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저는 책을 읽을 때는 주로 홍차나 블랙커피를 옅게 내려 마시는데, 간혹 늦은 시간에 혼자 깨서 책을 읽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새벽에는 술을 한 잔씩 마시기는 합니다. 여름엔 차게 넣어둔 사비뇽 블랑, 봄에는 진 앤 토닉에 오렌지, 라임 한조각씩 넣고 베이즐잎 띄우고요. 가을엔 보통 럼이다 보드카를, 겨울에는 꼬냑이나 산부카에 커피빈 띄우고요.
위스키만큼은 혼자 바에 들러서 한잔 홀짝 털어넣고 싶은데요. 뭔가 다른 술보다 경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현실은 해외출장 갔다온 분들이 회식자리에서 뜯어 나눠마셨던 기억이 제일 많아 슬픕니다. ㅠㅠ
바는 보통 어두워서 전자책을 들고 갑니다. 하루키 수필이나 원래 읽던 책을 보는거 같아요. 근데 읽다보면 누가 말 걸고 마스터랑 대화하고 그래서 오래 읽은 적은 없는거 같네요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바의 마스터나 다른 손님이랑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살면서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걸어준 말이라고는 "빈 잔 치워드릴까요?" 혹은 "여기 의자 저희가 가져가도 되나요? 정도밖에 없습니다.
저는 한 잔 시키고 두번째 잔은 이 바에서만 마실수 있는 술이 있는지 물어보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얘기가 시작되던거 같습니다. 평소 마시는 계열이 어떤건지 문답하면서요. 다른 손님과 대화하는 경우는 확실히 드물긴해요 :)
맞아요 저도 바에 가면 평소 마시던 술보다는, 아직 못 마셔본 술을 접해보고 싶어서 바텐더 분께 추천 술 여쭤보곤 해요. 그럼 바텐더 분도 제가 평소 마시는 술 취향 묻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대화를 조금은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한남동에 이름 모를 바에 갔더니 중년의 일본인 바텐더 분이 계셨어요. 순간 일본만화 <바텐더> 속 배경에 들어온 것만 같아 신기했답니다. 만들어주는 칵테일 맛도 차원이 완전히 달랐고요. 그분께 바텐더 일은 언제부터 했는지, 어디서 일해봤고 왜 한국에서 바텐더를 하는지 여쭤보고 싶었는데 일본어를 못해서 조용히 마시다 나왔습니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으로 그분 계정을 팔로우하고는 있죠 ㅎㅎ
맞습니다. 바에서는 전자책 읽기가 딱이지요. 초면인데 많이 배우신 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종이책 물성을 좋아해서 전자책보단 종이책을 평상시 편애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1. 어두운 곳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는 자연광이 없어도 괜찮기 때문에 어두침침한 곳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요. 2. 여행갈 때 : 가뜩이나 짐이 많은데 책이 워낙 무겁죠. 전자책 서너 권 챙기면 맘이 편~~~안합니다. 종이책도 예비로 한 두 권 가져가면 더욱 든든. 3. 혼밥할 때 : 종이책 볼 때 의외로 두 손이 다 필요해요.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도 전자책은 가끔씩 손가락으로 넘기기만 하면 되요. 이제 밥친구로 유튜브 말고 책도 들여가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3가지 매우 동감하고 하나 살짝 더 얹고 싶은게.. 벽돌책 이나 시리즈 책은 전자책이 갖고 다니기 좋아요. 종이책으로 눈마새 1, 2권을 읽었는데 3권부터는 전자책으로 바꾸고 손목건강을 얻었습니다 :)
동료 작가님들하고 전자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적 있는데, 대부분 이제 책상 앞에 앉아 책 읽을 기운이 없고, 침대에 누워 읽어야 하기에 전자책이 낫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슬프지만 유용하죠! 해마다 책 처분도 너무 힘들고요..
저는 종이책으로도 있고 전자책으로도 있는 책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_+
저는 아직도 전자책 사본 적이 없답니다... 종이책이 다 좋은데 이사할 때 힘들어서 지금도 걱정이에요...
저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다 있으면 무조건 전자책이에요. ^^
1. J바라는 공간 너무 멋져요... 정말 그냥 머릿속을 텅 비우고 새로 에너지를 채우고 싶을 때 찾아가면 참 좋겠어요.. 제 주변에는 J바가 어디 있을지??? 가고 싶네요.^^ 위스키를 먹는다면 준도 좋고 오너 바텐더도 좋을거 같아요. 준은 센스있어서 좋구 오너분은 왠지 연륜만큼 깊은 대화를 해주실거 같아서요... 위스키는 정말 아는게 암것도 없어서 모르겠어요. 2. J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면 어려운 책은 좀 힘들거 같구 그냥 그 때 그때 상황에 맞는 에세이를 읽고 싶어요. 저를 <그믐>으로 이끌었던 장강명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도 좋고 문학기자인 한소범작가가 쓴 '청춘유감'도 좋고 다이어트에 항상 실패하지만 나름 열심히 살고 싶을 때는 박상영작가의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도 읽으면 좋을거 같아요. 단지 '책 이게 뭐라고'와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순간순간 숨어있는 유머코드 때문에 J바에서 혼자 빵 터지면 창피해서 조용히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이 바는 자기 자신과 술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위한 공간이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p.93, 김혜나 외 지음
하... 저도 이 문장 정말 좋았어요.
아~ 듀어스12년도 진짜 밸런스 좋은 블렌디드 위스키죠! 그래도 인생의 마지막 날이니 듀어스 18년으로 드시면 좋겠습니다! ㅎㅎ
불어난 쌀로부터 소주가 되어 가는 과정이 일종의 연금술 같아 보였다. 나도 그렇게 불어나고, 쪼개어지고, 발효되고, 타오르고 나면 언젠가 내 안에 진짜 이야기가 한 방울씩 흘러나올까?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달콤 쌉싸름한 탁주, p.40, 김혜나 외 지음
너무 술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책 이야기도 좀 하자면... 저는 40쪽의 저 문장과 이 단편의 마무리가 참 좋았어요. 백 선생이나 홍주 손님에게 사이다를 먹인다거나, 등장인물들이 서로 위로해주면서 ‘다정한 연대’를 확인하는 결말이었다면 오히려 이런 여운은 남지 않았을 테죠. 그러고 보니 무언가 정리된 거 같기도 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은 결말의 느낌조차 탁주와 닮았네요. 사는 거 참 쉽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하고 있고, 어쩌면 전보다 더 많이 그 고민을 합니다. 부디 지금 제가 부패되는 게 아니라 숙성되어 가는 중이기를 빌어봅니다. 저한테도 진짜 이야기들이 한 방울씩 쌓이고 있기를.
"사는 거 참 쉽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하고 있고, 어쩌면 전보다 더 많이 그 고민을 합니다"라는 작가님의 문장을 읽는데, 왜 제 마음이 다 편안해지는지 모르겠어요(이상한 말이죠?). 저보다 오래 사신(?) 분들도 여전히 삶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지금 제가 느끼는 불안과 혼란을 조금 더 수용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주어진 오늘에 조금 더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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