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디오티마 감사합니다.
저는 글 속에서 주인공이 3펜스를 왜이리 부끄러워하는지가 궁금하네요. 배경상 3펜스가 가난함을 의미하는 금액인가요...?
3펜스는 특정한 금액이 아니라 주인공이 빈털터리라는 것을 들킬 것을 두려워하는 장치로 이해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조지 오웰은 자신의 첫 작품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서 가난이란 그것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을 해야하는 것이다라고 토로한 바가 있습니다.
저도 좀 궁금합니다. 실제 이 당시 영국 사람들에게 3펜스 동전이 특별한 느낌인 것인지(팁을 주는 문화와 결부되어), 아니면 고든의 예민함을 보여주는 장치인지...
읽은 지 좀 돼서 기억이 가물하지만, 3펜스 동전이 지금은 (지금은 더 이상 찍지 않는다든가 해서) 잘 쓰이지 않는 동전이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이런 동전까지 써야 하다니 정말로 다른 돈이 없나 보군! 이렇게 생각할까 봐요. 그리고 가게에서도 고든에게 3펜스짜리를 건넬 때 괜찮겠냐고 묻듯 이 돈을 어디서 쓸 때 상대도 그 돈을 받길 꺼릴 수도 있을 거고요. 물론 돈에 대해 피해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겠지만, 고든은 자나 깨나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신경쓰니까요.
이런 정보까지 알게 되다니! 뒤늦게 무릎을 치며 지나갑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마구마구 높아지네요!!!
3펜스가 계속 비중 있게 나오니까 이게 영국인들에게는 정확히 무슨 뉘앙스인지 너무 궁금해져서 원서도 찾아보고, 영어 사이트도 한참 뒤졌는데 잘 모르겠어요. 영어 위키피디아에서 이 문장 하나 건졌네요. By the end of George V's reign the threepence had become unpopular in England because of its small size (George Orwell comments on this in Keep the Aspidistra Flying[2]), but it remained popular in Scotland. 그런데 솔직히 이 설명도 잘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동전이 크기가 작다고 왜 인기가 없는 거지... 이 당시까지만 해도 동전에 실제로 들어간 귀금속의 양이 중요했던 걸까요?
그래도 3펜스의 수수께끼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궁금한 점 없이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엽란을 날려라』와 같은 해에 나온 「메밀꽃 필 무렵」을 현대 한국인이 사전 정보 없이 읽으려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요. 장돌뱅이나 나뭇군패라는 이들의 삶이 어떤지 상상하기 어려우니.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는 문장도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할 테고요.
지만지본에서는 해당 부분이 이렇게 나오네요. "3펜스 동전으로는 아무 것도 살 수 없다. 그것은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다. (...) 그러면 당신은 거드름을 피우며 슬쩍 뒷걸음쳐 물러나 두 번 다시는 그 가게에 나타나지 못한다. 그래! 3펜스 동전은 쓸 수 없을 것이다. 2.5펜스가 남아있다. 그 돈으로 금요일까지 버텨야한다." (4~5p) 하지만 1930년대 영국은 엄연히 ½ 페니도 법적 통화로 사용되던 시기였기에 사실이 아닙니다. 뒷부분에 2.5펜스로 버텨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 3펜스는 세속적 가치와 타협하지 않고 가난뱅이로 살아가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4장 후반부에 순간적으로 펍 안으로 들어갈뻔하다가 되돌아설 때 3펜스를 던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문학적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좌절할때 순간적으로 평범한 인간들과의 교류에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이는 곧 '돈과의 전쟁'을 포기해야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콤스톡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3펜스라는 '돈이 아닌 수수께끼'를 집어던집니다. 그것을 통해서 콤스톡은 자신은 돈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 친절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위의 설명도 읽었고, 위 의견에도 전부 동의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요. 그런데 혹시 1930년대 영국 독자에게는 너무 자명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던 정보가 2020년대의 한국 독자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희미한 의심도 좀 들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딱히 별다른 단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8쪽에서 담배가게 여자 점원이 “3펜스짜리 동전도 괜찮을까요, 손님?” 하고 물어본 걸 보면, 단순히 고든 콤스톡 개인의 기이한 강박을 넘어서 소설 배경이 되는 시공간에서 일반 사람들에게 3펜스짜리 동전이 특수한 취급을 받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장맥주 카프카의 유언도 몽땅 무시되고 출판되었으니까요. ㅎㅎ (남은 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먹고사니즘이...) 한편으로는 독자 입장에서는 무시된 덕분에(?)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옳다 그르다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와... 오웰이나 카프카가 들으면 눈 한번 흘길 거 같은 말씀이신데요? ㅋㅋㅋ
