ. 인용해주시는 부분은 저도 절실히 느꼈던 부분이고, 공감하는 어른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 그렇군요. 저는 작가 소개를 보고 더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다." 앞서 읽었던 김혜나 작가님의 <달콤 쌈싸름한 탁주>는 작가 소개를 놓치고 읽기 시작해서 에세이라 착각하고(ㅋ), 이번 편은 작가님의 소개 글을 읽어서 에세이라 착각하고, 아주 그냥 제멋대로 읽고 있어 죄송합니다. 근데 문득 그런 궁금함은 생기네요. 요즘 작가님은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계신지. 제주도 삶에 대한 만족도? 랄까요.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결국은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는 걸, 이 모임을 통해 계속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문장은 일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방면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선택의 기로에서 늘 갈팡질팡하는 마음. 이쪽을 선택해도, 저쪽을 선택해도 다 모르겠다 싶은 마음이요. 그렇지만! 저는 멀쩡히, 무사히 출근을 잘 답니다. 이곳에서 잠깐 힐링했으니, 다시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총총...
소설 속 주인공과는 많이 다른데요, 저는 제주 생활이 마음에 들어요.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에 익숙하게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끔씩 도시에 나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데, 여행을 통해서 충분히 풀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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