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발췌, 수정, 요약 내용입니다.

D-29
발췌, 수정, 요약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멸종한 생명을 전시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공룡을 왜 연구할까요? 옛날에 살았던 짐승들이 라고 생각할 때는 몰라도 진화라는 걸 알고 부턴 그들과 우리 인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가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생각할 게 또 하나 있죠. 그들이 왜 멸종했을까? 이걸 알고 반면교사 삼으 려는 거예요. '삼엽충은,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 그들의 멸종을 교훈 삼아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할 수 있을까를 따져보는거죠.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랑 같 아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찬란 함을 배우려는 게 아니거든요. 역사를 배우는 건 망한 역사를 배우는 거예요. 한나라, 로마, 고려, 통일신라, 조선 모두 다 망했어요. '왜 망했지?' 그 망한 이유를 알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지속할 수 있을까?'의 답을 찾기 위해 역사를 배우는 거죠. 자연사도 마찬가지예요. 그들 이 왜 멸종했는지를 알아보고, 그렇다면 환경이 이 렇게 변할 텐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 을 찾기 위해서 자연사를 배우는 거죠. 인류라고 영 원히 존재하지는 못할 거예요. 다만 생명체가 평균 적으로 130만년쯤은 존재해야 하는데, 호모사피엔 스는 30만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지금 생물들이 멸종되는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라고 얘기해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지나갔고,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뤄지는 중이 라는 거죠. 대멸종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70 ~95%가 사라지는 것인데, 그때마다 최상위 포식 자는 반드시 멸종했어요. 현재 지구에 있는 개체는 무게로만 따져보면 호모사피엔스가 가장 많죠.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을 보면 사람은 결코 여섯 번 째 대멸종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자연사가 가르쳐준 진리예요.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 이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 고 말해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시작됐다면 인 류의 수명이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밖에 안 남 았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0년은 짧고, 1만 년은 너무 긴데, 몇천 년은 되지 않겠어?' 이렇게들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기후위기가 급격화 된다면 정말 500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요. 10년 전에도 제가 기후위기를 얘기했지만, 지금과 달리 10년 전만 해도 약간은 여유가 있었 어요. 지금은 정말 급박함이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지금 지구상에는 생물이 약 2,000 만 에서 1억 종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굉장히 많은 것 같지만 지금까지 지구에 등장했던 생물의 1%에 불과해요. 나머지 99%는 멸종했어요. 이렇듯, 자연의 역사란 결국 멸종의 역사를 의미 합니다. 사라져버린 것들의 역사라고나 할까요. 모든 생물은 결국 멸종해요. 3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다를 지배했던 삼엽충도 멸종했고, 1억 5,000 만 년 동안 중생대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들도 소행 성 충돌 단 한방에 멸종했죠. 물론 공룡의 멸종에 대한 이론은 100가지가 넘지만요. '공룡' 하면 사 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공룡은 왜 멸종했 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멸종한 이유가 아니 라, 어떻게 살았는지를 궁금해 해야 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혹시 멸종 되는 거 아닐까 를 걱정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같이 고민 하고 방법을 찾으면 좋겠죠.
자연현상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인간으로 살면서 자기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필요 합니다. 자기 기준이 있어야 일관되게 살 확률이 커지고, 논리적 모순 없이 살기만 해도 다른 사람 한테 예측가능성을 주기 때문에 훨씬 더 믿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도 수월합니다. 중요한 건, 이때 자기가 세워놓은 기준 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이 사실 을 알면 자기 기준에 따라서 살다가 뭔가 좀 이상하 면 '틀렸나?' 하고 바꿔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인간의 문제는 오히려 답이 틀릴 수 있다는 것, 내 가 늘 옳은 건 아니라는 것, 나아가 본래 절대적으 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 니다. 최대한 자기 기준을 만들어서 그 기준과 모순 없이 일관되게 살도록 노력하되 끊임없이 점검해 나가는 것이 최선 아닐까요? 마음이란 것은 정의가 잘 안 되는 단어라서 과학계 에서는 의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편이죠. 아직 의식이 무엇인지 합의 된 정의가 없어서 뭔지 잘 모 르는 겁니다. 물론 의식이 있어서 나오는 현상은 있 죠. 의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손도 움직이고, 고 통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런 현 상을 일으키는 배후에 이 모두를 관장하는 좀더 고 차원적인 뭔가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죠. 증거가 없을 때 과학에서는 그냥 모른다고 그래요. 제가 어디 가더라도 별로 겁이 없는 것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돼요. 모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지금 과학도 모르는 게 많죠.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 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신의 섭리에서 과학의 질문으로 학문의 역사를 보면 서양의 근대과학이 1600년대 쯤에 탄생했다고 믿어지는데, 그전까지는 철학과 신학이 과학의 역할도 담당했어요. 오늘날 우리의 감각으로 신학은 주로 인간의 도덕과 삶에 관한 이 야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당시 신학자들은 별을 이야기하고, 천문 현상과 기상현상을 이야기 했거 든요. 심지어 물질을 이루는 근원도 이야기했잖아 요. 누가 무엇을 묻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성경 에 있어." 이렇게 말해야지 성경에도 답이 없는 게 있다고 하는 순간 이단이 되고 죽임을 당할수도 있 었어요. 반면 과학은 시작부터 명확하게 무지를 인 정해요. 그리고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얻은 증거로만 이야기하거든요. 그걸 일반화시킨게 귀납법이죠. 그렇게 해서 얻어 진 것만 가지고 이야기 하라는 건 그렇지 못한것에 대해서는 입 다물라는 뜻 이죠. 실제로 입을 다물 어요. 갈릴레오는 한 번도 인간의 도덕에 관해 책 을 쓴 적이 없고, 뉴턴도 예술에 대해서 이론을 만 든 적이 없고요. 자기가 진행한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만 가지고 이야기하라는 뜻은, 잘 모르는 분야 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라는 의미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종종 이런 질 문을 받아요. "귀신은 있나요? 영혼은 있나요?" 그러면 답은 아주 쉽죠. "몰라요." 왜냐하면 없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누군가 "유니 콘이 있나요? 없나요?"라고 물었을 때 "유니콘이 있겠어요? 없죠"라고 답하니 질문한 사람이 과학 적으로 증명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죠? 