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

D-29
와, 작가님. 이렇게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괜한 거 여쭙는 거 아닌가 하고 좀 떨렸는데 팬심이 폭발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자료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하셨겠지 하고 짐작은 했었지만 1970년에 나온 책까지 사시고 북한 논문까지 찾아보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책값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고 한두 문장 쓰기 위해 반나절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셨다니 이렇게 공이 들어간 책의 페이지를 이렇게 빨리 넘겨도 되는 건가 죄송한 마음까지 드네요. 덕분에 ‘이거 진짜야?’ 하는 의문조차 품지 않고 당연히 진짜겠거니 하고 읽었어요. 위에 적었지만 몇 가지 설정이 작가님의 창작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느꼈던 기분 좋은 배신감이란. (저 또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그러면 혹시 작가님은 역사소설 독자로서 고증이 엉성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작품을 보실 때 잘 몰입을 못하시나요? 역사소설을 한편 써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궁금증 반 두려움 반으로 여쭤봅니다.) 고려 시대의 사물을 가리키는 낯선 단어들은 독자 입장에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고 덕분에 현장감이 높았습니다. 바로 아래 주석이 다 달려 있어서 고생하지 않았어요. 약간 사소한 건데 저는 각주가 숫자가 아니라 여러 모양의 도형으로 표시된 걸 처음 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관악문화재단 관계자 분들이 최종고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니 관악문화재단까지 좋아지네요. 저도 작가님이랑 똑같은 의견입니다. 저는 《명량》《한산》《노량》을 한 편도 안 봤고 아마 앞으로도 안 볼 거 같은데요, 돌 맞을 소리인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성웅’의 이야기가 너무 익숙합니다(‘지루합니다’로 쓰려다가 순화했습니다). 근엄한 성웅의 이미지가 아닌, 그렇다고 요즘 마블식 ‘단점이 있는 영웅’도 아닌,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싶은 『여우의 계절』 속 강감찬 장군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최고입니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악마로 등장하는 걸 보면서 저 나라는 저래도 되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장맥주 저 또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그러면 혹시 작가님은 역사소설 독자로서 고증이 엉성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작품을 보실 때 잘 몰입을 못하시나요? 역사소설을 한편 써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궁금증 반 두려움 반으로 여쭤봅니다. 고증은 사실 마니아가 아닌 이상 책을 즐기려는 분들은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가 역사나 과거의 배경에서 작업을 한다면 너무 구애받지 말고 작업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시한다는 기조 하에, 은근히 자료를 찾긴 합니다. 고증에 의거한 잘 잡힌 서사나 시퀀스가 생성되면 적용하고, 아니면 제 마음대로 상상해서 씁니다. 뭘 좀 아는(?) 매니아들은 "참내, 저건 내가 좀 아는데 말이 안된다. 작가가 어설프네..."이러기도 하니 꽤 골치아픈 일인 건 맞지만 저는 제 마음대로 그럴듯하게 쓰는 일을 즐겨요. "흥 지들이 봤어? 봤냐고!" 속으로 외치면서요. 어차피 이야기란 구라(허구)이고, 이야기의 재료도 몇알의 좁쌀로 허구를 만드는 거잖아요. 이야기는 고증이 아니라 서사의 힘을 즐기는 거니까요. 제 아무리 정통 역사극이라 해도, 인물과 배경을 우리가 만난 적이 없기에 명백한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역사 카페 등지에서 어떤 드라마나 영화의 고증문제를 거론하면서 극이 재미없다고 하는 글을 보면 저건 좀 조심스러워야 할텐데... 라고 생각해요. 그 어떤이도, 전공자도 그 시대를 직접 보지 않았기에 단설할 수 없죠.) 고증이 잘 안선 작품보다 서사가 안 선 작품에서 저는 더 몰입이 안되고요, 고증은 작가가 작품의 톤에 맞게 편하게 작업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장작가님의 역사소설을 나오면 그야말로 태풍이 불겠군요. 정말이지 기대됩니다.
