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저는 당근으로 팔기도 많이 팔았고 사기도 많이 사봤습니다. 며칠 전에는 쓰지 않는 턴테이블을 팔았어요. 색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내놓은 물건인데, 사가신 분은 그 색이 마음에 들어 사시더라고요. 누군가의 불필요가 누군가에게는 필요가 되는 공간이라니. 재미있지 않나요. 저는 틈나는대로 당근마켓에 들어가 봅니다. 종종 기상천외한 판매글이 보여서요. 바퀴벌레 잡는데 1만 원, 나무에 걸린 신발을 떨어트려주는 데 5천 원 등. <징검다리>를 쓸 때 주인공이 다시 한 번 사기를 당하게 해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줄까 잠시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가끔은 그렇게 숨을 쉬는 이야기도 있어야죠.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처음 소주를 마신건 대학교 때입니다 강한 알콜향에 빈약한 안주와 알콜에 빈약한 몸뚱이 덕분에 첫인상이 좋은편은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더구나 그 때는 부어라 마셔라 강권적 분위기라~~^^;; 2 소주에 가장 어울리는 안주라~~~?? 저에게 묻는다면 생선회와 시원한 알탕이 좋아요!! 우선 해산물은 신선함이 생명이지요~~^^ 아니면 곱창요리도 좋을거 같아요(예전에는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 안주요리는 아저씨 분위기라고 싫어했는데 요즘 더 끌리는 이유는 아줌마여서 일까요??^^;; ) 3 소주에 얽힌 잊지 못할 추억은?? 12월 31일 밤에 집에서 홀로 소주 드시던 쓸쓸한 아버지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도 형제들도 신나서 친구들과 애인과 놀러 나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혼자 소주 드시던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구요 "이런 날은 집에 좀 있지~" 그 때는 12월 31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집에 있으면 왠지 굉장히 촌스러운 느낌이 나서 악착같이 약속을 잡았거든요 그 때 나와 놀던 친구들도 남편도 모두 내 옆에 있는데 항상 홀로 두었던 아버지만 안 계시네요 왠만하면 후회되는 행동은 안하려고 하는데 그 때 제 모습은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저는 소주 덕분에 스무 살이 즐거웠습니다. 이젠 숨어서 소주를 훔쳐 마시지 않아도 되고, 꽐라가 돼 귀가해도 그러려니 하고. 저는 대학에 오면 다들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고 놀며 술을 마시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와보니 기타를 칠 줄 아는 사람이 저 뿐이더라고요. 덕분에 여기저기 악사로 불려 다니며 술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소주가 맛있는 술이라고 말은 못해도,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술이긴 합니다. 생선회에 알탕이라. 바로 1차, 2차로 훌륭한 조합 아닙니까. 대단히 모범적인 조합이어서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아흑! 곱창은 정말 꿀맛이지만 비싸서. 비싸서... 비싸서! 아흑! "이런 날에는 집에 좀 있지"라는 아버지 말씀은 제가 직접 들은 게 아닌데도 뭔가 가슴을 철렁하게 하네요. 없던 죄책감도 만들어내는. 저는 살가운 아들은 아니어서 아버지가 많이 서운하셨을 겁니다. 그래도 내일 발렌타인 한 병 들고 고향에 갑니다. 술판 벌여야죠.