지금부터 우주 전체를 샅샅이 찾아봤는데 유니콘이 없다,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다. 그게 증명이에요. 그러니까 무(無) 존재의 증명은 모집단 전체를 샅샅 이, 시간 전체를 통틀어서 우주의 탄생부터 끝까지 다 확인 했는데도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증명인 거예요. 있다는 건 증명할 수 있어요. 보여주면 되 니까요. 그래서 과학은 있다는 것만 이야기해요. 없는 건 얘기 안 해요. 놀라운 건 법칙이 만들어지 면서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까지도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는 거예요.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있으니까 에너 지가 보존되지 않는 현상은 불가능 하다는 말을 하 죠.이런 예측 가능성이 생기게 된 거죠. 뭔가 좀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건 특별하고 고유한 거래요! 제가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제가 체육을 못했거든요. 건강도 안 좋았고 체육 시간이 너무 싫었어요. 공을 가지고 하는 건 다 못해요. 그래서 축구나 야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많은 분이 과학 이 어렵다고 하는데, 다른 것들은 쉬울까요?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체 그런 편견이 어디서 왔 을까요? 자기와 다른 틀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사람 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언제 나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과학자로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항상 과학으로 세상을 보는 게 익숙했거든요. 아주 오만할 때도 있었죠. 대학 다닐때는 진짜 '이 세상 모든 진리는 결국 물리로 다 알아낼수 있을 텐데, 다른 건 왜 배우지?'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인문 학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인생관이 바뀌었죠. 인간은 과학의 틀 안에서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이 있고, 그것을 이해 하려면 과학보다 오히려 인간의 역사를 봐야 하고, 인간 언어의 한계를 이해해야 하고, 인간은 언어로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서 예술도 알아야 하고... 뒤늦게 다른 것들을 공부하면서 '내가 정말 세상을 좁게 봤구나!'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인생의 목표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그래왔지만 재밌게 살자는게 목표예요. 제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는지 돌아보 면 '재밌겠는데'라고 생각되면 선택했던 것 같거든 요. 물론 하기 싫지만 하는 것도 있죠. 먹고살아야 하니.. 지금도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될 때는 가급적 "이게 재밌겠다. 해보자" 하고 선택해요. 다들 "그거 왜 하냐?" 할 때도 "재밌으니까 하지." 이런 식으로 계속 선택을 했어요.
2023. 1. 27. 본문 발췌 후 덧붙였던 글.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알면 알 수록.. 여러 퍼즐들이 머릿속에서 조립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소크라테스가 '필로소피(지혜에 대한 사랑)' 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스스로 모든 것을 안다고 자처하는 소피스트에 대하여 자신은 지혜의 소유자가 아닌 무지자로서 오직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좌우명도.. '나는 내가 무지하다는 걸 안다' 였다고 기록되어 있다죠.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두 가지 퍼즐이 옆에 붙었어요. '메타인지'와 '과학적 사고'가 어쩌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 됐겠다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이런 추측을 한 이유는..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김 상욱 교수님 파트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은 물질에 대한 이론도, 인간의 도덕에 대한 이론도 만들고, 음악과 예술에 대해서도 다 이야기했지만.. 당시의 기술로 과학 분야까지는 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처음부터 자신들의 연구 분야를 한정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신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했던 시기였던만큼 당연하겠지요..) 물질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것만 다루면 답이 나오기에, 이렇게 연구하는 분야를 '과학'이라고 하자고 해서.. 이런 배경으로 인해, 처음에는 과학이 철학의 한 분야 였다고 김 상욱 교수님은 말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사상에 일부 영향을 받은 제자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 빼고 모든 분야를 섭렵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습니다. 평소,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무진장 싫어하는데요.. 그가 말한 철인 (지혜의 덕을 갖춘 자)이 '소크라테스'였다고 가정하면.. 조금은 설득력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조차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영역까지.. 소크라테스는 경지에 올라있었던 거죠. 철학자 최진석 교수님이 동양의 노자를 '현대철학자' 라고 불려도 될 정도였다며 그에 대한 근거를 말하는데.. 설득 됐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서양의 소크라테스 역시 지금에 와서 해석해본다면.. '현대철학자'라고 불려도 될 정도의 인물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적다가 보니.. 제가 마치 철학 전도사 같네요.;; ...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두 가지 퍼즐이 달라붙은 이유는.. 지금껏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의 사고체계를 크게 뒤바꿔버린 몇 번의 사건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두 가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1. 지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 2. 진화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 지구가 태양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지동설과 생명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설명하는 진화론은, 알아갈수록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거든요. 메타인지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자기객관화'능력 이라고 저는 평소에 생각합니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증명된 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다시 김 상욱 교수님의 파트를 조금 가져와서 예시를 적어볼게요. Q : 세상은 뭘로 이루어졌지? A : 원자로 되어 있지. Q : 증거가 있나? A : 증거가 있지. 이 증거에 의하면, 이건 곧 빨간색이 될거야. (정말 빨간색이 됨) 같은 이유로 명확하게 증명되지 못한 것은.. "모른다"로 일관합니다. ... 위에도 적었듯이.. 소크라테스의 좌우명은 '나는 내가 무지하다는 걸 안다' 였다고 합니다. 이 좌우명 자체가 메타인지인 셈이죠.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질문을 통해 행동의 정당성과 결정에 책임을 지게 했고, 추론과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과학적 사고를 키워 준 셈이죠. 이 두 가지 만으로도.. 현대철학자라 불릴만 하지 않나요? 괜히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한 게 아니겠지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포기할 수 있다." 오늘은 이쯤 적을게요. 적고 보니.. 저 꽤나;; 소크라테스에 진심이네요.
