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소설의 결말은 그 밝아지는 톤이 갑작스러워서 살짝 튄다는 느낌도 들어요. 404쪽, [첫 부부 싸움이었다]는 문장에서 끝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웰의 초기 작품은 전업 계약을 맺었던 빅터 골란츠의 편집을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결말이 약간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면 아마 그 영향이 아닐까싶네요.
이번에도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락가락님 내공에 감탄합니다. 편집자나 출판사의 의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제 마음 속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흠뻑 빨려 들어가 읽은 도서 모음’ 책장에 꽂힌 책 중 3위 안에 들 것 같습니다. 어쩌면 1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Q정전』 읽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p341 엽란이었다. 그것을 본 고든은 온 몸에 찌릿한 통증이 일었다. 마지막 피난처인 이곳에서조차! 나를 찾았구나, 나의 원수여! 하지만 잡초처럼 시들시들한 엽란이었다. 분명 죽어가고 있었다. ㅡ 싸구려 다락방 하숙집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만족하는 고든에게 하숙집 주인 미킨 부인이 생각해서 가져다주는 엽란을 보자 온전하게 도피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약간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들시들하고 죽어가는 엽란의 모습이 마치 고든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빨려 들어가는 책은 정말 오랜만..!!
결말부 부분에서 고든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한다면 고든이 밑바닥으로 가면 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고든을 끌어올려줄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중 말대로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내려가는 것도 어려운" 법입니다.
사실 이건 순전히 고든이 운이 좋아서이고, 주변 사람들이 착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고든이 몇 년 전까지는 아주 호감 가는 인물이었든지, 마성의 매력을 보유했든지...) 줄리아, 래블스턴, 로즈메리, 다 믿을 수 없이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소설 속 인물인 고든이 아닌 저희들에게도 내려가는 게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래블스턴의 오랜 친구인 백발의 뚱뚱한 이탈리아인 웨이터가 김 나는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래블스턴은 스테이크를 잘랐다. 붉으면서도 푸른 속살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 미들즈브러의 실업자들은 곰팡내 나는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앉아 빵과 마가린, 우유를 타지 않은 차로 배를 채우고 있겠지. 래블스턴은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처럼 수치스러운 환희를 느끼며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이것 좀 보라지! 또 돈이 문제다! 인생의 가장 은밀한 행위를 할 때조차 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든 돈 때문에 지독하고 냉혹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돈, 돈, 항상 동이 문제다! 돈의 신은 신방에까지 침범해 들어온다! 높은 곳이나 깊은 곳이나 그는 항상 존재한다. 요즘 돈이 없어 슬픈 나의… 지갑을 대신해주는 이야기…
171페이지까지 나타나는 고든의 가난함에 대한 처절함이란.. 그저 가난을 핑계대지, 여자까지 끌어오니 현재까지 이해가거나 이해되던부분까지 점차ㅎㅎ
우와..!!!!! 그러네요….. 대박
엽란을 날려라의 다음 작품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펼치니 뼈저린 말이 나오네요. 한겨레출판사 본입니다. "학교에서 나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나보다 부유했다. (중략) 그런 경험 때문에 나는 한편으로는 내 신분에 더 매달려야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보다 부유한 부모를 두고 그런 사실을 내게 명심시켜주던 아이들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특권 계급'으로 분류되지 않은 아이는 무조건 멸시했으며, 탐욕스러운 부자들, 특히 최근에 부자가 된 졸부들도 미워했다. 그래서 나는 특권 계급 출신이되 돈은 없는 게 가장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하급 상류층의 '신조'이기도 했다." (186p)
지식인 오웰의 고뇌와 신념인 민주적 사회주의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는 책이죠
한 대목 더 인용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레블스턴이 계급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스테이프를 맛나게 먹는 장면에서 인상을 깊게 받은듯해서 써봅니다. 제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좋아하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진전이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하는 점이다." (216~7p)
1984를 읽다 보니 여기에도 줄리아가 나오네요. <신부의 딸>에는 '엽란을 날려라~'라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지나가듯 나오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작품에 등장인물 이름이 서로 겹치거나 어떤 요소가 중복되어 나오는 것은 의도적으로 넣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몇 안되긴 하지만 오웰의 작품은 이제 거의 국내 번역이 된 거 같아 반가운 작품이었습니다. 이제 <목사의 딸>만 남은 거 같은데, 이외에도 국내 미번역된 작품이 있을까요?
소설 중에선 <목사(신부)의 딸>만 번역이 된 적이 없는 게 맞습니다. 이번 현암사 소설 전집이 초역이 될 테고요. 에세이(및 기타 비소설)는 워낙 방대한 양을 써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 중에 번역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전집으로 나와 있는데, 한국에서 그걸 내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돼서... 다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고든이 돈의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원고 <런던의 환락>을 길거리 배수구에 버리는데요, 이 부분에서 저는 그가 꼭 원고를 버려야만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쐐기를 박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모 아니면 도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든은 로즈메리와 함께 살 집을 얻은 후 반드시 엽란을 창가에 놓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자신이 중산층 진입을 염두했다기보다 선택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혔습니다. 완독했는데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살짝 맥이 빠졌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작품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오웰이 왜 사후 출판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도무지 여유가 없어서 오늘부터 겨우 읽기 시작했네요...! 극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고든의 냉소와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듯한 책에 대한 비평들이 참 재밌습니다! 확실히 문장과 표현에서 진부함이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엉덩이에 여드름이 도톨도톨 난 서큐버스"(26p) 같은 표현 말입니다. 너무 늦은 것 같아 조금 민망하지만, 부지런히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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