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자신의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듯이 내가 나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게 어떤 싸움인지 서로 언제나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나는 답답하고 따뜻한 남편의 팔에 갇힌 고개를 힘겹게 돌려 자세를 고치며 생각했다. 이 남자와 결혼한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질 줄 알면서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끌려 나가 사라지더라도 어쨌든 끝까지 고개를 높이 들고 목청껏 외치면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인간을 위해서든, 난데없이 등장한 대게를 위해서든 말이다.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대게> p. 68~69, 정보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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