복잡한 신경회로, 도대체 그것들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특성을 가졌을까? 머릿속에서 특정 노래가 계속 반복재생 되는듯한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한 적 있을 거예요. 정확한 답은 뇌과학자들도 잘 모르는데, 서양사람들은 그 것을 뇌 안쪽에 벌레가 돌아다닌다고 표현해요. 브레인웜이 돌아다녀서 계속 같은 노래가 떠오르 는 거라고 얘기하죠. 특정 노래를 강박적으로 되 풀이하는 경험을 전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경 험해본 적 있다고 하니, 뇌의 보편적인 현상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 노래를 되풀이함으로써 안정 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원인은 잘 몰 라요. 특정 노래에 꽂혔다는 얘기는, 그 음악을 들 으면 도파민이 분비될 정도로 좋은 거예요. 원래 음악은 기쁨이자 보상이니까요. 그러니까 계속 듣 고 흥얼거리게 되는 거겠죠. 우리 뇌는 수천억 개의 신경 세포들이 서로 복잡 하게 가지를 뻗어서 연결돼 있고, 그러다가 좀더 자주 신호를 주고받고 함께 반응했던 세포들끼리 는 서로 가지가 연결되기도 하지만, 별로 상관없 는 것들끼리는 가지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뇌가 서서히 성장과 변화를 겪거든요. 그게 뇌 가소성 이잖아요. 그러니, 복잡하게 뻗어 있는 가지들로 인해 어떤 생각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은 지 극히 자연스러운 거예요. 같은 자극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이 만들어지는 것이 복잡한 신경 회로의 경이로움이죠.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을까?' 하고 억지로 그 의미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 어요. 다만 평소 걱정하고 불안해했던 생각이 좀 더 자주 떠오를 가능성이 높긴 하겠죠. 굉장히 자 연스러운 일이에요. 어떤 영상이 떠오를 때 그것 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무작위적으로 생각이 떠오를 때 '어, 이런 방향으로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네!' 하면서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뻗어나가는 과정 자체 를 즐기시면 됩니다. 다만 기승전 다음에 늘 똑같 은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면, 그때부터는 좀더 흥 미로운 대화가 가능하죠. 꿈이 현실에 대한 암시 라고 생각해서 '이게 아무 이유없이 꿈에 나타날 리 없어. 뭔가 의미가 있을거야.' 이렇게 믿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맞으면 '예지몽', 틀리면 '역시 꿈은 반대'라고 해석하고요. 그런데 요즘 최신 수면 연구를 보면, 꿈이라는 건 논리적 개연성 없이 무작위적인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 으며, 그것이 꼭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거나 그 사 람의 무의식을 지배했다고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 는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다만 내적 불안 을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요. '요즘 내 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도 깜빡깜빡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청소년기의 특징이에요. 집중력이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어서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요. 그런데 성인이 깜빡깜빡하는 건 자연스러 운 노화로 인해 뇌 용량이 조금씩 줄어들어, 현재 에만 집중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세상을 하 나의 스포트라이트로 한 지점만 비추고 보는 거라 고나 할까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겪 는 일이에요. 대화 중 주제를 벗어 나듯이요. 아까 말하던 꿈에 대해 마저 말하자면, 우리 꿈이 각별 한 의미가 있거나 예지력이 있는 건 아니니 지난 밤 꿈에 너무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좋지 않은 꿈 을 꿨다고 불안해하거나 좋은 꿈을 꿨다고 너무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지는 말잔거죠. 좋은 꿈이 고백을, 로또를, 사업을 성사시켜주지는 않는다! 자발성, 인식의 확장을 위한 전제조건 현재 내 삶의 진폭이 이만큼인데, 더 많은 걸 경험 해서 그 진폭을 늘려보려는 노력은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내 인식체계가 더 확장될 수 있잖아요. 그 런 맥락에서 삶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 은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오로지 자 발적이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들 이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부모가 억지로 그것만 계속 먹이는 교육을 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데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채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진 독이 아이들의 입에는 쓰거든요. 어린 시절에는 미각이 발달해서 어른들이 느끼지 못하는 쓴맛을 느끼기 때문에 채소를 거부하는 거죠. 아이는 그 냥 써서 뱉었을 뿐인데 "너 지금 반항해?" 하면서 어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때가 있어요. 인간에 대한 몰이해가 폭력적인 강요로 이어지고, 심지어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래서 인식체계를 확장하는 건 중요하지만 오로 지 자발적인 깨달음과 자발적인 노력이 전제되어 야 해요. 주위에서는 그 노력을 응원해주고 지켜 봐줘야 하고요. 예를 들면 당사자가 다른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하거나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거 나, 여행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 식으로 자발적 동기들을 키워야하는 거죠. 지난 100년간 뇌를 연구했던 많은 학자들은 뇌를 입 력에 대한 결과 값을 뱉어내는, 그러니까 자극에 반응하는 블랙박스쯤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안에 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른 채 그랬죠. 그런 데 아주 작은 동물, 하다못해 쥐도 그렇게 행동하 지 않는 거예요. 거대한 뇌를 가진 동물들은 스스 로 질문하고 답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이거 뭐지? 여긴 어디지?' 하다못해 물을 마셔도 '이 물 맛있네. 어디 거지?' 이렇게 자신이 의식하 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 로 답을 찾아요. 놀라운 건 그렇게 질문하고 답을 얻는 순간 기뻐한다는 거예요. 궁금했던 것에 해 답을 얻으면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쾌락)이 분비 돼요. 보상의 회로가 쾌락을 유발하는거죠. "그거 알면 뭐가 좋아?" "그거 어디에 쓸모가 있 어?" 라고 물으면 사실 유익할 건 별로 없는데, 그냥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뇌 의 기능이고, 답을 얻으면 그 자체가 보상인 거예 요. 그것이 유익하거나 필요해서가 아니라요. 그 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가만 놔둬도 돌아 다니며 탐색하고, 그렇게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 어지니 어떤 사건에 대해 적절한 다음 행동을 취 할 수 있고, 그 이후의 상황도 예측하게 되었어요. 값을 입력한 후 출력값을 내라고 열심히 학습시키 지 않아도 질문하는 능력과 답을 얻었을 때의 기 쁨을 경험하게만 했더니 스스로 똑똑해지고, 세상 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된 거죠. 그렇게 세상을 더 알고 싶어서 안달난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들 이죠. 그리고 우리가 그걸 '호기심'이라고 정의했 어요. 그러니까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고등 한 동물들은 호기심을 장착한 존재인 거예요. 그렇게 배운 것은 그냥 외운 것보다 뇌에 훨씬 더 오래 저장돼요. 