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을 때 기업이 내는 고용부담금은 1990년 법이 제정될 당시 정한 최저임금의 60~100%에서 23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금액은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반영한다. 많은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9, 김승섭 지음
과학적 탐구란 무엇일까? 언젠가 한국의 트랜스젠더를 대표하는 인구 집단에 대한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다음 세대의 연구자들은 우리가 쓴 논문들의 대표성이 부족했다고 정확하게 비판할 것이고, 그때에는 2016년 연구비를 구할 수 없어 시민들의 돈을 모아 진행했던 347명 트랜스젠더가 참여한 우리의 연구는 과거의 유물처럼 서문에 인용될 것이다. 연구자로서 그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그렇게 우리를 디딤돌 삼아 더 깊고 풍성한 연구가 세상에 나올 테니까. 과학이 절대적으로 옳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한 시대의 가용한 자원을 활용한 최선의 설명이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말하건데 우리의 연구는 과학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35-36, 김승섭 지음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아야 했습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쓴, 흑인이자 여성이며 동성애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오드리 로드가 "나는 당신이 두려워하는 얼굴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명백히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폭력만이 어떤 얼굴을 인간의 범주에서 밀어내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그런 폭력은 어떤 몸을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인' 사회만이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47, 김승섭 지음
한 사회가 표준이라고 여기던 몸은 항상 기득권의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던 기득권은 소수자의 몸을 두고 매번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물었지요. 그렇게 백인은 흑인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물었고, 남성은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아도 되는지 따졌고, 이성애자는 동성애자의 존재가 질병인지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질문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48, 김승섭 지음
이처럼 더 자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4 ​, 김승섭 지음
내가 하는 일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찾아내려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고혈압, 우울증, 심장병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5, 김승섭 지음
기존 연구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고, 피곤한 상태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에 특히 암묵적 편견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두루 갖춘 한국 사회의 일터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수자에 대한 암묵적 편견이 차별적 행동으로 드러나기 매우 쉬운 장소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7, 김승섭 지음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과 한국인은 인종차별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검열과 긴장이 부족한 나라라는 점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8, 김승섭 지음
사건은 고착화된 시스템과 축적된 역사 위에서 발생합니다. 모든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사건을 대하면, 우리는 사건을 탈맥락화·탈역사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렇게 개별화된 사건은 실제로 그 사건을 만들어 낸 시스템과 분리되지요. 그런 관점으로는 문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만들어질 리도 없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59, 김승섭 지음
이 사건을 두고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인권이 대립하는 것인 양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잘못된 시각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문제가 교사와 학생의 충돌로 드러난다 할지라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입니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지요. 모든 교사가 선하지는 않고 모든 학생이 선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인 공동체가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의 문제점을 상세히 따져보지 않고 교사 개인과 학생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직관적이고 쉬운 일입니다. 그만큼 폭력적이고, 또 그만큼 문제 해결로부터 멀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2, 김승섭 지음
그런데 그렇게 분리와 격리를 통해 이룩한 평화가 온전한 평화일 수 있을까요. 자폐인들을 배제한 공동체에서는 '정상적인 몸'에서 벗어난 인간은 누구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3, 김승섭 지음
"한 인간이 이상을 좇아 떨쳐 일어날 때마다, 다른 이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할 때마다, 불의에 맞서 싸울 때마다, 희망의 작은 물결이 세상에 보내진다. 그렇게 쌓인 물결들은 억압과 차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장벽조차 무너뜨리는 파도를 만들어 낸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67, 김승섭 지음
사람들은 보통 차별을 두고 특정한 경험이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로 차별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따로 떨어진 사건들이 아니라 연속적인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소수자들은 차별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위와 무관하게 무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고 그 긴장은 삶을 지배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2, 김승섭 지음
직접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가족이 아니어도 폭력적인 공동체에서 사는 일은 몸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4, 김승섭 지음
가난해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과 전문적인 코치에게 훈련받고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 경기를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동등한 기회라 부를 수 있나. 플라톤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적극적 우대정책이 없다면 불평등이 계속 유지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78, 김승섭 지음
벽장을 벗어난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1, 김승섭 지음
"전문가인 여러분이 정신질환이 위험함이나 무능함과 무관하다고, 그건 비과학적 낙인이라고 말할 때, 여러분의 의도와 달리 그 낙인은 강화되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그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없다는 신호처럼 보이니까요." 그가 자신의 정신질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낙인을 없애기 위한 당사자 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2, 김승섭 지음
반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위험하고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낙인은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의 끔찍한 역설은 스스로가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것을 잊을 만큼 심각하게 우울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6, 김승섭 지음
한국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정신질환을 가진 사실을 알게 디면 당황스러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외면하며 치료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치심을 없애려 하는 것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사회가 그런 낙인을 만든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7, 김승섭 지음
동성애자들이 직접 나서서 "입 다물고 나를 봐라. 나는 소아성애자가 아니다"라고 직접 말한 뒤에야 그러한 고정관념이 사리지기 시작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89, 김승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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