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01. <광인>

D-29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 하지 못했어요. 너무나 심오하고 고집스럽고 징글징글한 세 주인공들을 저 멀리서 팔짱끼고 그저 지켜보는 마음이었어요. 이 이야기의 끝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마음 하나로 새벽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달렸는데,,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고 책을 덮는 순간부터 그 세 사람이 너무 애틋하고 그리워져서 결국엔 첫 페이지로 돌아가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기이한 독서경험을 하고있어요. 근데요.. 저는 해원이 너무 가여워요... (아.. 돌 날라오는 소리 들린다..T_T)
해원... 불쌍하죠.... 그 끓는 속을 다 들여다 봤는데, 불쌍하다는 마음이 안 생긴다면 더 이상할 것 같아요. 그저 다른 두 주인공이... 특히 혼자 남은 하진이... 더욱 불쌍해서 .. 해원의 불쌍함이 빛바래는 것일것 같네요.
그쵸?T_T 말씀하신대로 저도 그 캐릭터 심리상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쭉 지켜봤으니 당연히 드는 마음이었어요. <광인> 리뷰를 좀 찾아봤었는데, 해원은 어디서든 오지게 욕만 먹고있더라구요. 그래서 해원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까지 비난받을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그냥 어쩔수 없이 불쌍해요.......
저도 해원이 가여워요. 셋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해원에게 이입하면서 읽은것 같아요.
저도 해원이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하진은 그럴사람도 아니고 해원만을 이성적으로 사랑했지만 한창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쉽나요. 저는 준원이 공장으로 내려가고 무슨 잼영상을 올리고 전화하다 대화하는 소리 들리고 그걸 참아내는 사랑이 더 이해가 안갈 것 같습니다.
하진의 준연 사랑이 도대체 어떤 세월과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것인지 소설이 보여주지 않아서, 저 같은 독자에게는 더 공감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저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어요. 과거 준연과 하진의 삶을 조금 더 독자에게 알려주는 친절함의 부재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랬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달리 읽혔을거 같아서요. 해원이 불쌍한 마음은 들었지만 감정이입이 되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소설 끝까지 세 인물중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못하고 벽에 붙은 파리마냥 이야기를 한발 물러서서 구경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책보다는 드라마같다는 느낌이 더 들었나라는 생각도 했구요.
저는 철저하게 해원의 시점인 소설이라 더 좋았어요. 세명 마음속을 모두 들여다 봤다면, 제목이 '광인'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남친이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못 보는데요, 남친과 같이 일하고 잘 챙겨주는 여사친이 있으면, 그렇게 고맙던데요? 제가 못 챙기는 것들 잘 챙겨달라고, 그리고 고맙다고 제가 직접 부탁하는 편이에요.
글을 쓰고 이틀 안들어왔더니 많은 글이.. 저는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 다른 생업이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제가 강하게 든 생각이 내가 하는 생업에서 일어나는 모든것이야말로 다 사라지는 가치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고, 내가 아닌 그 누가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창작물이야말로 인간이 자기 DNA 를 남기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가장 가치있는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게 꼭 지금의 어떤 독자 내지는 감동하는 누군가가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인간의 고유성을 가지는 의미는 저는 뇌의 활동에서 나오는 작품이라고 봤거든요. 과거 디킨슨의 한마리 새 운운 시를 읽으며 감동했을 때는 타인에 대한 사랑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친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겼지만 죽어가는 모든 생명에 대한 친절만큼 허무한게 없는 것 같았던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저는 하진과 준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네요. 저는 해인의 입장에서 살다가 하진과 준연의 세계로 약간의 경이로움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서 더욱 재밌게 보고 있네요. 그렇지만 나중엔 파국일 것 같은데..(아직 다 안읽음)이런 가치관은 매우 위험한 것인 듯 해요. 왜냐하면 실체가 갑자기 없어져 보일 수 있거든요.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이 잡히고 밖에서 부인하고 운 것처럼.. 아름다운 세계가 한번에 현실로 들어오면 나락같을 수 있으므로..횡설수설이네요. 후다닥 쓰느라.. (여기 이렇게 써도 되나요 ? )
@별사탕777 님 insight가 정말 대단하신 분이신가봐요. 책 다읽으시면, 스포걱정없이 얘기 더 나누고 싶어요! '실체가 갑자기 없어져 보일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라는 통찰에 '아하!' 했어요.