2022. 9. 2. 금 (읽은 부분 p21-40) p. 23. 이제 고든은 다른 방으로 돌아가 시집들의 서가로 향했다. 이 서가는 그를 사로잡는 우울한 마력이 있었다. 그 자신의 처량한 책이 그곳에 꽃혀있었다. p.31. 저들은 부산물에 불과했다. 돈의 신에게 버림받은 존재들. 온 런던에서 저런 구질구질한 늙은이 수만 명이 더러운 딱정벌레처럼 무덤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p. 31. 하지만 웃음뒤에 있는건? 쓸쓸함 공허함 파멸의 예언 눈이 달린 사람잉라면, 저 반들반들한 자기만족 뒤에, 저 킬킬 거리는 배불뚝이의 하찮음뒤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공허, 은밀한 절망이 보이지 않을까? *단상) 고든의 눈으로 서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묘사한다. 두여자,여자처럼 생긴 남자, 늙은이와 그의 아내, 상위 중산층 여성 두명, 수줍음 많은 청년, 스무살정도의 못생긴 여자. 씩씩해 보이는 여자가 차례로 들어온다. 점원이라는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응대하지만 고든의 속 마음은 다르다. 이중적이라 표현할만하다. 하지만 우리 인간 또한 페로소나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겉모습, 말투로 사람들을 쉽게 판단한다. 창문에 비친 자기 자신과 그리고 담배, 주머니속 3페니, 시집들의 서가 높은칸에 자리잡은 그의 시집 <생쥐들>은 그의 돈없음을 여실이 드러내는 반면 광고포스터들은 돈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담배를 생각의 자극제로 삼아. *매일 20쪽씩 읽기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덕분에 조지오웰의 프로필을 다시 찾아보고 20세기 세계사도 다시 훑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지오웰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고든 씨는 가난하고 자존심 센 무명 작가였군요.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이 주인공인 소설 좋아하십니까? 저는 일단 그런 소설들을 읽을 때는 마음 속에서 마이너스 20점 정도 주고 시작합니다. ㅎㅎㅎㅎㅎ 한때 그런 이유로 한국 단편소설들 읽기가 꺼려졌습니다. 작가 주인공 비율이 너무 높은 거 같아서...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기자가 주인공이거나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쓰기가 되게 싫습니다.
19쪽, 고든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책을 보면서 ‘이봐, 사기꾼 영감. 스코틀랜드인 아니랄까 봐 꼬장꼬장해서는’이라고 말하는 대목. 나름대로 스티븐슨에 대해 오웰이 친근감이랄까 호감을 드러낸 부분일까요? 두 사람 다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분개해서 글을 쓴 영국 지식인 작가였고, 젠 체 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쓰는 사람들이었으니 오웰이 동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해봅니다.
혹시 소설이든 영상물이든 픽션에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유형이 있으신가요? ex) 알코올중독자 전직 형사,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를 모두 물려받은 마족 사냥꾼...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 감독이 주인공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1차적으로 쓰기 쉬운 주인공이겠거니 생각해서 싫어하기까지 하진 않는데, 확실히 보는 순간 주인공이 작가나 영화감독이면 흥미도가 확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주인공이 소설가인 소설, 주인공이 영화 감독인 영화인 작품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어려우면서도 형식적으로도 완전하다고 봐요. 메타적인 작품들은 형식 그 자체가 메시지이고 매우 밀접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타 형식이야말로 모든 작품의 주제 중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좋은 작품들은 그것이 직접적이든 노골적이든 자기 장르에 대한 메타 발언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 '이 문장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메타 형식이 아니면 대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메타 형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홍상수나 밀란 쿤데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아니 에르노와 같은 작가들은 메타 형식 안에서 자기 장르의 영토를 넓힌 아주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물론 어설프면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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