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20쪽, [교양인이 교양인에게 보내는 미소. 델이라니! 천박하게!] 21쪽, [그들 사이에는 교양인끼리의 암묵적인 동지애가 있었다.] 사실 책도 읽을수록 ‘독서력’이라는 게 생기고 안목이 깊어지지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보는 눈이 있다고 믿는 독자들끼리 자부심도 있고, 비슷한 수준의 독서가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가끔은 무척 꼴사나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요?)
저는 그런 ‘교양인’들의 잘난 체를 무척 재수 없게 여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가 바로 그런 잘난 체 많이 하는 먹물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왠지 『엽란을 날려라』 읽으며 여러 번 뜨끔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p19 '글을 쓸' 힘을 잃은 건 돈이 없어서였다. 그저 돈이 없어서. 고든은 신조라도 되는 양 그 논리에 매달렸다. 돈, 돈, 모든 것이 돈이다. 27-28 또 돈이 문제다. 모든 것이 돈이다. 어떤 인간관계든 돈으로 사야 한다. 돈이 없으면 남자들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여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 어차피 돈이 없으면 인간과 천사의 언어로 말하지 못한다. 스물일곱 살 고든의 현재는 기승전'돈', 몽땅 돈이 원인입니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매사에 일이 풀리지 않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라는 건데요, 좀 과하다 싶다가도 막상 곰곰 생각해보면 납득이 되기도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이중적 태도가 씁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는 고든 콤스톡은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지만 사실 자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들과 함께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스스로와의 철칙을 위해 결국 그것을 거부합니다. 이런 삶이 의미가 있었을까요? 저는 아직까지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헛... 고든 콤스톡이 죽... 죽나요...?
아니요, 오히려 엽란을 날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치고는 해피 엔딩에 속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다만 작중 초반부에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거부한 대가가 이것인가'라고 토로할 정도로 주인공의 고난이 대가를 받기는 커녕 갈수록 피폐해지는 것이 슬퍼져서 한 말입니다.
아이쿠, 다행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물농장도 그렇고, 1984도 그렇고, 문학사에 길이 남을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네요.
조지오웰의 소설 치고는 해피엔딩 ㅋㅋ 격공입니다..!!
해피엔딩이라서 안도하기는 했는데 마지막 한 페이지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문장은 소격효과를 노린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
오웰치고 해피엔딩.. 동의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가장 새드 엔딩 같기도 하네요. 오웰 소설 주인공 중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시도해본 것이 없는 주인공이 고든이고 본인이 그토록 혐오하던 중산층, 자본주의 하의 삶에 영원히 종사하게 된 것은 거의 1984의 윈스턴이나 다름 없어 보이니까요.
가장 새드엔딩같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윈스턴이나 고든이나 돈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자신이 저항하던 체제에 완전히 굴복해서 동화되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1984랑 꽤 겹치네요. 그런 면에서는 마지막에 고든이 엽란을 키우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지독한 블랙 코미디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며 엽란이라는 식물에 대해 알게 되네요ㅎㅎ 사진을 찾아보니 익숙한 식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꽃집에 가서 엽란을 찾아봤는데 사무실에서 키우던 나무여서 깜짝놀랐어요 ㅎㅎ
45쪽, ‘섹스어필 네이처틴트 립스틱’이라는 문구를 보다 문득 든 생각인데요. 『엽란을 날려라』가 1936년에 나온 소설인데, 이때 영국에서는 섹스, 섹스어필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썼군요. 앞에서 위크스 양도 섹스라는 말을 남성 서점 점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요. 한국에서는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 썼을 무렵인데...
50쪽, 오, 엽란 나왔다.
70쪽, [중산층 부모가 아들을 적절한 학교(즉, 사립학교나 그 비슷한 학교)에 보내려면, 품팔이 배관공에게 무시당할 만큼 궁상맞은 생활을 수년은 버텨야 한다.] 1936년 영국이랑 2022년 한국이 왜 이리 비슷한가요...
71쪽, [아이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은 더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가난을 의식하는 아이는 어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물적 고통을 겪는다. 그 시절, 특히 사립 초등학교를 다닐 때, 고든의 인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버티며 부모가 부자인 척 연기하는 한 편의 기나긴 음모와도 같았다.]
p91 인생이란 참 희한하다. 성공하고 싶어도 못하리라는 솔직한 믿음으로 성공을 거부하고, 절대 성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 무슨 일인가 벌어져서 기회가 찾아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성공하게 된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영영 탈출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돈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와야 했다. 96. 가난이 정말 해치는 것은 인간의 뇌와 영혼이다. 정신적 무감각, 영적 불결함ㅡ 수입이 일정 지점 아래로 떨어지면 이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신앙, 희망, 돈, 성자가 아닌 이상 돈이 없으면 앞의 두 가지도 가질 수 없다. 고든의 딜레마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p.165_래블스턴의 오랜 친구인 백발의 뚱뚱한 이탈리아인 웨이터가 김 나는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래블스턴은 스테이크를 잘랐다. 붉으면서도 푸른 속살이 참 아름답기도 하지! 미들즈브러의 실업자들은 곰팡내 나는 침대에 우글우글 모여 앉아 빵과 마가린, 우유를 타지 않은 차로 배를 채우고 있겠지. 래블스턴은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처럼 수치스러운 환희를 느끼며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훔친 양다리 고기를 물어뜯는 개’라는 말을 보고 래블스턴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어요. 가난을 흉내만 낼 뿐, 가난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래블스턴이 느끼는 감정을 ‘수치스러운 환희’로 표현한 것이 와닿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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