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D-29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또 읽는다. 어느 정도 그를 섭렵할 필요가 있다. 그의 세계를 한 번 파보자.
남자는 여자를 죽인다. 그러나 여자는 남잘 죽이지 못한다. 그건 물리적인 힘이 약해 그런 것도 있지만, 자기 배우자가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것을 남자가 더 견디지 못해 그런 것 같다.
인간은 자기 위주를 벗어나기가 불가능하다 남을 칭찬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에 한한다. 자기가 거기에 관심이 없을 때. 아예 이해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것이다. 축구 잘한다고 손흥민을 응원하는, 그런 거. 그리고 자기가 이미 이룬 것을 남이 그제야 이뤘을 때 그를 칭찬한다. 그를 내려다보며 칭찬하는 것인데 그것은 곧 자기를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기 콤플렉스가 있고 상처가 되는 것은 절대 칭찬을 안 한다. 그냥 알고도 못 본 척한다. 그를 칭찬하는 순간, 자기에게 상처였던 게 쓰리고 아프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자기의 못남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부모만이 어떤 경우에도 자식의 잘함을 칭찬한다. 그러니 곁에 부모가 없다면 이미 큰 우군을 잃은 것이다. 부모는 자기에게 강력한 우군이므로 잘해야 한다. 그걸 깨닫는 순간, 이미 부모는 저세상으로 가고 없다. 실은 부모도 자식을 칭찬함으로써 자기를 칭찬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이처럼 인간은 자기 위주를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한 존재다.
예술가는 자유로운 영혼이 필수다. 기질이 그래야 한다. 예술을 위해서 미치고 그것을 위해선 모든 걸 다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운신의 폭을 좁히는 모든 틀을 부숴야 한다. 예수를 죽이고 석가를 죽여야 한다.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해야 한다. 이게 예술가의 미덕이다. 이게 없으면 아예 발을 그쪽에 들여놓지 마라.
하루키 소설에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주인공하고 섹스하는 유부녀들이 곧잘 나온다. 실은 현실은 유뷰녀나 그런 여자들과 섹스를 마구 할 수 없다. 돈도 많지 않아 여자를 사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법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만족스럽지도 않다. 결혼 안 하는 세대이니 점점 더할 것이다. 참, 큰일이다. 음양의 조화가 사라질 것 같다. 이런 말도 지금은 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다.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에 나중에 내가 유명인이 되면 여기에 이런 걸 쓴 것이 큰 장애로 작용해 사회적으로 그 자리에서 매장될 것이다.
세상의 진실 인간은 무지(無知)를 두려워한다. 거기에 공포와 불안이 있다. 모르면 뭐 거기에 대단한 거라도 있는 줄 안다. 그러나 가보면 별거 없다. 어설프게 알고 무서우니까 준비와 계획도 없이 마구 뛰어든다. 실은 별거 아닌데, 모르니까 대단한 거라도 있는 것 같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뛰어들어 큰 낭패를 보고 실패를 한다. 뭘 하려면 그것에 대한 지식과 경력을 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고 그때는 별거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다. 이런 걸 깨닫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그냥 단순한 호기심과 공포로 우르르 몰려가서 손해 보는 인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또 원래 세상의 이치다.
작가는 자기의 기질이 그러니까 외톨이 늑대 같이 혼자 활동하는 사람을 로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중간중간에 내용을 요약하는 버릇이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간들이 고약하게 이렇게 친절히 해설해 주면 그걸 좀 낮게 본다. 좀 이해가 안 가야 더 고급으로 보는, 못된 버릇이 인간에겐 있다. 고쳐야 하는데 안 고쳐진다.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다. 빙빙 돌려봤자 결국 그 소리인데 괜히 빙징 돌려 말하면 고급으로 더 치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작가는 외롭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 뭐든 안 하려는 사람을 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계산적이지만, 자기에게 그로부터 나중에 돌아오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가 젊으면 앞으로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에 도우려고 하지만 그게 시간이 지나도 그러면 돕기를 그만둔다. 그 사람에 대해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인간이기 때문에, 그 열심히가 자신도 바라거나 하려는 것이다. 자기 방향과 다른 열심이면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 독자가 자꾸 사라지는 시대에 작가는 자신이 바라거나 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직업이다. 작가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 작가는 참 어찌 보면 위대한 사람들인데, 혼자서 외롭게 투쟁하고 있다. 사람은 결국 계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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