궁금해하던 질문에 답을 얻으면 그것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3배나 더 높아져요. 학습능력도 훨씬 좋아진다는 의미죠.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생활 재밌어? 공부 재밌 어?"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다 똑같아요. "어떻게 공부가 재밌겠어요?" 도파민(쾌)이어야 할 공부가 요즘 아이들에겐 코르티솔(불쾌)과정 이 되어 버린 거죠.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 때?" 하고 물어보면 "학원보다는 나아요." 이렇 게 대답해요. 하지만 학교는 배우는 곳이고 배운 다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우리는 모두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요. 우리 도 스스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원하 는 대로 한번 세상을 살아보자!" 이럴 수 있거든 요. 결국 우리 삶을 얼마나 그런 경험들로 채우느 냐가 중요한 거죠. 우리가 인생 전체를 그렇게만 살 수 없다면, 일부 시간이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그런 것들로 채워보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삶이 얼마나 그런 경험들로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 이 결정되고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이때 중요한 게 자발성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 하고 싶어요. 그래야 답도 찾고 그 과정도 즐기게 될 테니까요.
2023. 8. 25. 본문 발췌 후 덧붙인 글. 뇌과학 좋아하시나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뇌과학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정 재승 교수님을 꼽겠습니다. (물론 다른 훌륭한 분들도, 많은 걸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대중적인 기준에선 압도적으로 유명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제 피드에서는 주로 세 가지를 다룹니다. 정치, 역사, 자연과학. 물론 구분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둘 중 한 가지에 속할겁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이 둘의 차이는 인간이 만든 것과 자연이 만든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단순화 했지만요..) 이런 식의 구분이라면.. 자연과학이 압도적으로 더 거시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겠지요.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지만, 자연의 모든 것을 설명하진 못했으니까요. 반면, 인문학은 과거에 쌓였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도 계속 변화중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정 재승 교수님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최 재천 교수님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점에서요. 물론 방식의 차이는 있겠죠. 최 재천 교수님은 시인의 감성이 베이스지만, 생물학자 겸 생태학자로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많은 이에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알려주고 계시죠. (최근 책에서도 다뤘듯이..) 정 재승 교수님은 물리학자 겸 뇌과학자로서, 정말 어렵사리 얻은 고차원적인 지식들을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노력을 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어요. 오늘은 정 재승 교수님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더 이어 가자면.. 정 재승 교수님은 주로 의사결정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해서 대중들과 소통해왔죠. 저는 늦게서야 알았지만.. 1세대 과학자 중 단연 돋보이는 엘리트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학 대중서의 바이블이라 불릴만한.. <과학 콘서트>도 재미있게 읽었었고, <열 두 발자국>도 읽으려고 사 둔 상태입니다. 애정을 드러내다보니.. 시간을 다 써버렸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저의 시간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 써온 두 분에 비한다면 매우 작은 수준일 테니까요.
새로운 삶의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점 신 영복 선생님의 그림 중,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가다가 잠시 서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저는 그 그림이 의미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새겨야 할 가르침이 아닌가 싶어요. 코로나, 기후 위기도, 지구 전체가 어쩌면 너나 할것 없이 도로 를 뚫고 달려온 시간의 연속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도 파괴되고, 사람의 관계도 효 율과 손익만 따지면서 각박해지고,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목표가 되었잖아요.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하고, 떨어져 있어야 하고, 쉬어야 하는 이 시간이 바로 도로를 달려온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숲을 걷는 삶으로 전환하라 는 요구가 아닐까 싶은거죠. 그런 면에서만 보면 이번 계기가 새로운 삶의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시점 같기도 합니다. '나의 생존'이 유일한 목표인 자본주의 세계 누구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사람들의 두려움을 상쇄시켜줘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잘 안 될까요? 사회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진 축적의 논리,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으로는 이른바 '존재론적 세 계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상황 때문이겠죠. 국가면 국가, 기업이면 기업, 단체면 단체,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자기 몸집을 불리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 거죠.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생존과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 습니다. 그런 존재론적 세계관을 가지면 '나'라는 존재의 덩치를 끊임없이 키워야 하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키워도 나보다 큰 사람이 나타나면 분명히 열패감이나 회의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고, 반 대로 나보다 작은 사람에게는 우월감을 느끼기에 이 두 가지가 반복되면 행복해지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신영복 선생님이 제안하신 것이 '관계론' 입니다. 중요한 건 존재가 아니라 관계라는 거죠. 인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가족, 친구, 동료 등 수많은 관계 속에 존 재하는 것이지, 나라는 개인이 홀로 있을 수는 없 거든요.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도로의 삶을 어떻 게 성찰하고, 새롭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면에 서 신영복 선생님의 관계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영복 선생님은 우리에게 동양고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시서화에 능한 인문주의자 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분석 하고 규명하는 정치경제학자였어요. 