@별사탕777 당연히 무슨 얘기나 쓰셔도 됩니다. 울림 있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별사탕 님께서 하시는 생업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 모두가 소설만 쓰고 음악만 하고 술만 빚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겠어요. :) 저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또 그만큼 귀한 일인지 생각한답니다.
학생들 꿈 파괴자라고 무섭게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이렇게나 다정하신 분... 추천해주신 두권의 책은 저한테도 너무 의미있어요. 저는 지금 같은 회사에 14년째 다니고 있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제 일이 너무 평범하고 별 의미도 재미도 없고 특히 어디서 직업을 얘기할때 막 자랑스럽고 싶은데 그런 멋진 느낌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좀 서글펐어요. '묵묵히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가 될만한 책은 없을까' 하고 작년엔 여기 그믐 책처방에 사연을 보내볼까도 했었구요.(생각만 많았지 행동력 부족으로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네요;) 두 책이 그런 책인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번 읽어볼게요! 감사해요 와이지니임^ㅡ^)*
@토끼풀b 마침,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앞에서 소개한 책 모두 읽어보시면 정말 좋을 거예요. 저는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별사탕777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미우라 시온의 소설 두 권이 떠오르네요. 이 두 소설은 사전 만드는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와 평범한 식물학자의 세상을 다루는데요. 저는 두 소설 다 업의 본질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로 읽었어요. 재미있습니다.
배를 엮다서점 대상 1위 수상작.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이다. 언뜻 지루할 것만 같은 사전 편집 이야기. 작가 미우라 시온은 그 과정을 소설 안에서 지금 이 사회가 잊고 지내는 다양한 아날로그적 가치의 소중함을 리얼한 에피소드와 섬세한 감정 묘사로 녹여 낸다.
사랑 없는 세계《배를 엮다》로 서점대상을 수상, 누계 14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킨 작가 미우라 시온의 최신작. 한 가지 일에 순수하게 몰두하는 이들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한층 깊어진 전문성과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낯설고도 신비로운 식물학의 세계로 이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열 때 읽기 시작하신 분들은 이제 마무리하셨을 것 같고, 연휴 때 시작하신 분들 있으실 텐데. 늦었다고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 읽다가 의견 남겨 주세요. 방송에서도 얘기했듯이, 읽다 보면 자꾸 누군가에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 싶어지는 책이거든요.
저는 오히려 책을 다 읽고난 후부터 계속 입이 열리지가 않아요. 뭐랄까… 그냥 속에 담아두고 한동안 여운을 느끼고 싶달까요? 세주인공 각각의 광기-준연의 음악에 대한 애정, 하진의 위스키에 대한 집념, 그리고 해원의 하진을 향한 집착까지… 그냥 조금 더 되새김질하고 싶네요. 문장들도 너무 좋아서 필사의욕 불러 일으키더라구요.
이 모임 함께하고 계신 분들도 설 연휴 잘 보내시고, 다들 새해 행복하시길 기원할게요.
저는 0장의 내용 좋은것 같아요. 준연을 잘 드러내주는것 같은데, 위치가 좀 뒤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1장의 첫문장이 좋은데, 그게 묻혀버려서...그리고 이 책 왤케 여백없이 빽빽하게 ㅠㅠ 답답한 느낌인데 여느책처럼 하셨으면 800페이지 넘어갔을것 같네요.
@바나나 맞아요. 1장의 첫 문장 너무 좋은데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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