@장맥주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악마로 등장하는 걸 보면서 저 나라는 저래도 되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야마모토 겐이치가 쓴 [리큐에게 물어라] 라는 작품인데요, 140회 나오키상을 받았어요. 거기에 보면 리큐라는 실존 인물이 나와요. 일본의 와비다도를 완립한 명인인데, 일본인에게 리큐는 마치 우리나라의 '이순신' 정도로 잘 알려지고 추앙받는 인물이죠. 소설은 리큐가 권력자 히데요시에게 죽임을 당한 역사적 사실을 역순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 원류를 보니 조선여자의 새끼손가락 뼈를 담은 향합 단지 때문이에요. 히데요시가 향합단지를 지켜려는 리큐를 죽인다는 내용이에요. 리큐는 조선여자를 평생 사랑한 거고요. 좀 다르게 비교하면 이순신 장군이 일본인 여자를 사랑해서 죽었다는 내용과 맞먹을 정도의 과단성이죠. 쟤들은 그것도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구요. 부럽기도 하고. 만약 우리나라의 어느 작가가 그런 내용을 썼다면 몰매를 맞을지도....(그냥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 모름지기 소설이란 그 어떤 상상도 허용되는 지구상의 마지막 보류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죽음이나 근친상간 마저도...(아, 이 말은 상상력의 제안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
저도 고증에 대해 내심 그렇게 여기고 있었는데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저는 사극이 역사왜곡 논란에 휩쓸릴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돼요. 제국주의 전범 미화물 같은 것에는 당연히 반대합니다만 한국 독자, 관객들이 픽션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때로는 부조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야마모토 겐이치도, 『리큐에게 물어라』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작품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오키상 공동 수상작이네요. 한국 상황에 대입해보니 정말 대담한 설정 같습니다. 이런 과감한 설정에도 작품이 인기를 얻고 나오키상까지 받았다니. 그리고 마지막 문단 말씀에 완전 동의합니다.
리큐에게 물어라제140회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야마모토 겐이치의 장편소설이다. 일본인의 미적 감각을 완성한 다도의 명인 센 리큐의 발자취를 통해, 오늘날 가장 융성한 차 문화를 자랑하는 일본 다도의 족적을 되짚는 동시에,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소설 특유의 낭만과 품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애도하는 사람>과 함께 나오키 상을 공동수상한 작품.
리큐에게 물어라수천의 병사에게 포위당한 리큐의 저택..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할복을 명받은 리큐(이치카와 에비조)에게 아내 소온(나카타니 미키)은 평생 마음속에 간직했던 여인에 대해 묻는다. 그 말에 리큐는 봉인해두었던 기억을 떠올리는데..사실 30년 전, 청년이던 리큐는 조선에서 납치되어 온 여인(클라라)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왕실의 피가 흐른다는 여인의 기품에 매료된 리큐는 그녀를 위해 조선의 언어를 배워 말을 건네며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그녀가 노리개로 팔려가기 전날, 리큐는 그녀와 함께 도주했다. 하지만 추격자들의 쫓기 시작하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던 두 사람은 독차를 마시고 자결하기로 약속한다. 여인이 먼저 자결한 후 끝내 독차를 마시지 못했던 리큐... 그 후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게 되고 말았는데..
애도하는 사람오늘날 이 사회에 넘쳐나는 무차별 살상, 학대 등 다양한 종류의 사건과 사고, 폭력과 상처를 마주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붕대 클럽>의 작가 텐도 아라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편의 소설로 대신한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로,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저 또한 그런 말을 하면서 겁이 났는데, 장맥주 작가님도 그리 생각하고 계시다고 말씀해주시니 안심과 안도가 되어요. 페이지를 빌어 감사합니다. 그래, 내 생각은 잘못되지 않았어!!! ㅎㅎㅎㅎ
저희 생각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으헝헝...
소설=픽션이란 걸 잊은 분들이 그런 말 하시는 거 같아요.
저도 리큐에게 물어라 무척 좋아해서 예전에 공부할 때 전권필사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생각해보니 그 이야기도 차무진 작가님이랑 종종 나눴던 것 같습니다. 분명 리큐~ 보시면 즐거우실 것입니다.
전권 필사... 헉... 488쪽 짜리 책을요? 띠용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쓰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원하는대로 표현할 수 없었거든요. ㅎㅎ 고육지책이었죠. 저만 그런가요? 예전에는 갑자기 삘받으면 내용이 중간부터 바뀌어서 시놉이고 나발이고 다 산으로 가버리...
조영주 작가님께선 일단 작가계의 경험론자!
맞아요, 기억나요!!
역사물을 좋아하는 1인으로 역사적 고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어려운 역사적 사실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친숙하게 스며들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위대한 작품도 독자가 없다면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가치를 획득한다는건 정말 힘든거 같습니다~^^;;
뒤늦게 진가가 발견되는 작품들을 보면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끝까지 사람들이 몰라주는 작품도 있겠죠?
사람들이 몰라주는 작품을 쓰는 일은.....쿨럭....덕수궁 담벼락 아래에 자신이 그린 풍경화 액자들을 파는 어느 할아버지의 기분과 비슷할까요...아. 그분은 자신의 그림이 자랑스럽기에 거리에 내놓고 당당하게 파는 거겠군요. 그렇다면...쿨럭.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저는 이제 덕수궁 담벼락 아래 풍경화 액자 파는 할아버지 옆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 같아요... ㅠ.ㅠ
저는 세상의 모든 아웃사이더를 존경합니다.
<리큐에게 물어봐>는 작가님의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에서도 소개해주셨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거북별85 아아 <리큐...>를 읽으셨군요!!! 재미있었죠? 즐거운 독서였기를 바랍니다 !!
엇...최수종 상상했던 1인인데....얼른 벗어 던져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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