신영복 선생 님이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래 맡았던 과목들이 정치경제학과 한국사상사, 고전 강독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 인간에 대한 너른 이해 없이 메마른 사회과학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인식한 이가 진정한 변화를 도모 하기 위해 필요한 연장이 인문정신에 있다고 보신 거죠.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입 니다. 국가 역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존재론적 세계 관에서 벗어나 관계 속에서 공존하는 관계 중심의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게 신영복 선생님 사상의 핵심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수십 년, 수백 년을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경쟁에서 뒤처지 면 안된다는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죽을 것 같기에, 내가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청년세대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현재의 청년 세대가 가진 가장 중요한 이념이라면 '살아남기' 즉 생존주의인데, 그 이면에는 내가 생존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들이 말하는 생존의 개념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 니에요. 이 체제가 매번 경쟁을 시키잖아요. 이를 테면 2년에 한 번씩 심사해서 정규직 전환을 검토 하는 사회 시스템에서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는게 생존이에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이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라요.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국가가 나를 살려줄 것이다.' '이 사회가, 이 공동체가 나를 살려줄 것 이다.' 그냥 이런 믿음이면 될지도 몰라요. 구체 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것들은 국가와 사회, 기성세대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은 그런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되겠어?" 이런 생각만큼 나쁜게 없어요. 나때 안 되면 내 후대에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본주의의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우리가 신 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런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미 리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소위 군사독재 시절을 지날 때 누구도 이 사회가 지금처럼 바뀔 거라는 생각을 쉽게 못 했잖아요. 긴 일제강점기를 거쳐 독립을 할 때도 그랬겠죠. 갑자기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서 뭘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지극히 평 범한 사람들이 나서서 조금씩 바꿔 왔었죠. 물론 그래도 '과연 그렇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식의 사고가 지금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일 수도 있어요. 변화라는 건 원래 한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이루어지는 거예요. 잘 살펴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규 범도 많이 바뀌어온걸 알 수 있어요. 불과 20~30 년 전만해도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고 아무렇게나 쓰레기 버리고 살았잖아요. 심지어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죠.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 이지만 택시 안에도 재떨이가 있었으니까요. 그러 다 어느 순간 규범이 바뀌어 있는 걸 느끼게 되죠. 처음에는 작게나마 금연석이 생기고, 흡연실이 생 기고, 그러다가 그러한 규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이제는 제도로까지 자리잡은 거고. 그 런 변화가 언제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러니 '뭐가 되겠어?' 이런 생각만큼 나쁜게 없 어요. 나 때 안 되면 후대에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인간이 관계적 존재라는 건 우리가 다 알지만, 자 꾸 잊어요. 그래서 나부터 생각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이기고, 더 커지고, 더 강해질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죠. 사실 자본주의가 만든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 속에서 그냥 함께 있으면 모든 걸 잊고 편안하 게 숨쉴 수 있는 관계들, 그야말로 작은 숲을 조금 씩 만들어가보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큰 더불어숲 이 만들어지겠죠. 사단법인 더불어숲도 그런 작은 숲의 시작인 거고요. 전에 신영복 선생님을 뵐 때 마다 들었던 생각이 '어떻게 저렇게 다 꿰뚫고 계 실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소탈하실까?' 하는 거였어요. 신영복 선생님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춘풍추상(春風 秋霜). 신영복 선생님이 자주 쓰시던 문장입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 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 실제로도 선생님은 그런 삶을 사셨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그 원칙은 지키려고 애쓰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 던 비결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였어요. 이를테면 같이 짜장면을 시켜먹으면 가장 먼저 일어나서 뒷 정리를 하셨어요.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죠. 늘 부지런히 일을 찾아서 하셨고, 그런 모습을 보 면서 '저분은 정말 자기 글처럼 사시는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절로 하게 됐어요. 오래전에 선생님 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 은 내가 모든 답을 가진 줄 안다. 답이라는건 결국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건데, 나보고 자꾸 답을 달라고 한다." 이런 말씀을 푸념하듯이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거죠. 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결 국 우리가 찾아야하는거죠. 다만 그 답을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근거를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 말씀, 그분의 삶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하는거죠.
