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네, 맞습니다. 자의식 과잉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석면이나 DDT에 분개한 사람이 독성 없는 건축 자재나 환경에 타격을 주지 않는 살충제를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저희들은 여기고 있어요. 지금의 소셜 미디어들에는 몇 가지 독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IT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설계하는 게 대표적이고요.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거나 쉽고 빠르게 여론 재판이 일어나게 하는 것 등등도 문제라고 보고요.
저희는 소셜 미디어도 살충제나 건축 자재, 자동차처럼 순기능과 부작용이 있는 기술이라고 보고 있어요. 동시에 이미 없앨 수는 없는 기술이 됐다고 보고요. 그렇다면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듯이 사람들이 보다 맥락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닌 Subject Network Service라는 말도 만들어 봤고요.
‘소셜 미디어가 저의 숙적’이라는 저 위의 말 자체가 좀 부정확했고, 구멍가게 직원이 거시경제 정책 비판하는 꼴 비슷해서 여러 모로 부끄럽기는 합니다만... (게다가 사실 저는 한 발만 걸친 상태이고 실제로는 별 일 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어쨌든 생각 자체는 그러합니다. 솔직히 그믐이 잘 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
p.234_이것 좀 보라지! 또 돈이 문제다! 인생의 가장 은밀한 행위를 할 때조차 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든 돈 때문에 지독하고 냉혹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돈, 돈, 항상 돈이 문제다! 돈의 신은 신방에까지 침범해 들어온다! 높은 곳이나 깊은 곳이나 그는 항상 존재한다.
식사할 곳을 찾아 들어간 호텔 식당. 직원은 입성만으로 고든과 로즈메리를 하찮은 손님으로 여기고, 고든은 이에 질세라 웨이터에게 팁까지 주며 허세를 부리는데요, 덕분에 전 재산을 변변치 않은 한 끼 식사에 다 쓰고 말았습니다. "정말! 너무 답답해!" (p243) 로즈메리가 고든에게 한 말인데,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88쪽, [누군가가 잡지에 실린 고든의 시를 우연히 보고는 “우리 회사에 시인이 있네”라며 떠들고 다녔다.] 이 기분 제가 아주 잘 압니다. 하하하.
91쪽, [그래서 고든은 래블스턴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일자리를 얻어달라고 말이다.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그의 영혼을 완전히 잡아먹지 않고 육신을 지켜줄 일자리를.] 요즘 같은 시대라면 ‘N잡러가 되세요’라고 조언을 들었을 텐데요. 카피라이터 하면서 시를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제가 소설가라서 하는 속 편한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전에 젊은 시인들과 이야기하다가 “전업 소설가는 있어도 전업 시인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시로는 도저히 밥벌이가 안 되고, 시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직장을 구했고, 그래서 오히려 젊은 시인들이 소설가보다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고. 나중에 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젊은 전업 시인도 있고, 젊은 전업 평론가도 있지만, 확실히 젊은 전업 소설가보다는 드문 거 같았습니다.
96쪽, [하지만 가난을 자처했으니 가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말은 빤한 거짓말이었다. 고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주일에 2파운드를 벌면서 몸이 고생할 일은 별로 없다. 설사 고생스럽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난이 정말 해치는 것은 인간의 뇌와 영혼이다. 정신적 무감각, 영적 불결함―수입이 일정 지점 아래로 떨어지면 이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신앙, 희망, 돈. 성자가 아닌 이상 돈이 없으면 앞의 두 가지도 가질 수 없다.]
101쪽, [하지만 헤밍웨이, 당신은 누구인가?] 조지 오웰이 헤밍웨이 만나러 갔다가 본명을 대는 바람에 문전박대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게 1945년이니까 『엽란을 날려라』 발표 이후이겠습니다. 오웰과 헤밍웨이는 서로 멀리서 모르는 채로 흠모하는 사이였다고 하지요. 유명하기로는 헤밍웨이가 훨씬 더 유명했는데(특히 1930년대에는), 오웰이 헤밍웨이를 존중하는 것보다 헤밍웨이가 좀 더 오웰을 존중한 것 같다고 합니다.
119쪽, [여자들은 돈 한 푼 없는 남자를 택하느니 남자 없이 사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
91p~139p 모든 예술가가 가끔 자신의 작품을 떠올릴 때 그러듯, 고든은 경멸과 공포에 휩싸였다. 누구보다도 시와 예술에 진심인 주인공,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출판계의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무엇보다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이후 그의 감정변화가 더욱 기대 된다.
140p~168p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집니다. 아무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 그건 신 만이 알겠죠. 우리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만 알거든요.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문제란 겁니다. 더러운 상처가 모두 그렇듯, 가난도 가끔은 밖으로 드러내줘야 한다. 좋아하는 여자와도 시간을 보낼 수 없을 정도록 가난한 주인공, 그럼에도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절친하고도 부르주아인 친구의 제안은 정말 대차게 거절한다. 돈을 이길 수 있는 신념이란 어떤걸까? 그리고 그 신념의 결과는 어떠할까 기대된다.
엽란을 날려라는 좋은 소설이지만 콤스톡이 연인 로즈메리에게 취하는 태도를 보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유난히 가혹한 주인공은 도데체 무슨 심정을 가졌던것일련지.
고든은 너무 찌질한 남자예요. 돈도 없으면서 불필요한 자존심은 왜 내세우는지 ㅜ 고든을 만나는 로즈메리가 더 답답합니다.
혹시 엄청 잘생긴 거 아닐까요...!?
그 불필요한 자존심을 레블스턴 말고 누나 줄리아에게도 좀 투사했으면 좀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부끄러움은 독자들의 몫이네요ㅠ
가족은 남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고든의 두번째 원칙......
p.253_그리고 주머니 속에 지폐가 들어 있는 느낌이 참 좋았다.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묘한 일이었다. 그저 부자가 된 기분이 아니라, 마음이 든든하고 기운이 솟고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 고든은 자신이 어제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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