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1-1.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특권층이었구나란 생각을 처음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중소기업 다니며 간간히 버티는, 경기도 변두리에 사는 힘없는 소시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장애인 연대 대표분이 '당신들은 하루가 불편하다고 이렇게 난리지만, 나는 평생을 불편하게 보냈다.' '그린북'에서도 돈 셜리가 '나는 평생 이런 차별을 당해 왔는데, 당신은 한번을 못 참아 폭력을 휘두르느냐'고 했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유모차를 몰다 문득 장애인분들은 도대체 혼자 다닐 수나 있을까?란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제 생각보다 더한 현실에 좌절감마저 들었고요. 차별 때문에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원칙-실행의 간극 때문에 괴로워하며 사는 1인이었지만, 일단 원칙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간극이 조금이라도 좁혀지지 않을까란 생각에 열심히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1-1. 사회역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이런 분야에서 부족한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이승섭저자님의 외로운 길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1-1. '들어가며'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당사자의 몸에 갇히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말씀에 저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는 나의 고통과 다른 이의 고통을 같게 느끼고 있는가 .. 부터, 듣고자 애쓴 적이 있나 .. 생각과 이어지는 반성들. 1장의 제목도 그래서 뜨끔했달까요.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같은 나라, 같은 시대를 같은 나이와 같은 성별로 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p.31). 공기처럼 잊기 쉬운 사실이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나누고 싶은 문장을 적어 주세요.
제게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습니다.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것입니다. 우리는 손톱 밑에 찔린 가시로 아파하는 옆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하지요. 특히 부조리한 사회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은 종종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죽이며 아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당사자의 몸에 갇히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고통에 응답해야 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5페이지, 김승섭 지음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명백히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폭력만이 어떤 얼굴을 인간의 범주에서 밀어내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그런 폭력은 어떤 몸을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인' 사회만이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47, 김승섭 지음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 때 더 쉽게 나타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6, 김승섭 지음
1-2 일하고 살아가는 공간에 나를 위한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사 화장실이 있더라도 그걸 이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 공간이 나를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한 사회가 표준이라고 여기던 몸은 항상 기득권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던 기득권은 소수자의 몸을 두고 매번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었지요. (P48)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사건은 고착화된 시스템과 축적된 역사 위에서 발생합니다. 모든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사건을 대하면, 우리는 사건을 탈맥락화·탈역사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렇게 개별화된 사건은 실제로 그 사건을 만들어 낸 시스템과 분리되지요. 그런 관점으로는 문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만들어질 리도 없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김승섭 지음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김승섭 지음
타인의 삶을 내 경험에 따라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일은 고 황현산 선생님의 책 제목처럼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고 자기 경험치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선은 하나가 아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가장 필요한 질문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풀 때 더 쉽게 나타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6, 김승섭 지음
모든 논문의 맨 마지막에는 연구 결과의 한계를 서술하는 데, 그 부분에서 연구자는 항상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한계에 대한 서술이 개별 논문에는 약점일지도 모르지만, 학술 언어가 지닌 가장 큰 힘이라고. 내 연구는 이러한 가정 위에서 진행되었고, 그 가정이 무너질 경우에는 결과도 힘을 가질 수 없다고 밝히는 화법이 답답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정직하고 단단한 언어라고.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살아 있기를 포기하는가. 수많은 연구에서 언급 되는 요인은 '희망의 부재'이다.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니다. 숨 막히게 자신을 옥죄는 좌절의 순간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라는 체념이 생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7, 김승섭 지음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암묵적 편견을 바꾸는 길은 권력의 적극적인 재분배를 통해 소수자의 삶을 바꾸어 내는 것과 함께, 우리 스스로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나 역시 내 의도와 무관하게 가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인식하고 경계하며 행동하는 일이라고요. 차별하는 줄 모르고 하는 차별 행동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저는 차별금지법이 그 인식과 경계와 행동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시작이 될 수있다고 믿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8, 김승섭 지음
만남이 상호 이해로 이어지기 위한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는 그 만남이 위로부터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96, 김승섭 지음
80여년 전 “엄청난 돌봄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신의 발달장애 아동을 시설로 보내고 “삶에서 지우라는” 의사의 충고에도, 어떤 부모들은 그렇게 말하는 세상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아이가 인간으로 존중받기를 요구했습니다. 그 과정은 아이에게 부과된 장애 낙인과 싸우는 동시에, 장애 아동 부모로서 겪게 되는 모욕과 차별과도 맞서 싸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그 싸움이 있었기에 우리는 누군가를 격리하고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었고, 그렇게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 사건을 겪으면서 혹시라도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며 조마조마했던 부모님들이 많이 계신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이기 이전에 차별과 낙인이 두려운 한 인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내야만 하는 용기로 견디셨던 시간이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애쓰셨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3-64, 김승섭 지음
1-2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암묵적 편견을 바꾸는 길은 권력의 적극적인 재분배를 통해 소수자의 삶을 바꾸어 내는 것과 함께, 우리 스스로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나 역시 내 의도와 무관하게 가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인식하고 경계하며 행동하는 일이라고요. 차별하는 줄 모르고 하는 차별 행동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저는 차별금지법이 그 인식과 경계와 행동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8, 김승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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