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조지오웰의 소설 치고는 해피엔딩 ㅋㅋ 격공입니다..!!
해피엔딩이라서 안도하기는 했는데 마지막 한 페이지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문장은 소격효과를 노린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
오웰치고 해피엔딩.. 동의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가장 새드 엔딩 같기도 하네요. 오웰 소설 주인공 중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시도해본 것이 없는 주인공이 고든이고 본인이 그토록 혐오하던 중산층, 자본주의 하의 삶에 영원히 종사하게 된 것은 거의 1984의 윈스턴이나 다름 없어 보이니까요.
가장 새드엔딩같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윈스턴이나 고든이나 돈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자신이 저항하던 체제에 완전히 굴복해서 동화되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1984랑 꽤 겹치네요. 그런 면에서는 마지막에 고든이 엽란을 키우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지독한 블랙 코미디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며 엽란이라는 식물에 대해 알게 되네요ㅎㅎ 사진을 찾아보니 익숙한 식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꽃집에 가서 엽란을 찾아봤는데 사무실에서 키우던 나무여서 깜짝놀랐어요 ㅎㅎ
45쪽, ‘섹스어필 네이처틴트 립스틱’이라는 문구를 보다 문득 든 생각인데요. 『엽란을 날려라』가 1936년에 나온 소설인데, 이때 영국에서는 섹스, 섹스어필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썼군요. 앞에서 위크스 양도 섹스라는 말을 남성 서점 점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요. 한국에서는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 썼을 무렵인데...
50쪽, 오, 엽란 나왔다.
70쪽, [중산층 부모가 아들을 적절한 학교(즉, 사립학교나 그 비슷한 학교)에 보내려면, 품팔이 배관공에게 무시당할 만큼 궁상맞은 생활을 수년은 버텨야 한다.] 1936년 영국이랑 2022년 한국이 왜 이리 비슷한가요...
71쪽,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은 더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그 시절, 특히 사립 초등학교를 다닐 때, 고든의 인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버티며 부모가 부자인 척 연기하는 한 편의 기나긴 음모와도 같았다.]
p91 인생이란 참 희한하다. 성공하고 싶어도 못하리라는 솔직한 믿음으로 성공을 거부하고, 절대 성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 무슨 일인가 벌어져서 기회가 찾아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성공하게 된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영영 탈출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돈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와야 했다. 96. 가난이 정말 해치는 것은 인간의 뇌와 영혼이다. 정신적 무감각, 영적 불결함ㅡ 수입이 일정 지점 아래로 떨어지면 이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신앙, 희망, 돈, 성자가 아닌 이상 돈이 없으면 앞의 두 가지도 가질 수 없다. 고든의 딜레마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p.165_래블스턴의 오랜 친구인 백발의 뚱뚱한 이탈리아인 웨이터가 김 나는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래블스턴은 스테이크를 잘랐다. 붉으면서도 푸른 속살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 미들즈브러의 실업자들은 곰팡내 나는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앉아 빵과 마가린, 우유를 타지 않은 차로 배를 채우고 있겠지. 래블스턴은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처럼 수치스러운 환희를 느끼며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라는 말을 보고 래블스턴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어요. 가난을 흉내만 낼 뿐, 가난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래블스턴이 느끼는 감정을 ‘수치스러운 환희’로 표현한 것이 와닿네요 :)
상류층 아파트에 살고, ‘맹렬하면서도 애매한 사회주의 성향을 띤, 중상류 지식인을 위한 월간지’(134쪽)를 편집한다니, 딱 샴페인 좌파 아닌가요. ㅎㅎㅎ
133~134쪽, [이런 식으로 래블스턴은 자신의 계급에서 벗어나 명예 프롤레타리아가 되고자 평생 시도해왔다. 그런 시도들이 모두 그러하듯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부자는 결코 가난뱅이로 위장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돈도 탄로 나기 마련이니까.] 오웰 선생님, 야유가 아주 촌철살인이십니다.
@숩니 저는 아직 거기까지 읽지 않았지만, 쓰신 내용을 보니 앞서 문인들의 티파티에서 가난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다고 화를 내는 고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래블스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돈으로 인해 비참함을 갖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 9. 7. 수 (읽은 부분 p.61-80) -p.66. 고인에 대한 친척들의 진심 어린 평가를 알고 싶다면 비석의 무게로 대강 짐작할 수 있다.(^^재미있는 표현) -p.67. 우중충하고 꾀죄죄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었다. -p.68. 버스에 올라 탈때도 자연히 중심에서 밀려나 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저 돈을 찔끔 찔끔 흘려보냈다. -p.70 노처녀의 영혼을 타고난 여자였다. 심지어 열여섯 살에도 -p. 71.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p.72. 그들의 남루한 집, 촌스러움, 인생을 대하는 삭막한 태도 (중략) 궁색함을 증오했다. -p. 74. 실패와 성공만 있을 뿐, 선과 악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 -p.75 그저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돈이 미덕이며 가난은 범죄인 세계 말이다. 그들은 돈의 규범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르면 그들은 실패자였다. -p. 76. 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성공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하리라. 성공하지 않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으리라. 돈의 신과 그 야비한 사제들의 적이 되었다. -p.77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는 오로지 ‘좋은’ 직업이었다. *단상) 가난을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하다니. 그리고 성공, 돈, 좋은 직업을 거부하는 고든의 굳은 결의를 읽는 마음이 심히 복잡하다. 거의 100년전에 쓰인 글이 맞단말인가?
여러분들이 써주시는 인용문들과 단상들을 보며 새삼 제가 스윽 읽고 지나쳤던 문장들을 되새기게 되네요! 4교를 볼 때 또 다른 감상으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 읽고 싶어집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 돈, 영향력 있는 친구를 사귀기 위한 돈, 여가와 마음의 평화를 위한 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돈, 돈이 책을 쓰고, 돈이 책을 판다. 제게 고결함을 주지마소서, 오 주여, 제게 돈을 주소서, 오로지 돈을. 18쪽 너무 제 맘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 훨씬 읽기 수월해요.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삶 이야기인데 무척 유쾌(?)합니다. 『엽란을 날려라』에 비교하면 무척 밝은 톤이고, 유머가 넘칩니다. 이런 걸 골계미라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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