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2.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읽고 답해요

D-29
3장에서 인상 깊었던 지점은 미국의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 사용자를 위해 사용되는 세금을 두고 벌어졌던 미국 내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관찰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교정시설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법무부가 운영하는 대표적 운영시설인 교도소의 환경과 운영실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추정되지만… 아무튼 재소자에게 제공되는 식단표 메뉴를 밑도 끝도 없이 온라인 커뮤니에 올린 게시글을 보았어요. 댓글에 ‘나보다 잘 먹네’, ‘우리집 밥상보다 낫다’, ‘세금 축낸다..’ 등등… 익히 예상되는 반응이 나왔구요. 김승섭 교수님께서는 이 책 182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분노나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를 실제로 바꾸는 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중략)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뉴욕시 보건담당 부서는 실현 가능하면서도 현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중략)” 실현 가능한 방법이 무엇이냐를 놓고 우리는 논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논쟁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오히려 논쟁이 없는 사회가 더 경계해야할 모습이라는 것도 알구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이 과연 상황을 개선하고 나아지게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들이었을까요. 우리 삶은 왜 더더 힘들다고 할까요. 이 사회에서 가장 섬세한 마음을 가진 예술가들과 작가들은 왜 우리 사회를 ‘생존투쟁’에 은유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낼까요… 아무튼 이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 낙인'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동안 나는 어떤 관점, 태도로 살아왔는가, 내가 견지해온 것들에 대한 점검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또 그런 후에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요. 책 앞머리에 들어가며 쓰신, 작가님이 '응답하는 공부'를 계속 이어가고 계신 이유를 반복해서 들여다 본 시간이었습니다.
HIV 환자들에 대한 매도,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문득 코로나 역학조사를 위해 감염자의 경로를 가감 없이 공개했었던 괴이한 시대가 불과 몇년 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례이지만, 병에 걸린 인간을 바이러스 숙주로 치부하고 무조건 피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당사자에게 얼마나 폭력이었는지 생각해보앗습니다.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자세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에 머물러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의 성과로 에이즈라는 질병이 만성질환과 다를바 없게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1980년대에 머물렀다기 보다는 에이즈에 대해 생각 자체를 안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책 읽으면서 저의 무심함에 반성하게 됩니다.
3-1.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손모아 장갑’ 대신 ‘벙어리 장갑’이라던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에 우리가 참 무뎌졌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student with dyslexia 를 가르치고 훈련하는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dyslexic student 이라고 학생들을 부르면 동료들에게 아이가 가진 difference 대신 아이를 주체로 두라고, 그래서 용어부터 고쳐주는데 비슷한 예를 든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그믐클럽지기님의 위 이야기도 참 와닿습니다. 공부의 첫번째 시작은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 내 자리를 확인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집요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의 문제는 오늘날도 우리사회에서는 갈 길이 참 멀다고 여겨집니다. 한국의 거대보수정당은 선거때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이용한다. 혐오는 저열한 만큼 편리하니까요. 하지만 진보로 분류되는 정당 또한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소수자들을 보호해야할 정치조차 가해자와 방관자로 그들의 고통을 이용하고 방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김승섭 작가님의 2019년 아이들이 다니던 보스턴 공립 초등학교의 에피소드는 부럽기만 하다. 동성애를 조롱하는 외벽 스프레이 장난을 심각한 문제롤 받아들여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동성간의 사랑은 세상의 다양한 형태의 사랑 중 하나이고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며 안전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다양한 소수자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공동체 전체가 이들을 방치하지 않도록 노력한다.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떤 형태로 위와 같은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지 궁금하고 걱정됐다.
평소에 성소수자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접하면서 왜 내 주변에는 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나는 왜 성소수자 친구가 없을까? 내 주변엔 왜 없지? 내가 미더운 사람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는데요. 내가 미더운 사람이 되니 마니가 아니라 사회가 미더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하는 거였네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집중적으로 성소수자의 삶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인지하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3-1. 사회역학에 대한 정의를 기억에 새기면서 3장을 읽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소설이거나 다큐거나 논문이 되겠지요. 응답하기 위해서 공감과 연대의 태도를 갖추는 것도 꼭 필요하겠지만, 객관적 이해의 토대가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HIV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직도 충분히 상상가능한 모습이었고 저 역시 추가된 정보에 대해 알지 못했거든요. 응답하기 위한 공부는 정말로 꾸준히, 계속 지속해야하는 거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2. 나누고 싶은 문장을 적어 주세요.
어떤 경우에도 개인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편리한인식으로는 효과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없다. 사회적 낙인은 사람들을 음지로 숨게 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검사받지 못하도록 할 뿐이다. 개인을 악마화하는 것은 HIV 감염의 예방과 치료에 전혀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득권의 언어는 논리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명확한 언어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래의 가능성을 말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으로 이는 사회적 약자가 '언어의 부재'로 고통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미 고착화된 세계의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말하며 그 강고한 장벽에 몸을 부딪치면서 만들어 내는 균열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04, 김승섭 지음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부정당하는 성소수자들의 삶은 절벽에 몰리게 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168, 김승섭 지음
나와 내 동료들이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며 당장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현실이 변화할 가능성은 요원합니다.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과학의 자정능력도 실은 그 구체적인 과정을 바라보면 누군가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178, 김승섭 지음
감염취약집단을 배제하는 공중보건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보건학적 개입은 개인의 삶에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할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이뤄질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212p, 김승섭 지음
기득권의 언어는 논리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명확한 언어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래의 가능성을 말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으로 이는 사회적 약자가 '언어의 부재로'로 고통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미 고착화된 세계의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말하며 그 강고한 장벽에 몸을 부딪치면서 만들어 내는 균열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04, 김승섭 지음
질병의 원인으로 특정 집단을 낙인찍고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인간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특정 집단에서만 발병한다고 가정해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런 단순한 분석으로는 질병을 예방.관리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문제 인식에도 이를 수 없다. 더 복잡하게 사고해야 한다. HIV 감염만이 아니라 심장병, 비만, 치매 모두 그렇다. 특정 집단을 원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편리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고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복잡함을 직시하는 '불편함'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11, 김승섭 지음
인간은 질병 이상의 존재이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간 역시 잘라낼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3장, 김승섭 지음
인간은 질병 이상의 존재이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간 역시 잘라낼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지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188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 김승섭 지음
누군가 시작하면 그 다음 사람은 조금 더 쉬워진다. 문제는 그게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p236 차별에 침묵하는 정치 움직이려면, 김승섭 지음
지금 당장 구체적인 피해를 알 수 없다는 ‘근거의 부재’가 피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재의 근거’일 수는 없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3장, 김승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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