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지금 1984를 읽고 있는데 마침 그 장면이 나와서 반가워하며 읽고 있었습니다. 오웰에게 비슷한 교외 데이트의 추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지네요~
고든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의지도 없으면서 로즈메리와 헤어지기는 싫고.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 로즈메리에게만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물어볼 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 로즈메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싶네요. 사랑보다 대단한 신념이면 혼자 지키면서 살아라…..
259쪽, 와... 저 택시 기사는 저렇게 술을 마신 다음에 운전을 하는 겁니까...? 1930년대에는 저랬군요.
271쪽, 어제 술 많이 마시고 남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 이야기 과하게 떠들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있으니 자기혐오가 심해지네요.
300쪽 부근은 정말 읽기가 고통스럽네요. 한편으로는 오웰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요. 이 책 굉장히 힘 있고 맵군요. 가난이 한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일그러뜨리는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보여주겠다는 듯합니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이 책에 비하면 순한 맛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앞쪽 부분은 그래도 가난의 심리를 처절하게 묘사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로즈메리와의 데이트 부분부터는 이제 좀 작작해!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셈이야, 이러면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나마 결말부가 좀 밝은데, 현실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가, 이것이 어떻게 보면 고든으로서는 철저한 패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390쪽, [결국 고든은 살아 움직일 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난뱅이가 되어 삶의 흐름으로부터 무자비하게 밀려났을 뿐이었다. 그는 끔찍했던 지난 2년을 돌이켜보았다. 그는 돈을 모독했고, 돈에 반항했으며, 돈의 세계 밖에서 은둔자처럼 살려 애썼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통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한 공허감, 달아날 수 없는 허무감에 시달렸다. 돈을 포기하는 건 곧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너무 착하게 살지 마라, 그러다가 때도 되기 전에 죽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제 그는 돈의 세계로 돌아왔다, 아니 곧 그럴 예정이었다.] 제발 사고 치지 말고 다시 복직하기를 빌고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391쪽, [고든은 발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그는 이제 서른 살이었고 흰머리도 났지만, 막 어른이 된 듯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모든 인간의 운명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구나 돈의 지배에 반항하고, 누구나 언젠가는 굴복하고 만다. 고든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오래 버텼을 뿐이다. 그리고 비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안의 음울한 암자에 숨어 있는 모든 은둔자는 내심 속세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을까? 아마 몇몇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대 세계에는 성자들과 악당들만 살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 고든은 성자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처럼 스스럼없는 악당이 되는 편이 나았다. 이야말로 고든의 은밀한 갈망이었다. 욕망을 인정하고 거기에 굴복한 그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현대 세계에는 성자들과 악당들만 살 수 있다’ 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미성숙의 증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393쪽, 아아. ‘엽란을 날려라’는 ‘붉은 깃발을 휘날려라’의 패러디였군요.
200쪽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는 거의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몰락에 가속도가 붙으니 읽기 괴로우면서도 눈을 떼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오웰의 필력이나 태도에 감탄도 했고요. 그래도 이래저래 감정이입이 되던 고든, 로즈메리의 결말에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습니다.
소설의 결말은 그 밝아지는 톤이 갑작스러워서 살짝 튄다는 느낌도 들어요. 404쪽, [첫 부부 싸움이었다]는 문장에서 끝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웰의 초기 작품은 전업 계약을 맺었던 빅터 골란츠의 편집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결말이 약간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면 아마 그 영향이 아닐까싶네요.
이번에도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락가락님 내공에 감탄합니다. 편집자나 출판사의 의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제 마음 속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흠뻑 빨려 들어가 읽은 도서 모음’ 책장에 꽂힌 책 중 3위 안에 들 것 같습니다. 어쩌면 1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Q정전』 읽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p341 엽란이었다. 그것을 본 고든은 온 몸에 찌릿한 통증이 일었다. 마지막 피난처인 이곳에서조차! 나를 찾았구나, 나의 원수여! 하지만 잡초처럼 시들시들한 엽란이었다. 분명 죽어가고 있었다. ㅡ 싸구려 다락방 하숙집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만족하는 고든에게 하숙집 주인 미킨 부인이 생각해서 가져다주는 엽란을 보자 온전하게 도피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약간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들시들하고 죽어가는 엽란의 모습이 마치 고든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빨려 들어가는 책은 정말 오랜만..!!
결말부 부분에서 고든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한다면 고든이 밑바닥으로 가면 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고든을 끌어올려줄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중 말대로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내려가는 것도 어려운" 법입니다.
사실 이건 순전히 고든이 운이 좋아서이고, 주변 사람들이 착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고든이 몇 년 전까지는 아주 호감 가는 인물이었든지, 마성의 매력을 보유했든지...) 줄리아, 래블스턴, 로즈메리, 다 믿을 수 없이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소설 속 인물인 고든이 아닌 저희들에게도 내려가는 게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래블스턴의 오랜 친구인 백발의 뚱뚱한 이탈리아인 웨이터가 김 나는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래블스턴은 스테이크를 잘랐다. 붉으면서도 푸른 속살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 미들즈브러의 실업자들은 곰팡내 나는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앉아 빵과 마가린, 우유를 타지 않은 차로 배를 채우고 있겠지. 래블스턴은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처럼 수치스러운 환희를 느끼며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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