2023. 10. 18. 발췌 후 덧붙인 글. 해당 파트의 김창남 교수님은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사단법인 더불어숲의 이사장입니다. 사단법인 더불어숲은 "우리 더불어 신영복 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지키자." 라는 미션을 품고 있어요. 해당 미션만으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요. 즉, 이번 다룰 내용은.. 신 영복 선생님 파트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해당 내용을 다루게 된 것은 최근 '막말 논란'으로 이슈의 중심에 떠오른 김 문수 위원장 덕분(?)입니다. 지금은 주로 책을 읽지만.. 책을 읽기 전부터 오래도록 강연을 들어왔었습니다. 요즘에도 좋아하는 분들의 강연은 찾아서 즐겨 듣습니다. 저는 평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대부분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흔히 알려져 있는.. "내 삶이 곧 나의 메시지다" 라는 말을 특히 좋아하지요. 물론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전부를 믿을 수는 없을겁니다. 해당 주장에 설득되지만 더 검증을 해보고 싶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면 되죠. 물론 사실을 중심으로요. (공격포인트만 선택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주장해서는 매우 곤란합니다.) 해당 책의 내용이.. 직접 판단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면 확실히 김일성주의자다." 라고 말했던 김 문수 위원장이 그동안 걸어온 족적을 제가 사실을 중심으로 짧게 파악한 바는 이렇습니다. 하단 링크의 뉴스 기사 내용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https://naver.me/x1g8CQqz 광경 하나.. "내가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지금 전화 받는 사람 이름이 누구요? 도지사가 누구냐고 이름을 묻는데 답을 안 해? 아니 지금 내가 도지사 라는데, 지금 그게 안 들려요?" 2011년, 경기 남양주 소방서에 전화가 걸려왔다.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환자 이송 체계 등을 문의하려고 건 전화였다.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은 김 전 지사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보 조치 됐다. 이후 과잉 조치 지적에 7일만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경 둘.. "나보고 왜 가자고 해.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이러면 안 된다고 당신들. 내가 국회의원 세 번 했어!" 2020년 8월 중순 무렵, 국회의사당역 승강장 앞. 지하철을 기다리던 김문수 전 지사와 일행들에게 경찰이 다가간다. 일행 A씨가 코로나 검진을 받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김 전 지사에게도 같이 갈 것을 제안하자 김 전 지사는 이처럼 핏대를 세우며 호통을 쳤다. 해당 이슈 말고도.. 여러 행적들이 더 있지만 굳이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김 문수 위원장은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의 요약에 의하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정책 및 이와 관계된 경제, 사회 정책을 협의하기 위한 기구로.. 대통령 자문기구입니다. 과거, 갑질을 일삼았던 의원이.. 오래 전에 노동운동을 했었다는 이유를 근거로 이런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말을 가려서 해야지요. '김일성주의자' 라고 낙인 찍는 방식은 정말 치졸합니다. 제발 주장을 할거면.. 타당한 근거를 대세요. 정진석 의원에게 라이벌의식을 느꼈는지.. 절대 방패를 지닌 '캡틴 코리안'이라도 되었다고 느끼는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부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별별 이야기, 모든 일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어렸을 때부터 하늘 보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중 학생일 때였던 것 같은데,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 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어요. 장마가 끝날 즈음 먹 구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노을이 지면 무척 예 쁘거든요. 하늘도 다채롭고요. 당시에는 하늘을 보고 연구하는 게 다 천문학인 줄 알았는데, 나중 에 알고보니까 구름, 노을, 비, 무지개 이런건 기 상학에서 다루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은 별에도 끌리고, 바람에도 끌리고, 노을 이나 구름에도 끌리고, 바다에도 끌린다고 생각 해요. 우주도 자연의 일부니까요. 아주 거대한 자 연이요. 우리가 산에 가서 나무나 꽃이나 바위를 보듯이 달이나 별 같은 우주를 연구할 때도 그렇 게 자연을 탐구하는 마음인 거죠. 어린 아이들도 하늘에 별이나 달이 떠있으면 좋아하잖아요. 우리가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면 다른 시야를 가질 수 있잖아요. 그 시야를 좀더 키워서 지구의 스케일로 보고, 우주의 스케일로 본다면 또다른 시선으로 또다른 사고를 할 수 있을거예요. 저도 천문학을 연구하다보면 가끔 치유받는다는 느낌 이 들 때가 있거든요. 별이 주는 위로가 있어요. 제가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 같은반 친구가 떠올라요. 고등학 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됐는데, 친구는 고등 학교에서 천체관측 동아리 활동을 했나봐요. 그래 서인지 성도라고 천구상 천체의 위치를 나타낸 지 도 뒷면에 편지를써서, 직접 찍은 별 사진과 함께 제게 보내줬어요. 그 편지에 "나는 천문학자가 될 거야. ○○대학교 천문학과에 갈 거야." 이렇게 적혀 있었던 게 기억나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천문학과라는게 있구나.' 천문학자가 되는 길이 있구나.' 제 관심은 그걸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저희 학교에 지구과학선생님이 두 분 계셨는데, 두 분다 너무 독특하고 재미있으셨어요. 처음에는 "저게 뭔데 저렇게 즐거워하면서 설명하실까?"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갖다가 점차 천문학 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지구과학 책 후반 부에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 나오거든요. 그 모든 일이 고등학교 3년 동안 한꺼번에 일어났죠. 친 구한테 별 사진을 받았고, 지구과학선생님들이 너무 재밌었고…. 부모님은 저를 거의 방임하면 서 키우셨고, 저도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반대는 없었어요. 보통 천문학과에 간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반대하시거나 걱정하시거든요. 돈벌 이가 안된다는 선입견 때문이겠죠. 만약 천문학 자가 별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돈을 받는다면 너 무 잔인할 거예요. 평생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그런데 다행히 대부분의 과학자들처 럼 보통은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요.(웃음) 천문학은 무엇인가? 제가 천문학을 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주변에 저 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비 현실적인 몽상가들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저 스스로도 가끔 허무맹랑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때 제 주변사람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참 좋아요. 어쩌면 저는 천 문학 보다 천문학자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는 다 지구인들이지' 혹은 '우리는 다 우주인들이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 같이 끼어 있다는 걸…. 한자의 우주는 '집과 집'이라 는 뜻인데, 이 우주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 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어로는 스페이스, 유니버스, 코스모스로 다양하게 번역되기 때문에 헷갈리실 수 있는데, 스페이스는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 주공간을 뜻해요. 그래서 우주 탐험, 우주 전쟁 등 을 나타낼 때는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유니버스는 천문학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우주를 의미해요. 이와 달리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종교 와 철학 등이 덧붙은 조화로운 주관적 우주, 그러 니까 카오스와 반대되는 질서 정연한 우주를 뜻해 요. 칼 세이건이 쓴 유명한 《코스모스』라는 책은 그 내용에 천문학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알파가 더해졌음을 알 수 있죠. 천문학계에서는 최근 한 10여 년간 우리 태양계에 속해 있지 않은 외계 행성을 찾는 분야가 빠르게 부상 중이예요. 예전에는 태양계 하면 태양과 수-금-지-화-목-토 -천-해-명 같은 것들을 애기했잖아요. 헌데 이제 는 '우리 태양계'라고 얘기해요. '다른 태양계에 도 지구 같은 행성이 있을까?' '목성 같은 행성이 있을까?' '다른 태양계에도 우리 태양계와 같은 순서가 있을까? 아니면 뒤죽박죽 얽힌 전혀 다른 세계일까?' 