나는 스무 살이 된 딸과 마주 앉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 봤다. 그 자리에서 딸은 내게 무엇을 질문할까. 나는 딸에게 무슨 답을 해 줄 수 있을까. 무슨 질문이든 간에 딸에겐 주저하지 말고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답을 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p.257, 김혜나 외 지음
<징검다리>의 소주의 최고의 안주는 사람냄새네요!! 👍 저도 목업폰이 뭔지 몰랐는데 작가님 아니었으면 호구 1명 추가됐을뻔요~^^;; 고소한 삼겹살 냄새와 낭만고양이와 시나위의 이야기가 너무 따뜻하고 재미있어요~~ 마지막 해피엔딩인 것도 너무 따숩구요 전에 정작가님의 <정치인>에서도 느꼈지만 안주묘사가 글로 읽는 '맛있는 녀석들'같습니다^^ 글에서 음식냄새가 훅!! 치고 들어오네요~~정말 안주에 진심이신게 느껴지세요~😉 워낙 전 키오스크같은 디지털문명에 이방인처럼 살아서 당근마켓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흥미롭네요. 당근마켓에서 작가님께 광고비 주셔야 할듯 합니다^^ 아둥바둥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들 모습이 짠하면서도 응원하게 됩니다 남일같지 않아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정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를 읽은 제 친구가 사회파 소설인 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안주맛집 소설이더라는 이야기를 남겼답.... @꿀돼지
으하하하~! 사실 예전에 <침묵주의보>로 북토크를 진행한 뒤 소설에 나오는 술집 리스트를 공유해 달라는 독자의 요청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 리스트를 쫙 뽑아서 북토크에 참석하신 분께만 돌렸던 일이 있습니다. 그 이후 소설을 쓸 때 음식 이야기는 좀 빼면 안 되겠느냐는 편집자의 요청을 진지하게 받기도 했어요. 저는 말을 안 들었습니다 ㅎ
마치 영화 찍을 때 하정우 배우님 먹방 좀 빼주면 안 되겠냐는 요청 같네요 ㅎㅎ
최종 원고를 넘긴 다음에도 끝까지 미련을 보이더라고요. 빼야 한다고.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ㅎㅎ
시작입니다
와인 드시고 계셨군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믐밤 북토크에 와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 모쪼록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요. (아니었다면 술이 부족했던 것으로..쿨럭)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진 작가님 연주곡 https://youtu.be/tBqwqEsH2Wg?si=S_pNEQw-22AoZHT1 해피아워 https://youtu.be/tnLNoh0bwbE?si=G0UJ8-ibUFB-Z1FW
나른하게 취한 느낌으로 북토크에 참여해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정진영 작가님 말씀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 글로도 웃기시더니 말로도 웃겨주시네요. @김새섬 대표님의 매끄러운 진행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 주종은 소주였고, 혜나 작가님이 알려주신 증류식 소주를 처음 마셔봤답니다. 희석식 소주보다 훨씬 부드럽고 알콜향도 안 나네요. 다만 희석식보다 가격이 사악할 뿐. 그믐 덕분에 새로운 술을 또 이렇게 알아갑니다. 남은 화요는 퇴근길이 유독 고난한 날을 위해 아껴두겠습니다. 다들 평온하고 숙취 없는 밤 되세요:)
아 화요 드셨군요! 밤에는 증류식소주 한 잔에 따뜻한 물을 붓고 꿀을 한 스푼 넣어 마시면 숙면에 좋다는 말도 있어요.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해 님 잔을 보니 왠지 따뜻한 술이 떠올라서요^^ 요즘 대형마트 가시면 다양한 증류식소주 진열되어 있는데 일품 안동소주도 추천드려요. 한자로 크게 一品 이라고 써 있는 술이요. 다양한 도수가 있지만 이왕이면 40도 사서 맛보시고 얼음이나 물에 희석해서 드시는 방식도 추천드립니다!
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증류식 소주로 안동소주를 딱 말씀해 주셔서 그 아이를 사려고 했는데, 저희 동네 마트에는 팔지 않더라고요. 퇴근길에 샀던 거라 다른 마트를 갈 시간이 없어서 2순위였던 화요를 골라왔답니다. 제 잔은 소주와 함께하는 따뜻한(?) 머그잔(하하). 다음 번에는 안동소주 40도로 도전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세심한 추천이라니, 감사드려요. 작가님의 감기도 어서어서 훌훌 날아가고, 건강 되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웃길 생각 전혀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고도주를 많이 마셔 사람이 풀린 건데, 그걸 개그 포인트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웃길 생각이 없었는데 그 정도면, 조금 웃길 생각으로 작정하시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왜 자꾸 홍합 생각만 나는 건지요? 시도해보겠습니다.
멍석 깔면 못 해요. 진행자 역할은 못해도 패널 역할은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나오기만 하면 신스틸러가 되는 '예능치트키' 김흥국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홍합은 늘 사랑입니다 ❤
작가님과 이곳에서 글을 주고받으며 상상했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보다 좋았고 그보다 유쾌한 분이셨어요. 제 잔디밭 썰에 이은 작가님의 연못썰도 잊지 못할 거예요. 전 적어도 똥물로 가득 찬 연못에 뛰어든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아마도요). 책으로 접할 때와 채팅으로 접할 때, 그리고 비대면 모임으로 접할 때가 다 다채로우셨어요. 2월 원고 마감때문에 현실 고증을 말씀하시는 것도 (남일이라 그런가) 많이 웃어서 죄송합니다. 부디 무시히 마감의 길로 접어드시길! 화이팅,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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