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2. <경제학자의 시대>

D-29
10장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알던 그린스펀의 다른 면을 알게 되어 정말 놀라웠습니다. 1987년에서 2004년까지 약 18년동안 연준의장을 맡으면서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말들을 내뱉고 적당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특히 글래스-스티걸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그렇게도 무단히 노력했던 그가(JP 모건 이사였기도 했던) 연준의장이 되었던 것은 결국 그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난 내가 가지고 있던 미국의 시스템 제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난 그동안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랫동안 연준의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혀놓고 밀어줄 수 있는 것은 정치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미국만의 든든한 시스템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결국 그는 적당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을 믿는다고 말을 하지만 결국 시장을 방임하여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역시… 공부해야 한다… 하마터면 그 큰 뿔테 안경의 고상함에 속을 뻔했지 뭐야…
저도요! 저한테 그린스펀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나고 자라서 "대통령이 박정희가 아니면 이상했던" 선배 세대의 감각처럼 그가 연준 의장인 게 너무나 당연스러웠던 세대인데요. 10장을 읽고서 그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확인했다고 할까요? 한 가지 뒷말도 하자면, 저는 밥 우드우드가 아주 아주 과대평가된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어느 순간에는 워싱턴 인싸 정도로 대접받는 기자? 우드우드가 그린스펀을 신격화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또래 기자인 애펠바움이 그걸 딱 꼬집어서 상당히 통쾌했습니다.
저는 “적당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라길래, 원조 월급 루팡인가 했습니다. 롱런한 자의 숨은 비책!
오래전에 유행했던 직장상사 4가지 타입 중 '똑게'가 생각났습니다. ㅋㅋ
‘똑게’가 무슨 말인지 몰라 찾아봤는데.. 이거슨 찐 고수들의 전략같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그렇다고 막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시장에 대한 규제에 대해 그린스펀이 거의 알레르기적으로 싫어했던 것은.. 어쩌면 그가 젊어서 푹 빠져 지냈던 재즈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규칙을 중시하는 기질인 사람과 자유주의적인 기질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 성향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태도가 다를 거 같다는 가설도 진지하게 세워볼 수 있을 거 같아요. ^^
가설을 말씀하시니 갑자기 증명하고 싶어진다는..ㅋㅋ
진화심리학 연구자들이 진지하게 도전해봐도 좋을 주제라는 생각입니다. ^^
이 책에 의하면 금융의 발전은 결국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벽을 허무는 것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금융의 발전으로 인해 달라진 것은 상위 1%의 부자들이 거대부자가 된 것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부의 재분배 문제를 떠나서 처음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벽을 허무는 것은 금단의 사과와 같은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인해 지혜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파라다이스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운명은 어쩌면 반복되는 것일까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은행권이 자회사를 만들어 비우량 채무자들을 양산했다는 것과, 비우량 채무자 다수는 우대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소수 인종 채무자는 재정 상태가 비슷한 백인 채무자보다 훨씬 자주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것, 아울러 연준은 여기에 기름을 붓듯 은행 자회사의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의결한 것(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을 이책을 읽고 알았다.
시장 주체가 시장을 규제한다는 생각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중략) 시장은 정보로 굴러가고 정보는 대개 내부자에게 더 많기 마련이다. 규제의 부재는 도둑에게 면허증을 주는 샘이다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외면한 그린스펀은 이상주의였던것일까? 갑자기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경제학자의 시대 -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P. 511.,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 김진원 옮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가에게 책임을 거의(?) 물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책의 나오는 말 p.538에 상당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유가 좀 황당하긴 한데 그것은 법무부가 경제적 효율성을 우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검사가 기업을 상대고 기소하기 전에는 ‘부수적인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경제적 고려가 정의 보다 앞선다는 신념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검사의 제일 목적은 정의를 생각해야 함에도 효율성을 그보다 우선한다는 것과 정의를 실현하지 않았서 즉,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황당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직무유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도 대기업 수사를 할 때 늘 나오는 논리이기는 하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유전무죄 논리로 다가가기는 하지만요. 대검 중수부가 있던 시절 검찰을 짧게 출입했었는데 어느 검사장급 인사가 사석에서 다른 후배 검사장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걸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그 정도 지위에 올랐다면 수사가 사회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지, 무조건 나쁜 놈들 잡겠다는 식으로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러다 기업 망하면 자기가 책임질 거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 검사도 있구나 싶었는데 또 마냥 반박은 할 수 없더라고요. 그 말을 한 분은 매우 존경 받는 검사였습니다.
@장맥주 님 말씀을 듣고보니 이게 생각처럼 쉬운문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손들의 문제도 그렇지만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법을 어기지 않을 수 없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 공공의 적 1 에서도 잘 나왔지만 - 이것도 결국 밸런스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인가요...
정의 외에도 사회가, 또 사람이 추구해야 할 다른 가치들이 있는 건데, 그 다른 가치들을 고려할 때 정의가 훼손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정의감이라는 게 은근히 원시적인 감정인 듯해요. 저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끔은 궤변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요 ㅠ 응보적 정의는 말 그대로 복수를 통한 정의실현이고, 회복적 정의는 용서를 통한 사회통합 같은 social mission이 아닌가 하는데요~ 마침 데스몬드 투투 주교님의 엄청난 책을, 자격이 있고 없고 ㅋ 다 읽으며 감동받은 1인 씀. (경제학자 책도 들고는 나왔는데;;)
용서 없이 미래 없다 - 투투 대주교에게 배우는 우분투 정신과 회복적 정의한 나라를 치유하려는 이 전례 없는 시도의 한복판에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있었다. 그는 남아공이 이 고통스러운 과업을 이루어 내도록 돕는 과정에서 얻은 용서와 화해, 치유의 메시지를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제가 용서를 통한 정의를 상상할 그릇이 못 되는 듯하여요... ㅠ.ㅠ
아. 이런 경험담들려주시니 참 좋네요... @YG@장맥주 님 감사합니다.
얄팍하게 여러 분야를 구경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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