이런 의문들이 3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현실이 됐어요.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다른 태양계에도 지구 같 은 행성이 있는지를 찾고 있고, 생각보다 많이 찾아냈고, 앞으로 더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가 나무 를 보던 시야에서 숲으로, 지구로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지구인들이 서로 도우며 사는 법 천문학계에서는 탐사 관측이 끝나면 통상 1년 정 도 자료를 독점하고, 그 이후에는 대부분 공개합 니다. 사실 이 전통은 저도 제가 태어나기 전에 형 성되었기에,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러한 정서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거라고 알려 져 있어요. 냉전 시대에 미국과 구소련이 서로 달 에 가려고 첨예한 '우주 경쟁'을 펼쳤잖아요. 미국 은 그때부터 대부분의 연구 자료를 공개하는 편이 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어떤 문제나 실패가 있었는지도 모두 기록되어 있고, 이 자료들은 원 한다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구소련 은 그런 과정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죠. 구소련 의 '루나시리즈'도 발사 당시가 아닌 성공한 이후 에 붙여진 이름이에요.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하 면 '루나'라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다음 세대들이 그 과학기술을 이어받 는 데는 공개된 자료가 있는 쪽이 훨씬 유리했던 거예요. 그리고 10년, 20년이 지나고 전세계인들 이 그 자료들을 공유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미국만 의 기술, 미국만의 영광이었던 결과들이 점차 모 든 지구인의 쾌거가 된 거죠. 그 덕분에 미국이 우 주 경쟁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었고, 미국 역시 그 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도 그 전통을 유지하는 거라고 저는 추측하는 거죠. 반면 중국은 최근 활 발한 우주 탐사를 펼치고 있지만 공개된 자료는 많지 않아요. 예를들어 지금 달 주변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이 있거든요. 만약 지구에서 새로운 달 탐사선을 쏜다면 달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들 과 모든 망원경들이 그 탐사선을 관측하려고 기 다려요. 마치 기자들이 연예인 출근길을 찍으려 고 기다리는 것처럼 달 근처에 도착할 때 관측하 려고 대기하는 거죠. 그래서 달에 도착하면 사진 을 찍어주기도 하고, 충돌해서 부서지면 파편을 찾아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중국은 일단 쏘고, 발 사가 성공한 뒤에야 발사 사실을 알려줬거든요. 그래서 망원경과 인공위성들이 관측을 못 했어요. 물론 그들은 성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그런 중간과정을 공유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안타까 워요. 관측이 잘되면 당연히 관측자료도 공개할 텐데, 혹여 우리 탐사선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저 는 그 과정들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한국은 수준이 별로야"라고 비웃는 게 아니라 "쟤네가 뭘 잘못해서 저런 결과를 얻었는 지 알아보자. 다같이 알자. 그리고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 이렇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 이에요. 이때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애초부 터 설계가 잘못됐거나 과학적으로 생각을 완전히 잘못했거나 정책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어요. 이걸 부끄러워하거나 자존심 싸움으로 생각할게 아니 라 문제점을 찾고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직전의 실패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했더니 실패하는구나.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지' 하고 배울 수 있다 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후배들이 보면서 용기 와 격려도 얻을수 있고요.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 구나. 계속 하다보면 내게도 기회가 오겠구나'하 는 희망도 얻게 될거예요. 그래서 실패를 인정하 고, 기록하고, 함께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22. 12. 23. 덧붙인 글 천문학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의 관심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조금씩 관심을 넓혀가고 있지요. 해당 책은 그런 측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7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모음집 이기에 비교적 쉽게 다가오고 재미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과거에 조금씩 다뤘었지만, 두 분만 아직 한 번도 다루지 못했더군요. 관심사에 따라 뒤로 밀렸겠죠..;; 당시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기 전이라 특히나 더 관심이 없었나봐요. 지금은 코스모스를 정말 인생 책 중에 하나로 꼽습니다. 우주에 대해 알고자 함은.. 결국 생명에 대해 알고자함이기 때문입니다. 꽤나.. 철학적인 주제 같아요. 그럼에도 한 참 뒤에서야 심 채경 박사님 파트를 읽은 이유는 역시.. <알쓸인잡> 때문이죠. 스스로에게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다고 말하는.. 이 분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어요. 제 눈에는 특히나, 뒤늦게 합류한 멤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마음이 갔습니다.
기본소득의 개념 그리고 오해와 편견(경제 전문가 이원재 대표) 제동: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2050 랩 대표? 원재: 랩(LAB) 2050입니다. 2050년에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정책을 펼 쳐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2050년은 지금 으로부터 30년 뒤니까 한세대 뒤죠.(중략) 원재: 기본소득은 국가가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을 의미해요. 즉 재 산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 는 현금이죠.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 비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생계급여를 지원하 지만, 기본소득은 대기업 회장, 무직자, 기초생활수 급자,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 되는거예요. 또한 기본 소득은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지급돼요. 4인 가구라면 나이와 성별, 소득에 상관없이 4인 전원에게 각각 지급하는 거죠. 게다가 받는 사람에 게 일을 하라거나 구직 활동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 아요. 자원봉사자, 전업주부, 사회운동가들처럼 금 전적으로 노동가치를 인정받지 못해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기본소득 은 이들에게도 모두 지급되는 거예요. 기본소득과 소득의 재분배를 논하면 늘 따라오는 말이, "그럼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누 가 열심히 일하겠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 는데요, 기본소득과 공산주의는 굉장히 다릅니다. 공산주의는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 가 일자리를 다 보장하는 시스템이죠. 반면에 기본 소득제는 지극히 시장경제적인 발상이에요.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드릴테니 마음대로 하고싶은 거 하 세요." 그러면 기본 소득이 생긴 사람은 그 돈을 가 지고 시장에 가서 쓰기도 하고, 투자를 한다거나, 기부를 하기도 하고, 자기 마음대로 쓰는 거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겁니다. 