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강영숙 소설가 신작 『분지의 두 여자』를 마케터 &편집자와 같이 읽어요!

D-29
저도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는데 만족해요. 좋은 책들이 많이 올라와서 즐겨읽곤 합니다. 전자책으로 읽으면 집에 책들이 안 쌓여서 더 좋기도 하지만 종이책이라는 물성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 전자책으로 먼저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사놓아요. 진영은 자신에게 유전자적 결함이 있다는 게 밝혀지고 난 뒤에 더이상 자신이 잉태한 아이가 부모들이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진영도 아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진영도 아기도 버려집니다. 샤오 또한 임신 중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부모들은 아픈 대리모에게 돈을 쓰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절대적으로 건강한 아기만을 욕망한다는 점. 예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은 아기는 버려지고 대리모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사는 인공자궁일 뿐이네요. 이들은 흔한 분노유발자들 같이 여겨졌고.. 진영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어요. 잉태의 행위를 자신의 상실을 보상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았고, 막상 아기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자신의 생명 또한 위태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진영이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누구를 구하게 될지, 이 선택이 윤재를 잃은 것과 어떻게 연결될지도 궁금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생명을 대하는 면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습니다.
한동안 구독하다가 종이책에 끌려 취소했었는데요, 최근에 다시 가입해보니 좋은 책들이 많더라고요! 틈틈이 독서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삼색볼펜 님이 댓글로 남겨주신 것처럼 이 소설에서 대리모는 아이를 낳아주는 수단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자의로 대리모를 택한 사람이어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순 없고요. '배움' 또한 임신할 자격의 척도가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또, 소설에서는 대리모에게 한정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하지만, 넓게 보아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는 기시감마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종이책이 더 좋은거 같아요 전자책 간편하지만 독서를 일상처럼 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ㅎㅎ 분지의 두 여자는 두껍지 않아서 가방에 넣어다니기 좋아요~ 필요 여부에 따라 물건과 생명 무엇이든 그 가치가 쉽게 결정되는거 같아요. 필요가 없어지니 쓰레기만도 못하게 된 아기. 소중하고 소중했던 것이 얼마나 쉽게 버려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어서 수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인데요,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늘 쌓여만 가는 책을 보면 전자책으로 갈아타야지!를 결심하게 되지만 종이책 물성이 주는 매력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전자책을 이용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일하다 몰래 책을 읽고 싶을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때에요. 그래서 종이책과 전자책 둘 다 포기 못한다는!
마지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감정은 완독 후로 미뤄둘게요. 전 민준의 불안과 두려움에 이입했어요. 물건도 감정도 과잉인 세상에서 버리는 게 너무 쉬워진 요즘, 인간이 동물도 모자라 인간까지 버리려든다는 말에 씁쓸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민준, 진영, 샤오는 그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들 같아요. 버리지 못하고, 잊지 못하고, 그래서 상처가 큰 사람들. 쓰다보니 서글프네요.
호디에님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완독을 기념하여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나누는 날도 있으니 그때 많이 이야기 나눠봐요!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도,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도 쉬워진 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했던 기억이 나네요. 호디에님 댓글 중 각각의 인물들이 그 반대에 있는 것 같다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저도 갑자기 띵-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편집자입니다. 진도에 따라 읽고 계시다면 이제 곧, <분지의 두 여자>를 완독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이번 독서 범위에는 책의 뒤표지를 장식했던 문장이 들어 있어 이것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버리고 갈 수도 있다. 많은 생활쓰레기와 동물 사체 들이 산처럼 쌓인 이곳에, 쓰레기 매립지에 아기를 버리고 가면 그만이다. 내 아기도 아니다. 아기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 (중략) 쓰레기 매립지 너머로 해가 넘어가려는 순간 민준은 아기 바구니를 한 번 더 내려다본다. 민준은 꿈에서 봤던, 책 표지에 새겨졌던 두 글자를 발치의 쓰레기에서 발견하고 읽는다. 바로 ‘Life’, ‘생명’이라는 글자다.(210~211쪽)" 책을 편집할 때 어떤 내용을 띠지와 표지에 담을까 고민을 하곤 합니다. 독자분들이 많이 공감할 만한, 또는 관심을 보이실 만한 문장이면서도 책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내용을 고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샅샅이 둘러보게 되는데요. 211쪽의 문장은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한 문장입니다. 민준이 꿈속에서 쓰레기매립지를 발견하고 무수한 쓰레기 사이에서 'Life'라는 글자를 발견하는 장면이에요. 