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이것이 바로 내리갈굼, 아니 내리사랑이란 아름다운 풍경이로군요 😜
1. 올해 출간될 우리술 산문집 프롤로그에 처음 소주를 마신 순간에 대해서 썼는데요.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 책이 나오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6월 출간 예정입니다) 2. 저는 예나 지금이나 소주에 생선회가 가장 좋습니다! 3. 초록병 소주는 워낙 일상적인 식품으로 느껴져 특별히 잊지 못 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일화는 없네요. 다만 20~23살 무렵에 주량이 평균 소주 3병에 맥주 3천cc 정도였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주량이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드디어 읽기만 해도 술에 취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책이 여름에 나오는군요. 소주에는 역시 저도 해물이 최고입니다. 왠지 모르게 육고기보다는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건강 생각하면 술을 먹지 말아야지 ㅎ 그나저나 20대 초반에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술을 좋아했던 저도 저 정도의 경지는... 저 정도 마셔 본 경험이 있어야 술 에세이를 쓰는군요.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근데 육회, 육사시미에도 탁주나 맥주보다는 소주가 어울리는 것 보면 날음식과 궁합이 좋은 건가 싶기도 하네요! 이십대에는 주로 카페, 바, 호프에서 일했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들하고 마시면 다 그정도 마셔서 딱히 많이 마시는 건줄 몰랐어요. 덕분에 25살에 위궤양 제대로 맞아서 금주 금연에 성공했고, 지금은 좋은 술로만 조금씩 마시는 거죠 ㅋㅋ (제 기준 조금씩 마시는 건데 그럼에도 항상 남들보다 빨리 마시고 많이 마시고 있긴 하더라고요)
저도 날음식에 소주가 어울린다는 데 동감합니다. 육회든 생선회든 날것은 확실히 맥주, 탁주와는 안 어울려요. 더불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합니다. 다들 그렇게 마셔서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다니 ㅎ 저라면 진즉 도망갔을 텐데 고수이십니다. 그 자산이 다 소설이 되고 산문이 된 것 아닙니까. 앞으로도 좋은 술 적게 드시옵소서.
소주 3병... 을 마시고 거기에 더해서 맥주 3000 cc를 드셨다는 건 아니지요? 0_0 어느 쪽이든 저는 살면서 한두 번 경험해 본 한계 밖 주량입니다.
그때는 소주 1병 마시면 딱 기분 좋았고, 2병 마시면 좀 취한다 싶었고, 3병 마시면 만취해서 맥주까지 2~3000cc 마시고... 그때 같이 마시던 친구들 다 그렇게 마셔서 딱히 놀라운 주량인지 몰랐어요. 내일이 없고, 튼튼한 위장이 있던 시절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 작가님, 저 이 말 너무 오랜만인데 반갑네요. 내일이 없다는 말이요. 20대 때는 정말 그랬던 것 같거든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내일의 나를 오늘 다 끌어다 쓰는 느낌으로다가(하하).
맞아요 20대에는 항상 내일 없는 사람처럼 살았죠... 저는 실제로 바에서 일하기도 해서 매일 새벽 3시에 퇴근하고 같은 날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하다 보니 퇴근할 때 동료들과 "내일 봐"라고 말하지 않고 "이따가 봐"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정말 내일이 없는 현실이었죠 ㅎㅎ
1. 저는 대학교 OT 때 처음으로 소주를 마셔봤어요.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하지 말라는 규칙 같은 건 의외로 순응하며 잘 따르는 편이라 공식적으로 20살이 되고 난 후에야 소주를 마셨죠. 근데 그게 오히려 실수였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소주를 어느 정도 마실 줄 알더라고요(주량도 알고요). 저만 그걸 모르니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도, 안주를 섞어가며 먹어야 속이 괜찮다는 것도 몰랐죠. 술게임 같은 건 더더욱 몰랐고요. 덕분에 모두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 주량을 처음 알았답니다. 빈속에 소주를 연거푸 마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선배들이 군기를 잡고 싶었던 건지 안주를 안 주더라고요). 숙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다음 날 몸살이 난 것처럼 상태가 메롱이었죠. 신입생 하나가 죽어가는 모습에 놀란 과대 오빠는 제가 술병이 아니라 진짜 아픈 줄 알고 약도 사 오고, 죽도 사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그렇게 환자가 되었죠). 덕분에 2박 3일 동안 아무도 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말리더라고요(저 이걸 노린 걸지도요).
몰래 마신 소주는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식적으로 마신 소주는 저 또한 대학생 시절이 처음입니다. 선배들이 강권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죠. 제가 꽐라가 돼 거리에서 몇 번 춤을 추니 제게는 강권하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강권하는 선배를 다스리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강권하는 술도 좋았는데 더는 강권하지 않아서 서운했습니다. 연해님은 숙취로 선배들을 한방 먹이셨군요 ㅎ 아무리 봐도 연해님이 저보다는 술의 고수십니다.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라니! 저 같은 쪼랩은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앞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안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즐기시는 @꿀돼지 님과 달리 저는 소주를 안주 없이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이유는 맛있는 안주와 먹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마실 것 같아서(하하). 하지만 최애 조합은 있습니다. 저도 @술빚는소설가 님 말씀처럼 소주와 생선회의 조합을 가장 좋아했어요. 그렇게 먹으면 회의 신선함이 소주와 어우러져 꿀떡꿀떡 잘 들어가더라고요. 맑고 나른한 그 느낌을 참 좋아했죠. 그렇게 무적의 주량으로 신나게 마시다가 다음 날 지옥을...(왜 자꾸 결론이) 개인적으로 "술은 안주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물"이라는 작가님 말씀이 너무 귀엽고 좋았습니다. 덕분에 돼지가 되었다...(죄송합니다)는 말씀도요.
