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1. 우와, 저도 정말 똑같은 경험을 유럽에서 했어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닐 때, 와인이라는 게 이 정도로 대중적일 수 있구나 생각했었어요! 그때 만원도 안되는 와인들을 많이 마시고, 한국에 와서 점점 와인이 대중화 되는 것을 보고 정말 좋았어요. (이것이 한-EU FTA인 것을 깨닫고는 묘하게 슬펐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일리 와인이 호주의 쉬라즈가 되었어요. (호주에 교환학생 갔었을 때, 와이너리를 방문했었던 기억 때문에 프랑스보다 호주가 더 익숙하게 된 이상한 이야기도 추가!), 저는 사실 지금까지도 이만원 이하의 호주 쉬라즈를 정말 사랑합니다. 수십년 먹은 옐로우테일 쉬라즈 (리저브)를 그보다 훨씬 값비싼 프랑스 와인보다 더 사랑해요. 이것은 정말 저에게 추억과 쌓인 시간이 준 애정의 아이템인 것 같아요. 2. 멀티플레이어가 유리한 세상!! 3.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렌타인의 달 2월, 지금은 샴페인의 달 아닐까 싶어요!
와인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어요. 우아한 녹색 병도 섬세한 와인 잔도,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도.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랄까? 참, 처음에 와인을 마셨을 때 나름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다 거울을 보고 입에서 피가 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요. 알고 보니 그냥 레드와인이 치아와 입술에 착색된 것이었지요. 술자리에 돌아가니 어두워 잘 안 보여 그렇지 함께 마시던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아무튼 여태까지도 이 기억이 생생해요. 저도 @술빚는소설가 님처럼 와인은 좀 고급진 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국에 가서 와인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게 되었습니다. 호주에 가니 종이와인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비닐 주머니가 있고 거기에 와인이 담겨 있어요. 박스의 아래 플라스틱 밸브가 달려있고 그 밸브를 열면 와인이 콸콸. 흠, 모양을 설명하기 좀 어렵네요. 우리 나라 코스트코에서도 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네요. 그 큰 박스 용량이 3리터인지 5리터인지였고 가격도 5천원~ 1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싼 지요. 물론 완전히 저급 와인이라 보통 샹그릴라나 펀치 등을 제조할 때 쓰고 그냥은 못 마신다고들 하던데 돈없는 유학생들은 모여서 그걸 자주 마셨지요. 소주보다 싼 와인. 그거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저는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글을 쓰다 보니 화이트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네요. 요트가 보이는 마이애미 항구 옆 노천 식당에서 굴 한 접시 시켜놓고 차게 식힌 화이트 와인 마시면서 대낮부터 수다떨고 싶네요. (물론 마이애미는 가본 적 없습니다.)
굴에 살짝 싱글몰트 위스키를 뿌려 드시면 풍미가 기가 막힙니다요 😁
이 글을 읽으며 요트가 보이는 마이애미 항구 옆 노천 식당을 상상했어요. 넉넉하고 여유로운 게, 정말 좋은 광경이네요.! 제 몸은 비록 이곳에 있지만, 마음으로야 마이애미도 보스턴도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덕분에 20초쯤 마이애미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에요 :)
세상에, 거울에서 보셨으면 얼마나 놀라셨어요!? 저도 와인을 자주 마셔서 이런 적 많아요. 하하하 레드와인은 착색이 워낙 잘 되는 것..! 저는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독일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독일인 친구와 글뤼바인을 해먹는데요. 작년에도 해봤는데, 편의점에서 몇천원에 산 진로와인이랑 좀 비싼 와인을 사서 두 가지 버전으로 시험삼아 만들어봤어요. 근데 정말 와인을 끓이니까 저렴한 와인이, 비싼 와인보다 훨씬 맛있는 거 있죠! 놀라운 일....저는 독일에서 학교를 잠깐 다녔는데요, 12월이면 공강 때 캠퍼스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서 글뤼바인을 마시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러 다시 강의실로 간 기억이 있어요. 덕분에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어요 ;)
첫 와인의 에피소드가 너무 실감나고 공감갑니다~~🤣
1. 저에겐 그냥 일상인거 같아요. 이십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외국살이를 하고 있고,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에서 살았고, 한국에서 예전 어른들이 소주를 반주삼았듯 저도 작년까지는 25년정도 저녁식사때마다 와인을 반주로 삼았으니까요. 2. 이제 잘 죽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고, 제가 앞으로 채워나가고 싶은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그 시간동안 만날 책들이라구요. 저는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도 별로 하지 않고 잘 떠올리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와인병에서야 당연히 비워져 있고 그래야만 하는 공간이지만, 저는 제 앞으로의 시간은 욕심부려 채워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3. 여름엔 음식과 매칭을 할 때 외에는 주로 맥주를 마시는것 같아서 제게 와인은 봄, 가을, 겨울의 술이에요. 와인이 맛있어 보이는 순간이라…. 전 와인은 항상 맛있어 보이던데요?
