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창문에 살포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처럼, 혼자서 조용히 술을 빚으며 살고 싶었다. 시선이 머물고 마음이 동요하는 쪽은 언제나 고요하고 느리게 흐르는 순간이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달콤 쌈싸름한 탁주, 김혜나 외 지음
그리고, 백 선생님은 왜 이렇게 아는 체와 참견이 심하신 거며, 홍주 손님은 대체 왜! 팁이라니, 팁이라니! 읽으면서 제가 다 화딱지가 나가지고, 저야말로 발차기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근데 저는 왜 이 책을 에세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도입부에서 주인공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도 김혜나 작가님이 원래 회사에서 근무하셨나? 어리둥절해하며 아침부터 이것저것 찾아봤었다는...(잠이 덜 깼었나 봅니다) 너무 뜬금없으시죠. 저도 그랬답니다(허허허).
백 선생 너무 짜증났어요. 이런 사람들 주위에서 가끔 만나잖아요. 괜히 아는 체하면서 본인이랑 상관 없는 상황에서 꼭 한 마디씩 거들고. 그런데 읽다보니 한편으론 좀 짠하기도 하네요. 에휴...
다들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네요 ㅠㅠ 사회생활 하다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나서서 반장하고 남들 가르치고... 근데 저는 사실 이런 분들보다, 이런 분들에 무감각하고 아무 반응없는 분들이 더 신기해서 이런 소설을 쓴 것 같아요. 이게 진짜 나만 기분 나쁜가? 이런 의문에서요 ㅋㅋㅋ
작가님도 이런 분들 만나고 스트레스 받으셨군요..동지를 만난듯 반갑습니다. ^^ 제 업무가 영업성격이 강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그 와중에 저의 유리멘탈 부여잡느라고 더 힘든편이거든요..^^;; 멘탈 탈탈 털리고 집에 돌아갔을 때 남편이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2차 공격을 가하면 더 힘들더라구요.. 예전에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더니 이제는 좀 인지하려고 하더라구요... 제 경험상 백선생님에게 무감각한 분들은 그분들도 좀 비슷하신 편이신거 같더라구요..^^;; 예전에 저의 멘탈을 부여잡고자 읽었던 책이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0만 부 기념 스페셜 개정판)2018년, 동일 제목으로 출간하여 전국의 모든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책이다.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5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기념해 펴낸 이번 스페셜 개정판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몇몇 표현을 수정하고, 몇 개의 원고를 삭제하거나 새롭게 추가하였다.
저는 사실 천성이 너무 예민해서 피곤한 사람이긴 합니다^^ 누가 저에게 뭐라고 하질 않아도 주변에 사람이 많거나 소음이 심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일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근데 주변에 회사 생활 오래 하는 친구들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별로 신경 안 쓰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속사정까지는 모르지만, 사회 생활에서는 그런 태도가 비교적 유리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무튼 저도 엄청난 유리멘털인데, 새벽에 혼자 요가하거나, 저녁에 혼자 전통주 한두 잔 홀짝이며 마음을 달래주면 좋았습니다!
저도 탁주에 대한 이야기보다 백선생님 장면을 읽으며 확!! 열이 오르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술맛을 모르는 1인이라... 하지만 진상맛은 좀 본 적이 왕왕 있어서.. 역쉬 글은 읽는 독자의 경험의 폭이 중요한거 같아요^^
아하하 아무래도 특정 소재가 있다보니 에세이로 오해하는 부분도 생기나 봐요! 이 소설집은 그나마 덜한 편인데, 예전에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라는 앤솔러지 소설집을 출간했을 때는 정말 많은 독자분들이 요가 에세이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소설이라서 놀랐다는 리뷰를 남기셨더라고요 ㅎㅎ 도입부에 회사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술 빚는 캐릭터는 제가 우리술 에세이를 집필하면서 취재했던 술담화 양조팀 이수연 양조사의 이야기랍니다.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 깊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쉽게도 책에 싣지 못하게 되어서, 인터뷰한 인물과 서사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우리술에 관심이 생기신다면 술담화 주류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백선생과 홍주손님 캐릭터는 혹시 저만 혼자 화딱지 나는 것 아닐까 진짜 고민하면서 썼어요. 소설에서도 묘사했지만 그분들 언행에 대해 그냥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거나, 오히려 귀엽게 바라보는 인물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만 너무 부정적인 성향이라 이런 일에 화가 나는 걸까 평소에도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굉장히 힘이 되고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여섯 명의 소설가―김이설 김혜나 박생강 박주영 정지향 최정화는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를 통해 요가가 스며든 일상으로부터 파생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동시대적 문제에서 발화한 현재형의 소설들을 가장 첨예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저도 소설 속 이 문장들이 참 좋았어요. 이 문장에 겹쳐서, @연해 님이 말씀하신 <신데렐라 언니>에서 발효실에서 술 익는 소리를 들으며 위로받던 주인공 모습도 (꼭 아기가 뱃속에서 엄마 심장 소리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떠올랐고요. 세상에는 술 익는 소리라는 게 있구나, 그건 위로가 되는 소리구나 싶었죠. 탁주의 매력은 '탁'이라는 글자에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고 완벽한, 투명한 한 방울을 뽑아내겠다는 집념의 반대쪽에 있는 마음. 아아 탁주 마시고 탁해지고 싶다. (쯧쯧 너는 이미 탁하단다.)
앗앗! 이 드라마를 알고 계신 분이 계셔서 기쁩니다! 드라마 전개는 두 자매의 대립구조였지만, 저는 술 빚는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정성스럽고 고요한 느낌이랄까요. "탁주 마시고 탁해지고 싶다"라니(푸핫), @냅다 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글로도 사람을 웃기는 건 엄청난 재주라고 자주 생각하는데 말이죠.