그런 집필 배경과 달리 「징검다리」 너무 재미있습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신문 서평에서도 「징검다리」를 꼭 언급하더라고요. 술을 빚거나 파는 사람들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주의 존재감은 아주 강렬하고요. 질문에 답을 하자면… 1.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고등학생 때 몰래 마신 게 처음일 텐데요. 그런데 소주가 저랑 안 맞는다는 사실은 대학교 1학년 때 바로 알았습니다. 2. 농담이 아니고 맥주입니다. 소주를 꼭 마셔야 하면 맥주를 주문해서 섞어 마십니다. 3. 별로 좋은 기억은 없네요. 여자친구 앞에서 객기 부린다고 3병 마셨다가 엄청 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자로 일하시던 시절에 소맥은 꽤 드셨을 듯합니다. 저는 가끔 기자 시절에 먹던 소맥이 생각나서 일부러 기자 선후배를 만날 때가 있어요. 이상하게 혼자 말아 먹으면 맛이 없더라고요. 저는 소주보다 맥주를 마실 때 더 취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분명히 맥주가 저도주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위스키보다 소주를 마실 때 더 취하고요. 아무래도 저는 비싼 고도주 체질로 보이는데, 주머니 사정은 체질과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 멀고 먼 길...
소맥은 아마 천 잔 넘게 마셨을 거 같은데... 혼자서는 절대 안 마시지만 소맥 분위기는 좋아요. 그래서 기자 선후배 만나면 은근히 기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자들이 별로 술을 안 마시고 술잔 돌리기 같은 건 완전히 사라진 거 같더라고요. 저는 도수 높은 술을 마시면 취한다기보다는 맛이 가버리는 느낌이에요. 식도랑 위장도 타는 거 같고... 맥주가 딱 알딸딸하고 좋아요. ^^
저도 혼자서는 소맥 안 마시지만, 모임에서 먹는 소맥은 좋아합니다. 잔을 쫘악 늘어놓고 착착 말아서 배분해주는 그 분위기 좋아합니다. 그리고 잔 돌리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잔을 공유한다는게 서로 피는 못 나누지만 세균총(요새 유행하는 말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공유하는 거니까요. 입댄 술잔을 통해 구강 세균총만 공유하면 아쉬우니까 손으로 한번 쓰윽 닦아서 피부 세균총도 공유하고(때로는 장내 세균총도…). 목숨을 걸고 균을 나눈 사이가 되는거죠…
@챠우챠우 @꿀돼지 비슷한 정서를 가지신 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잔 돌리는 건 비위생적이라서 싫은데요(장내 세균총 공유하게 되는 상황은 음... 장→손→입으로 공유하게 되는 건가요 윽), 잔 쫙 늘어놓고 소맥 만들어서 다들 원샷 한 다음 또 모아서 또 각자 잔에 소맥 만들어 넣고 다시 원샷하는 그걸 싫어하면서 은근히 좋아합니다. 제가 제안하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되어서 다 같이 그렇게 마시면 ‘에라, 오늘 죽는 날이구나’ 하고 체념하면서 즐거워합니다. 저는 술 마시면서 대화하는 게 솔직히 고역인데 소폭 먹으면 별로 말도 안 해도 되고 다들 빨리 빨리 마시니까 그것도 좋고요. 저렇게 마시면 10잔 마시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리죠. 그런데 저는 김삿갓 소주는 오늘 처음 들어봅니다. 그런 소주도 있었군요.
IMF 전에 잠시 프리미엄 소주 열풍이 분 적이 있어요. 아버지께서 술을 좋아하셔서 그때 김삿갓을 비롯해 이런저런 프리미엄 소주 구경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도 몰래 훔쳐 마셨고요. IMF 이후 일제히 싹 사라지더라고요.
맞아요 그 시기에 저희 아버지도 김삿갓 좋아하셨어요 ㅋㅋㅋ 참나무통맑은소주랑 김삿갓소주랑 은근 경쟁이 있었는데 외환위기로 프리미엄소주 시장이 사라지며 단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나무통맑은소주 원액은 창고에서 악성재고로 쌓여 있다가 20년이 지나 맛을 보니 너무 훌륭해 일품진로로 재탄생 되었죠. 김삿갓은 어디로 갔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요즘 분위기 들어보니 그렇더라고요. 특히 코로나 이후로 정말 많이 바뀐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는 가끔 예전의 술자리가 은근히 그립습니다. 마감 후 낮부터 부어라 마시던 술. 낭만이라고 해야 할지 야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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