우와...30년 외국생활요...!(존경합니다. 진심이에요..저는 대학만 잠깐 다녔고 그걸로도 충분히 힘들었어서 이민을 주저하다가 결국 못했어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에서 살고 계시다니, 너무 당연히 와인을 얼마나 많이 드셔보셨을까.. 싶어요! 어떤 와인 가장 좋아하세요? 진짜 궁금해요. 앞으로 많은 책들을 차근차근 삶 안에 채워가시길... 응원합니다, 새벽서가님!
저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멕시코와 중국에서 일을 하다가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어요. 음식과 어떻게 페어링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와인에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어떤 와인이 맛있다고 딱 잘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와인만’ 마실 때는 바깥 온도/계절에 영향을 받는것 같긴 해요. 더운 여름엔 가볍고 프루티한 사비뇽 블랑이랑 리즐링,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엔 그르나슈와 바르베라, 겨울엔 샴페인, 지판델, 쉬라즈, 네비올로나 까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봄엔 그뤼너 벨트리너, 람부르스코, 피노 누아가 좋더라구요.
와인들의 맛과 바깥의 날씨를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도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몇 가지 품종을 편애하지 말고 두루 마셔보자고 생각한 계기였답니다. 넘 감사해요 :)
입맛에 맞는 와인 찾으시는 그날까지, 건배!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잘 죽는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만날 책들, 시간에 대한 욕심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저도 제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삶이길 바라게 되는 것 같아요.
1. 지방 소도시 거주자여서 와인샵이 매우 귀한데, 1~2년전부터 편의점에서 와인 사는 게 널널해져서 행복해졌죠. 점주님과 문자 주고받으며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와인 구입에 대한 허기가 많이 가셨어요. 와인은 이 소설처럼 '분연한 권력의 세계'일수 있겠지만, 제겐 그저 늦은 밤 책 일을 때 함께 하는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2. 임금노동자로 야근을 주구장창하느라 책 한 번 만지지 못하고 쓰러져 잘 때 3. 우리집 와인셀러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바라보면 말 걸때입니다. 그냥 와인이 말을 겁니다.ㅎㅎ^^ + 와인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정모 참여해보면 와인을 일종의 권력놀이로 삼는 사람들이 있긴 했어요. 그래봤자 술인데, 놀이에 시큰둥한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잔 부딪히면 세상사 다 잊고 잠깐 충만한 순간이 좋았습니다. 그랬는데 역병이 창궐하면서 만나지 못한 2~3년이 제법 긴 시간이더라구요. 다시 발동이 도통 걸리질 않으니 말예요. 다들 혼자, 집에서, 침묵속에서 마시고들 있나 봐요.
그럼요,늦은 밤 와인은 그저 친구같은 존재 :) 저는 아주 방금 읽던 책을 내려놓고 그믐에 왔는데요, @poiein 님 말씀을 읽다보니... 갑자기 와인을 읽으며 책을 더 읽을까 싶어졌어요. 와인이 말을 거네요..쓰는 일을 좀 더 하고 자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와인이 강력하게 말을 겁니다...!
와인이 말을 건다는 두 분의 말씀에 가만히 미소 지었는데, 김혜나 작가님의 소설에서도 "계속 빚다 보면, 술이 말하는 이야기가 들려"라는 문장이 참 좋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저는 지난주 그믐밤 북토크 때 마시고 남은 '화요'가 아직도 냉장고에 있어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얘가 말을 거는 것 같은데(조용히 해),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하하하).
@연해 님 말씀 보면서 '달콤 쌉싸름한 탁주'와 '얼리지'의 주인공이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새로운 술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하하 한 명이 술에 대한 아는 것들을 설명해주고, 다른 한 명이 이렇게 만들면 더 맛있겠다고 시도해보고...행복하겠네요!
화요 같은 증류주는 유통기한이 없으니 두고두고 오래 드셔요~ 참고로 건강에 좋은 적정 음주량은 2잔씩 주2회 정도 마시는 거라고 합니다 ㅎㅎㅎ
2번이 너무 공감가네요~~임금노동자로 야근을 주구장창하다가 책 한번 만지지 못하고 쓰러질때!! 저도 일하다보면 당장의 일을 해결하느라 책 근처도 못갈 때도 있는데 이런 날이 일주일만 넘어가도 우울해지더라구요~ㅜㅜ 그래도 집에 와인바가 있다니 멋지네요~~^^
1. 소주는 혼자 마시지 않는데, 와인은 어쩐지 혼자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술입니다. 레스토랑에 가서 마시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친구들과 집에서 마실때 좋기도 하구요. 2. 삶의 빈틈이 너무 많네요. 먹다 남긴 와인을 코르크 마개를 뒤집어 끼워서 생긴거만큼 큰 틈요. ㅠㅠ 3. 와인이 가장 맛있어 보이는 순간은 아무래도 아무래도 와인을 따서 코르크향을 맡아봤을 때의 낯선 향이 코로 스밀때죠. 생각하니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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