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D-29
이른바 '정상인'에 대비하여, 건강하지 않은 몸, 손상된 몸, 질병을 가진 몸으로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많이 있다. 생각해보면 남편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애초에 '정상인'이란 환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현실의 인간은 다들 어딘가 손상되고 어딘가 완벽하지 못한 물리적 실체를 끌어안고 자기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 존엄하기 위해, 자유롭기 위해 싸우고 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243~244, 정보라 지음
누가 뭐래도 바다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한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253, 정보라 지음
'당신들의 바다가 아닙니다.' 나는 검은 덩어리가 화난 어조로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바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고래>230쪽, 정보라 지음
당신들의 바다가 아닙니다.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고래> p. 222, 정보라 지음
절망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뭔가 지향성을 가지고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갈구하는 사람들을 질투하여 스스로 나서서 탄압하기 시작한다. 자유나 희망 따위는 없다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주변 사람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그들은 숨 막히는 공포 사회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려는 사람들을 정부나 비밀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짓밟는다. (...) 그들은 사회 전반적인 절망과 불행의 원인이 독재자와 그를 비호하는 정권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주변의 건강한 사람들을 불행하고 망가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독재 체제와 공포정치는 이렇게 해서 마음이 꺾인 사람들을 대량으로 양산한다. 이들은 서로 괴롭히고 서로 감시하고 서로 짓밟으며 독재자의 할 일을 일상의 단위에서 소규모로 지속적으로 대신해준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고래> p. 225~226, 정보라 지음
나는 건강하지 않은 몸, 손상된 몸, 질병을 가진 몸, 죽어가는 몸으로 계속 저항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정리하니 대답이 좀 더 선명해졌다.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 애초에 '정상인'이란 환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현실의 인간은 다들 어딘가 손상되고 어딘가 완벽하지 못한 물리적 실체를 끌어안고 자기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 존엄하기 위해, 자유롭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든 뭔가 요령이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차근차근 나아가니 바다가 죽는다, 우리도 함께 다 죽는다고 생각할 때보다 조금 덜 무서웠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고래> p.243~244, 정보라 지음
누가 뭐래도 바다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한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고래> p. 253, 정보라 지음
애초에 정상인이란 환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첫 체포, 첫 감금, 첫 고문, 첫 강제 노동, 첫 생체 실험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226, 정보라 지음
"신발끈이겠죠." .... 그저 틀리게 인용된 속담을 고쳐주려고 끼어들었다가 논쟁에 휘말린 미술가 선생님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228쪽, 정보라 지음
나는 과학에 아주 약하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237쪽, 정보라 지음
다보탑 해치는 한 마리는 성난 표정, 한 마리는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두 마리 모두 아주 귀엽다. 아무리 봐도 상상의 동물이 아니고 그냥 고양이처럼 생겨서 나는 속으로 '다보탑 야옹이'라고 생각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p.218, 정보라 지음
중요하고 멋진 문장들이 이미 공유되어 있어서 저는 읽으면서 재밌었고 귀엽던 문장으로 공유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242쪽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이어서 타원형 얼굴과 장엄한 몸통이 물 위로 솟구쳤다. 점차 맑은 푸른색이 번져가는 새벽하늘에 비친 고래는 머리 부터 꼬리 끝까지 한 점 얼룩도 없이 흑진주처럼 새까맣게 반짝였다. p252
절망한 사람들은 여 러 가지를 포기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포기하고, 자유를 갈구하거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도 포기한다. 그리고 절망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뭔가 지향성을 가지 고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갈구하는 사 람들을 질투하여 스스로 나서서 탄압하기 시작한다. 자유 나 희망 따위는 없다고, 더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주 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그들 은 숨 막히는 공포사회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려는 사람들을 정부나 비밀경찰보다 먼저 나서서 짓밟는다. 사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절망하고 모든 것을 포기했는데 너는 왜 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아? 너는 왜 불행해지지 않아?' 그들은 사회 전반적인 절 망과 불행의 원인이 독재자와 그를 비호하는 정권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주변의 건강한 사람들을 불행하고 망가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225, 정보라 지음
그래서 지구 권력자들은 우주로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 고, 선생님 나라독재자는 선생님의 동료들을 지구 권력자 들에게 팔아치웠고, 우주 해파리는 저항하고, 선생님은 제 가 지구 권력자들한테 이런 걸 다 고해바칠까 봐 걱정돼서 저보고 빠지라는 거예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246, 정보라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7. 작가의 말 ■■■■ ● 함께 읽기 기간 : 2월 19일(월)~ 2월 20일(화) 보통 작가의 말은 함께 읽기 기간에 따로 뽑지 않는데요, 이 책은 작가의 말이 꽤 길기도 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해외에서 큰 갈채를 받으며 이른바 'K-문학'의 아이콘 중 한 명이 되기는 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정보라 작가님은 참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글과 현실의 삶이 유리되어 있지 않고 실제 광장에 나가 땡볕과 추위, 억압을 견디며 목소리를 내 온 작가, 그리고 그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 바로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인 것 같습니다.
[작기의 말] 편에서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창조된 배경과 전체 맥락을 알 수 있어, 이 연작소설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 종사자로서의 고충, 오늘도 지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평화에 대한 환멸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한 염려에 상당히 짖눌려 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제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느끼고 있던 무기력에서 조금은 벗어나 작가의 다짐을 따라 외쳐봅니다.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소설의 이야기 보다 작가의 생각이 더 보이는 책이었어요. 작가의 말에서 그 얘기가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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