지극히 시장경 제적인 발상이에요. 그리고 기본소득은 사회적 신 뢰와 연대감을 형성하는데 좋은 측면이 있어요. 예컨대 이런 거죠.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릴 때 굉장히 부유하게 지낸 사람도 만나고 몹 시 가난하게 지낸 사람을 만나기도 하잖아요. 재 벌가 3세와 시골에서 나서 어렵게 자수성가 하신 분이 같은 대학에서 동료교수로 만날 수도 있고, 벤처 기업가로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서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거든요. "아, 옛날에 우리 국민 학교 때 난로에서 조개탄 때곤 했잖아." 이처럼 같은 세대라면 이런 얘기를 공유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만약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 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미국처럼 상위 10%는 아주 특별한 사립학교에 다니고 개인 교 사가 있다면 사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초등학교 시절 얘기를 꺼낼 수 없겠죠. 서로 경험이 너무 달라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없 을테니까요. 이것을 사회보장제도와 연결해 생각 해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민에게 긴급 재난 지원금이 지급되니까 사람들이 만나면 대부분 "나는 받아서 얼마 썼다." "미용실 갔다." "안경 맞췄다." "소고기 먹었다." 이런 얘기를 스스럼 없이 했잖아요. 그러면서 연대감이 형성되거든 요. 그런데 "나 이번에 실업급여 받아서 소고기 사먹었다.", "나 가난해져서 생계급여 받았거든." 이렇게 얘기하는 거 못 들어보셨잖아요. 연대감이 형성이 안 돼서 그래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 는 사람끼리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처럼 기본소득 도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연대감을 줘요. 반대로 차등을 두기 시작하면 연대감 형성이 안되는 거 죠. 그래서 복지제도를 도입할 때는 가급적 보편 적으로 비슷한 품질을 모든 사람이 누리게 해주 는게 좋다는 것에 많이들 동의해요. 제동: 그런데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도 적지 않잖아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원재쌤 같 은 사람을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기본소득을 꼭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원재: 저는 19세기 유럽이 만든 질서가 지금 전환 기를 맞았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았 다고 얘기하면 엄청 과격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 문에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을게요. 이게 뭐냐면 19세기에 사회보험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모든 사 람이 고용된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고, 장차 그렇 게 될 거라고 예상한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성인 남성의 완전 고용을 생각했던 거죠. 그때는 여성 이나 청소년, 어르신은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특히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지금처럼 고령화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 었지만 어쨌든 완전 고용이라는 개념이 있었죠. 그게 항상 정책의 목표였고, 경제는 완전 고용을 향해 달려가야한다고 믿고 사회보험제도를 만든 거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완전 고용되는 것이 아 닌 상태가 정상이 되면, 다시 말해서 정상상태가 완전 고용이 아닌 다른 형태로 바뀌면 이 제도가 작동을안하게 돼요. 이게 요즘 말하는 새로운 정 상, 좀 어려운 말로 '뉴노멀'이라고 하는거고, 그 래서 기본소득제 얘기가 나오는 거죠.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사회보험제도의 핵심은 고용된 사람 중심으로 유지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전국민 고용보험이 확대돼서 문화예술인에게까지 적용이 된다면 공무원들이 찾아가서 소득을 조사하고, 보 험료와 예상 수령액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식 으로 접근하면 너무 복잡하고 행정적으로도 비용 이 많이 드니까, 모든사람에게 똑같이 일정한 급 여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거예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개인에게 일정한 급여를 평생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지금보다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모두가 고소득 프리랜서는 못 돼도 기본소득은 받는 프리랜서가 되는 거죠. 그러면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져서 아 무 일도 못하게 되어도 어느 정도 소득은 유지가 되는거예요. 제동: 그런데 원재 쌤은 어쩌다 기본소득에 관심 을 갖게 되셨어요? 원재쌤 정도면 굳이 기본소득 에 관심 안 가져도 될 것 같은데요. 원재: 제게는 좀 독특한 경험이 하나 있는데요. 꼭 그것 때문에 기본소득을 생각한건 아니지만 이 경험이 시작이었던 것 같긴 해요. 제가 어릴 때 소록도라는 곳에서 살았어요. 전남 고흥군에 있는 섬인데, 지금 명칭은 국립소록도병원이고, 당시에는 국립나병원이라고 불렸어요. 한센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만든 병원이자 마을인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거기서 2년 동안 살았어요. 아버지가 공무 원이셨는데 그 병원 직원으로 일하셨거든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분들은 딱 한가지 를 할 수가 없어요 바로 노동이에요. 그러다보니 직장에 고용돼서 일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데 소록도에서는 어떻게 잘 사시느냐?" 이유는 단순해요. 모든게 보장돼요. 집, 식사, 의료가 다 제공됩니다. 그러니까 이분들은 노동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무엇 이 되었건 작은 일이라도 일을 해요. 사람이 일자 리가 없으면 나태해질 거라고 얘기하는 분들은 아 마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럴 거예요. 저는 노 동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모든 게 다 보장 돼도 사람들은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을 확인한 거예요. 또 한 가지는 소득 자체에 대한 생 각인데요.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을 때 제가 마침 수습기자로 일하면서 충격적인 경험 을 많이 했어요. 그때 새벽마다 경찰서에 다니는 게 일 이었는데, 이틀이 멀다하고 자살 사건이 벌 어지는 거예요. 'IMF 구제금융사태' 하면 은행이 망했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게는 보 통 사람들의 자살로 기억되거든요. '근본적인 문 제가 뭘까?' 생각했을 때 제가 찾은 답은 소득이 었어요. 하지만 정부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 는 것 같더라고요. 정부는 계속 "경제 살리자!" "일자리 만들자!" 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사람 들에게 심각한 문제는, 지출은 여전히 많고 가족 도 부양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소득을 벌 수 없다 는 절망과 불안이었거든요. 소득과 소득의 안정 성이 굉장히 중요한거죠. 두 가지를 조합해서 제 도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많이 생각했어요. 근로장 려금이나 고용보험 같은 것도 많이 찾아봤는데, 기본소득제를 접하는 순간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 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소득의 문제를 해 결하는 도구로서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두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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