@냅다 두분 대화를 보니 '탁'이라는 탁주가 떠오르네요 ㅎㅎ 인천에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하는데 막상 탁주의 '탁'이 아니라 술잔이 부딪힐 때 나는 '탁'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명쾌함이 느겨지는 술이랍니다 ㅎㅎ https://smartstore.naver.com/taakbrew/products/8617908016
맞아요 탁주濁酒의 '탁'은 '흐릴 탁濁'자로 탁주 윗부분의 맑은 술(청주)를 거르지 않고 흐리게 걸러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근데 저는 '탁하다'는 게 오히려 더 풍부하게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탁주도 실제로 청주보다 훨씬 묵직하면서도 구수하고 달큰하고 새콤한 다양한 맛을 내는 것 같고요. 사실 생과일주스를 마셔도 휴롬으로 맑게 거른 주스보다는 블렌더로 모두 갈아 스무디 상태로 마시는 걸 더 좋아하는 취향이기도 하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29일)부터 단편소설 <달콤 쌉싸름한 탁주> 이야기를 함께 나눌 김혜나 소설가입니다! 사실 오늘 다른 책 북토크 준비로 정신없다가 자정이 가까워지는 이 시각에 겨우 인사드리고 글을 남기는 게으른 소설가랍니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주종이 있고, 저 또한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주종을 꼽으라면 저는 탁주입니다! 탁주가 가진 당미 산미 무미를 사랑하거든요. 그리고 생탁주의 경우 술을 병입한 후에도 후발효가 일어나 맛이 다채롭게 변해가는 점 또한 매력적이랍니다. * 여러분 중에 탁주파 혹시 계실까요? * 탁주(막걸리, 동동주)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소설을 읽으신 분 그리고 읽지 못하신 분 모두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고맙습니다 🙏🙏
젊을 때(학창시절)는 참 좋아했던 주종인데, 외국살이르루3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보니 맛있는 탁주를 접하기 쉽지 않네요. 탁주에 얽힌 추억이라… 대학 첫미팅을 종로에 있는 동동주집에서 했었더랬죠. 비도 부슬부슬오고, 전집이라 안주는 너무 맛있고, 미팅에 나왔던 남학생들보다 동동부와 파전에 더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벽서가 님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그믐 플랫폼에 가입해서 참여했던 독서모임이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었는데요. 그때 함께 소설 읽어주시고 다양한 감상 남겨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았더랬습니다. 이 모임에서 다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학부 시절 학사주점에서 마시는 동동주와 파전에 대한 추억은 진짜 잊을 수 없죠. 저는 청주에서 학부를 다녔는데 학교 앞에 '삼미집'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그곳에 갔더니 파전 형태가 이상하더라고요. 커다란 솥뚜껑을 테이블 화구에서 달구고, 파전 반죽을 바가지에 퍼와서 다 쏟아붓고 밑바닥이 익으면 아래쪽부터 뜯어먹는 거예요. 익지 않은 부분이 섞여 들어와서 저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이상했는데, 다들 그 집 파전이 맛있다며 엄청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개인적 입맛으로는 동래파전 스타일이 가장 맛있더라고요. 해물보다 고기를 듬뿍 넣고 부치는 파전이라서 더욱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랄까요 ㅎㅎ 부산에서 생산하는 '동래아들' 막걸리하고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답니다 ㅎㅎㅎ
반갑습니디, 소설가님~ 요가하는 소설가에서 술빚는 소설가가 되셨네요? 하하 재밌는 책으로 좋아하는 술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하구요. ^^*
맞아요 ㅎㅎ 처음에 닉네임 바꿔서 번갈아 쓰다가 지금은 계정 두 개 파서 쓰고 있어요 ㅋㅋㅋ
기억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
제가 막걸리를 처음 마셔봤던 건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체육대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경기가 끝났고, 과별로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김치와 머릿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셨죠. 저는 그때 막걸리도 머릿고기도 다 처음이라 이 아이가 어떤 숙취를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고, 별생각없이 꿀떡꿀떡 잘 받아마셨어요(일단 맛 자체가 다니까 거부감이 없었죠). 결국 또 그렇게 훅(?) 가더라고요. 다른 술은 뭔가 마시면서도 '어 취한다, 위험하다?'의 느낌이 있다면, 막걸리는 달달해서 그런가. 꼭 음료처럼 '아 맛있다, 맛있다'하면서 신나게 마시다가 눈 떠보면 아침...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말이죠. 제 경우 막걸리(탁주가 더 고급스럽게 읽히는데)는 마시면 다음 날이 유독 더 고통스러웠어요(적당히 마셨어야 했을까요). 제 친구 중에도 술쟁이 친구가 하나 있는데, 다른 독한 술은 멀쩡히(?) 잘도 마시면서 유독 막걸리만 마셨다 하면 인사불성이 되가지고 저한테 오바이ㅌ...(죄송합니다) 뭐 어쨌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꽤 오래전이지만 전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막걸리 골목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어요. 막걸리한상이 유명해서 각종 다양한 막걸리도 이것저것 마셔봤던 기억이 떠올라요. 달달하고 고소해서 꿀떡꿀떡 마시다가 또... (마지막이 다 왜 이 모양이지) 어쨌든 저는 맛있는 술 하면 가장 먼저 막걸리가 떠오릅니다. 대학 때 제조 원가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국순당 탐방을 다녀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쓰다 보니 막걸리와 관련된 기억이 꽤 있네요. 특히 이번 편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봤던 <신데렐라 언니>라는 드라마도 떠올랐어요. 큰 주제는 달랐지만(로맨스) 거기서도 술을 빚는 이야기가 촘촘히 묘사돼서 흥미로웠거든요. 서사를 떠나 막걸리의 매력을 알게 해준 드라마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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