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다수의 이기심이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좋아보이기 위해 화장실 사용을 막아버린 것이나 다름 없는 정책, 상아를 잘라서 발생한 진화 압력, 여성의 입학이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화장실, 사소한 선택에서 조차 시선의 폭력을 두렵게하는 많은 표지판 등을 보며 인간의 이기심, 특히 다수가 뭉개버린 소수의 권리들이 얼마나 많을지 돌이켜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가 저도 생각났어요! 2장을 읽으면서 나는 꽤 안전하고 불평없는 환경에서 자랐구나를 느꼈어요.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좀 더 생각해보지 않고 딱 문제 상황만 직시하고 그저 그런 답변만했을 것 같아요. 특히 피해당한 사실을 알린 사람이 알리지 않은 사람보다 더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네요. 피해를 당했으면 알릴 용기를 내야지라고 선뜻 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해결 또는 해소 되지 못한다면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테니까요. 반성하게 됩니다.
쉽고 빠르게 읽히지만 다 읽고나서도 책이 손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 일종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목격자'인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먹먹 막막 합니다. 제대로 질문하고 충실히 응답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차별을 경험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자가평가 건강이 오히려 낮게 나온다는 것이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앞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108페이지에 보면 사회적 약자들의 싸움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러한 투쟁을 함부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요즘 종종 느끼는 것인데.. 저는 ‘성숙’을 가장한 ‘체념’을 ‘초연’을 가장한 ‘좌절감’을 내재화시키고 있구나..싶습니다. 원래 세상은 강자들의 것이지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김승섭 교수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그렇지 않다구요. 물론 김승섭 교수님과 캐런 메싱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중 151페이지에 보면 ‘(김승섭) 아무리 뛰어난 통찰을 가진 연구라 해도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껴지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고도 나와있어요.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별로 관심 주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나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것만 신경쓰는 것은 타고난 것이고 또한 약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관심의 범위는 오로지 나와 직계 가족에 한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습득합니다. 항상 ‘소수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바득바득 살아가고 있어요. ‘큰 건 바라지 않아, 평균 정도로만 살면 좋겠어’라고 말하면서요.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살아야 된다고 봐요. ‘소수자‘를 과연 누가 만든 것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고 봐요. 이것이 바로 김승섭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내재화된 태도이도 합니다.
챕터의 소제목처럼 '응답받지 못하는 고통'이 어떻게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고통과 피해사실을 입밖에 내었음에도 그에 응답받지 못했을때 2차로 입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수치로 확인하니 더 참담했습니다.
2-1. 자신의 고통에 대해 용기 내어 이야기했지만, 그러한 외침에 응답받지 못했을 때, 나아가 오히려 자신의 아픔과 경험에 대해 무시를 당하며 소외되었을 때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이 겪은 고통과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더 큰 아픔에 빠지게 된다면, 결국 이 상황은 나아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후로도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고, 어쩌면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지요. 그런 점에서 상황을 변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해내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공감하고 응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관심이 더욱 더 중요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간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점이라 이 대목을 참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2-1 2장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우리 가족이고 친구이며 이웃이고 나이기도 한데 못 본척하며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워진 존재라는 말처럼 옆에 있으면서도 전혀 보지 않으려 지워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외면했던 현실을 쳐다보게 하네요.
세상은 복잡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는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필요하다는 말에 숨어서 손쉬운 양비론이나 보기에만 그럴듯한 중립을 지향해오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아니라, 현실의 질서에 도전하며 판에 균열을 만들어 낸 이들이 열어왔다."는 부분을 읽으며, 현재 만들어진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주변을 살피는 자세가 제게 부족하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네요.