저는 종종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정의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곳에 아이를 버리고 갈 수 있음에도, 내 아이도 아님에도, 어쩌면 아이는 내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될 것임을 앎에도, 차마 아이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여러가지 상충되는 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야 말로 결국 민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있나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견한 여러분의 삶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차마 하지 못하는 것..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에 와서 보니 제 인생에 중대한(보편적으로) 결정들은 무작정 미뤄두기만 한 것 같아요. 어렵지 않거나 또는 남들이 정해놓은 것만 선택하면서살아오다보니 그렇게 쌓아 둔 것들이 걱정거리가 되어 아직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myoong님의 댓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저 또한 중대한 일들을 더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급해서 더는 외면할 수 없을 땐 결국 해낼 것이다! 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품고 있어서, 회피하는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3
제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은 피아노를 버리는 일입니다. 일곱살 무렵부터 함께 한 피아노가 있는데요, 해마다 이 피아노 앞에서 턱을 괴고 고민합니다. 올해에는 꼭 새 피아노로 바꿔야지. 그러기를 십수 년째인데요, 정말 잘 안 되네요. 저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제가 유년 시절의 추억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몇십 년을 함께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할 것 같은데요.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어떤 책에서 한 기사가 이런 말을 해요. 내가 동상을 만드는 이유는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남아있을 너(동료)가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호디에 님의 피아노가 책 속 동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피아노를 바라만 봐도, 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저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은 ‘냉정해지기’입니다. 어떤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도 어렵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냉정해지는 것 또한 어려워해요. 그래서 저는 늘 감정적입니다.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포장하기도 해요. 냉정해지지 못하는 저의 삶의 모습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타인의 감정에 깊은 공감을 하곤 해요.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죠. 또 쉽게 불타올라요. 덕분에 추진력이 매우 좋은 편이지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정의한다는 편집자님의 말씀을 한참을 생각했어요. 제가 차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제 삶의 모습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해볼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우리가 태어난 이 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늘 우리가 태어난 자리의 상식과 인식의 틀 안에 존재할 뿐이다.
분지의 두 여자 p222, 강영숙 지음
저도 이 문장이 눈에 쏙 들어왔어요.
@보다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한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완독했습니다. 아이고...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흘러 나왔습니다. 진영과 샤오가 느꼈을 절망감이 너무 크게 전해져서 저 역시 그들과 함께 망연자실했는데요, 소설에서는 두 여성의 이후 얘기가 전해지지 않아 그 비감이 더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벼랑 끝에서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민준의 분량이 적으나 진영과 샤오가 바랐던 것을 민준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등장인물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없지만 각자 살아갈 방법를 찾아헤매는 그들의 모습이 비록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이 있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 세 사람에 대해 다른 분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완독했어요. 표지보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묵직한 이야기였네요. 세 사람이 어떤 것으로 연결되나 내내 궁금했는데 결국은 아이(생명)이었네요.민준이란 인물을 어떻게 만들게 되신걸까 궁금하고요. 차마 하지 못하는 것에,거절!이요. 그 안에 수용과 굴복이 있는 것 같네요.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부모의 말에 수용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했거든요. 그래서 웬지 거절을 하는 게 거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차마하지 못하는 것에 삶이 있다'는 질문에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분지의 두 여자> 표지가 먹먹한 감이 있죠... 저도 완독하고 나서 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봤던 기억이 있어서 방보름님의 댓글이 반갑네요. 거절하는 것! 정말 어렵죠. 거절은 훈련이 필요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저도 차라리 내가 조금 더 고생하고 말지, 라는 생각에 늘 말을 삼켰는데요. 요즘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면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지, 라고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방보름님도 2024년이 거절에 한결 능숙해지는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
어떤 한계를 뚫어보려는 아우성, 어떻게든지 움트려는 에너지, 땀, 숨소리가 느껴진다.
분지의 두 여자 p.221, 강영숙 지음
우리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우리가 태어난 이 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늘 우리가 태어난 자리의 상식과 인식의 틀 안에 존재할 뿐이다.
분지의 두 여자 p.222, 강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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