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시인님의 시 세 편을 모두 읽고 나서는 뭐랄까 약간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산집>
역 앞 단골 술집 <부산집>에 친한 친구들이 모여 자주 듣던 노래 틀어 놓고 함께 들으며 술도 마시고 같이 지내온 세월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추억에 잠기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날짜를 떼어 내 모퉁이에 심었다>
원래의 목적지와 달리 혼자 발길 닿는 대로 따라 들어간 간이역 근처의 영화관에서 멈춘 시간 속에 있다 온 느낌이 드네요.
'나는 날짜를 떼어내 모퉁이에 심었다'고 하는데 저는 왠지 포스터가 붙어 있던 벽의 모퉁이가 아니라 '나'의 가슴 한 쪽에 살포시 묻어둔 느낌이 드네요.
<빛을 밟고>
해는 기울고 넘어가는 햇살이 거미줄에 살포시 앉는 어슴프레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 지금은 손이 닿지 못하는 먼 곳 으로 가버린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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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게으른독서쟁이
게으른독서쟁이
어떤 말은 듣지 않고도 담을 수 있어서
닿지 못한 손을 잡은 것 같았고
잠긴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면
잠가둔 내 방의 문이 열릴 것 같아
두 손을 쥐고 주저앉는다
『셋셋 2024』 이지혜, <빛을 밟고> 중,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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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빛
세 시인 중 접근하기 쉬웠던 작품들이었어요. 저도 제 경험을 떠올리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겨레출판
시 〈웰컴 투 디 애프터눈〉〈Take sheltet!〉〈밤과 단어들〉(황해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요.
병점슛돌이
<웰컴 투 디 애프터눈> : 첫 문장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던 시였어요ㅠㅠ "오늘은 맑음"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왜 자신의 불안을 부정하는 듯한 화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수록된 시들 중에서 가장 슬펐던 시였습니다ㅠㅠ
<Take sheltet!> : 제프 니콜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목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시를 따라 읽었던 것 같아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내려는(혹은 살아가려는) 화자의 애씀이 애절하게 다가와 가장 여운이 길게 남는 시였어요!.
<밤과 단어들> : 시를 읽으면서 '마니'가 들어가는 자리에 다른 대상이나 사물을 넣어서 바꿔 읽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것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고요. 마지막 시까지 읽고 나니까 3편의 시가 모두 비슷한 결처럼 느껴져서 작가님의 색이 두드러졌던 것 같기도 했고요! 잘 읽었습니다 :D
병점슛돌이
희미한 빛 속에 너무 많은 그림자 묻어 있다
『셋셋 2024』 p. 159,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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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독서쟁이
<웰컴 투 디 애프터눈>
사랑하는 이를 잃고 불안하고 슬픈 마음을 표현한 시인가 봅니다. 화자가 어느 건물에 갇혀 있는 느낌도 들고요. 바깥에 내리는 비가 화자의 마음 같습니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로 흐르는 빗물은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연상케 하네요.
<Take shelter!>
대피하라는 제목에 무엇으로부터의 대피일까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읽어보니 하이재킹을 당한 비행기 안의 모습이 상상되었고 마치 내가 승객이 된 듯 생생하고 불안정하고 무서웠습니다.
시의 제목을 제프 니콜스의 영화 <테이크 쉘터>에서 따온 것 같은데 무슨 영화인가 싶어 찾아보니 제가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더라고요. 그 영화에서처럼 불안한 마음이 시에서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밤과 단어들>
마니. 반려견 이름 같아요. 반려견을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니는 불안 같기도 하고 반려견과 영원 한 이별을 하고 그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연상이 되진 않지만 어떤 경우든 간에 마니를 그리워하는 화자의 불안한 마음이 표현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솔빛
테이크 쉘터 좋아하는 영화라 시 읽는데 반가웠어요. 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이런 시를 쓸 수 있구나 감상을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yeonny
[밤과 단어들] 마니가 누굴까 싶었는데 반려견으로 유추 되네요! 그립고 보고 싶지만 선명한 모습을 회상하기 어려워진게 슬펐어요.
러블리윤지
“ 강선숙은 신부에게 대답했다.
제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죽기를 바랐습니다. 엄마가 죽었으면 하고 매일을 바랐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것은 마땅한 마음입니다. ”
『셋셋 2024』 <마땅하고 옳은 일> 송지영 p.35,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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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르르
오랜 시간이 흘러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스스로를 작고 하찮게 느낄 자신을 위해, 어린 나는 내 밑바닥을 직접 구성했다. 그게 나의 거짓말이다.
『셋셋 2024』 p.78-79,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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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
엄마의 장례가 끝난 당일 성당에 찾아가서 고해성사를 봤다.
엄마를 죽였습니다.
『셋셋 2024』 <마땅하고 옳은 일> 송지영 32p,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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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
태어나는 기분이 끔찍했던 건
나가는 길이 머리보다 좁았기 때문이다
『셋셋 2024』 <입주민 외 주차 금지>이열매 131p,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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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독서쟁이
이제 그 간장은 갈증만 불러일으킬 뿐 강선숙의 삶에 켜켜에 쌓인 어떤 감정도 해소해주지 못했다.
『셋셋 2024』 송지영, <마땅하고 옳은 일> 중에서 p.34,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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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독서쟁이
마땅하고 옳은 일인가요?
강선숙이 그렇게 물었을 때 신부는 잠시 침묵했다.
『셋셋 2024』 송지영, <마땅하고 옳은 일> 중 p.36,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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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핼릭스2
간장이 떡밥이었다니..... 가우스도 울고 갈 설계네요

한겨레출판
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네요! 모임 참여자 분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셋셋 2024> 아직 다 못 읽으신 분들도 연휴에 완독 하시고 다음 주에 함께 이야기 나눠요.
샤르르르
지금은 어둑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이곳에도 이내 빛이 닿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셋셋 2024』 p)116, 송지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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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르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이 결국은 따뜻한 빛이 되는 것 같아 마음에 드네요. 항상 '기다려주는 마음'을 원했는데 저도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야겠어요.
"네가 가자고 할 때까지 좀 더 기다리려고."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겨레출판
안녕하세요. 한겨레출판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휴에도 독서모임에 참여해주신 게으른독서쟁이님, 병점슛돌이님, 샐빛님 감사합니다.
슬슬 완독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요. 모임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 다들 어디까지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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