2-1. 백화점 매장에서 직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못 쓴다는 것도 화장실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친구가 은행 직원이었는데, 은행 여직원들도 화장실을 제때 못 가서 방광염에 많이 걸리고 불임률, 유산율이 엄청 높다고 했습니다. 간호사가 직업이었던 지인’들’도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임신을 했고요. 예전에 요양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선배가 "화장실부터 갔다 와."라고 해서 "저 지금 안 가고 싶은데요."라고 했더니 "화장실은 갈 수 있을 때 가는 거야."라고 했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 화장실까지 못 가면서 일해야 하는 건가요? ㅜ.ㅜ 원론적인 얘기는 워낙 많이 들었던지라, 이렇게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하는 책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근데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저도 이렇게 구체적인 예를 알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좋았어요. 설명되지 않던 부당함들이 언어를 얻어서 실제로 '존재'하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상아없는 코끼리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밀렵꾼이 누군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작게는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한 나부터라고... 그래서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삶의 가장 기본인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상황에 처해진 직업군의 사례가 충격이었습니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화장실을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에 울컥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차별에 대한 저희 인식은 사막의 모래 알갱이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1 가장 인상적인 장은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였습니다. 어떤 소설이었나 생각이 나지않지만 살기가 좋은지 아닌지는 자신이 원할 때 얼마나 자유롭게 배설을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오줌권'이라는 단어와 내용을 보니 많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생리위생에 관한 여성노동자들의 불편함도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리나, 배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 조차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권리를 더 찾는다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새로운 위협이 된 야간노동도 과거 로마제국 시대의 노예들이나 밤에 일하곤 했었는데 1879년 토마스 에디슨의 백열전구의 발명 후 야간노동이 아주 일상화되었다는 점도 슬퍼지더라구요. 오늘날은 야간 노동 뿐아니라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자동화와 cctv 또는 AI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섬뜩해집니다. 예전 소작농들이 주인의 마름의 눈치를 보며 쉴 수 있었다면 오늘날은 감정없는 기계들에 의해 24시간 행동이 감시되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의 행동패턴은 다양하게 분석되겠지요.
2-1.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나, '생리대 미교체와 우울증' 같은 연구의 다양성과 확장성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차별이나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2.1 캐런 매싱과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깊지 않았나 싶어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가정도 꾸리고, 직장도 다니는데, 매싱 교수와의 인터뷰가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더라구요.
오줌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고객과 같은 화장실을 쓰지 못하는 매장직원들의 고통을 읽다보니, 비서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비서는 여성의 직업으로 특징지워지고, 또 임원들의 온갖 개인적인 잡무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고용유지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소리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어떤 통념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당사자(여성)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 문제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성적지향이나 장애 유무에 대한 이슈는 당사자도 아니라 더더욱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치부되곤 해서 오히려 제가 이상한 건가 싶었는데요.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례들을 마주하면서 선명한 근거를 쥘 수 있다고 느껴서 좋았습니다. 주목 받지 못했고 언어화 되지 못한 타인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고, 제가 겪고 있는 인지하지 못한 고통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만해도 PMS가 심해서 그 시기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폭식을 하게 되는 등, 고통 받았으나 치료를 받거나 보조제를 먹는다는 생각도 못하고 여성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고통이라며 참고 버텼는데요. 그 시기에 사람들한테 예민하다는 핀잔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일이 매달 불규칙적으로 반복해서 겪었네요. 생리대를 갈지 못하고 일을 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렸다던 일화들이 당연하게 나눴던 제 주변의 여성들과의 대화도 떠올랐고요. 또 여러 사람이 모인 공연장을 가면서 여자 화장실만 길게 줄이 있을 때 답답하곤 했는데, 이게 여성들이 느리다고 답답해 할 게 아니라 신체 구조 및 사회적인 옷 차림 등의 꾸밈으로 인한 남녀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차이를 두지 않는 구조는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 화장실의 공간과 좌변기 수를 늘이면 된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고요.
2-1. 1장에서는 노동자와 장애인의 고통이 기억에 남았다면, 2장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교수님의 다른 책들에서도 그랬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 내용들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역시 글쓰시는 단계에서 많은 고민과 애를 쓰신 흔적이겠지요. 보건학, 사회과학 등에 대한 이해와 필요도 절감하게 되었고, 약자들의 싸움에 대해 연대의 마음으로 읽으려 노력하다보니 무심코 지나치거나, 그런 장면들이 있었을까? 감히 상상도 못하는 아픔들이 곳곳에 있구나 싶어 너무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보스턴 파인아트뮤지엄의 화장실 표지판은 그런면에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의외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힌트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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