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책

D-29
보도란 '누군가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일이고, 그 하나하나의 고통 역시 누군가에게 속한 것이기에, 취재를 통해 고통에 침범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의 삶에 침입하는 일이었다. 어떤 고통이 문제라고 말하는 건, 고통이지만 끝내 당신의 것인 무언가가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이걸 취재하는지 잘 이야기하고 동의를 받은 것만으로는 다 무를 수 없는, 취지가 좋은 것만으로는 다 메울 수 없는, 취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남기는 상처가 있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120, 김인정 지음
저항을 무효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은 억압된 자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저항이야말로 갈등의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것이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교묘하게 맥락을 지우는 일이다. 언론은 갈등 상황을 '화해'가 필요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효용은 매우 분명하다. 구조적인 오류를 수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 억압의 맥락을 자른 보도는 억압을 재생산하고 기존 질서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곤 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206, 김인정 지음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결정한 죽음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도록 주어의 영역을 확장해 준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은, 적어도 그 사회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끔 한다. (...) 파편으로밖에 남을 수 없는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공동체가 함께 해 줄 수 있는 일은, '왜', '무엇을', '어떻게'와 같은 구성성분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여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 정도다. 공적 애도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자주 화두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259-260, 이소진 지음
@모리이 @conormj @DAL @Hyoung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을 기사로 접하면서, 어느 순간, 기사를 훑으며 분노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다가 기사를 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반복되는 게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구경 그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기사 보기를 멈춰버렸어. 그런데 그것도 뭔가 찜찜하긴 한 거야.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작가의 엄청난 사유에 감동받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해결하지 못한, 어떤 질문에 답을 찾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 정말, 마음 같아서는 다 밑줄 긋고 싶을 정도로 좋은 부분이 너무 많은 책. (아직 2장까지밖에 못봤지만) 어떻게 보면, 직업적 특성상, 더 냉소하고, 비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사유하고, 답을 찾아가고,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나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참 좋더라. 근황도 나누고 싶고, 이야기도 편하게 하면 좋은데, 지하철이라 편하게 이야기 못할 것 같아서 일단 글 남겨요!! 이따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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