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가난’ 대신에 넣어도 성립할 수 있는 다른 단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모욕을 당했다는 불쾌함, 혹은 모욕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높은 자존감? 깔끔한 복수? 그 심리가 인간에게 굉장히 중요한 행동의 동기이자 상처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인격 전체를 잡아먹는데 해법을 잘 모르겠네요. 물론 저도 여러 가지 콤플렉스가 있고 피해의식을 지닌 사람입니다.
맞아요. 가난을 대신해서 성립하는 것들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그 대신한 것들이 가난하지 않으면 돈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168쪽 같은 경험 있으세요? 저는 분통 터지게 하는 단체 메일을 받고 거기에 반박하는 아주 날선 답장을 전체 답장으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속은 시원하더라고요. 168쪽에서 고든의 대응은 많이 어리석은 것 같지만.
제가 아는 사람이 어느 회사 인사채용 담당자로 일했는데 면접에서 탈락한 응시자에게 ‘아쉽지만 낙방하셨습니다’라는 (전형적인 형식의) 메일을 발송했거든요. 응시자가 성깔 있는 분이었는지 그 메일에 답장을 보냈는데 딱 한 글자, ‘ㅗ’였습니다. 그런데 채용 담당자인 제 지인도 한 성깔 하는 분이어서, 자기가 아는 모든 채용 담당자 지인들에게 그 메일을 포워딩하며 “이 응시자 주의해라”라고 알렸어요.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아마 그 부분이 도링씨에게서 편지가 온 부분이었죠? 비슷한 경험은 한 적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모임이 열린다고해서 여러번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인기 있는 분들이나 재주가 많으신 분들이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들은 그냥 병풍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씁쓸하게 차비하고 식비만 버리고 돌아온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인터넷이란 평등한 공간이지만 어떤 이들에게 더욱 평등한 공간이더라고요.
네, 도링 씨가 보낸 편지에 답장하는 대목 맞습니다. 그리고 씁쓸한 경험이셨겠습니다. 저는 세상을 좀 어둡게 보는 사람이라 어떤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함을 그냥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그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우울하게 받아들일 뿐입니다). 저는 그런 현실 앞에서 그게 아닌 척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슬로건을 계속 고집하는 위선이 더 싫습니다. 인터넷은 그런 구호가 아주 잘 퍼지는 공간이어서 제 눈에는 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해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구호를 퍼뜨리는 힘조차 평등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러니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나오겠지요.
SNS에 가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러니까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 시절인데, 유명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무명도 아닌 분들의 연락을 자주 받았어요. 언론에서는 ‘스몰 스타’라는 말을 썼고, 네티즌들은 ‘네임드’라는 용어 정도를 사용한 거 같습니다. 이런저런 메시지들 요약하자면 ‘너도 끼워줄게’ 하는 내용이었고요. 팔로워들 몰래 자기들끼리 DM 보내면서 끈끈하게 영향력 품앗이를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어떤 오프라인 모임 같은 경우 네임드들끼리 모여서 사진 찍어서 올리고 보는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너무 삐딱하게 본 건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지인(이라 하기에도 뭣하고 그냥 아는 사람)과 손절하는 과정에서 너무 어이없는 말을 들어서 (유치하지만) sns상으로 저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지성인(?)으로서 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차단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 적이 있어요ㅎㅎ 할 말을 다 못한게 분해서 며칠동안은 씩씩 거렸지만요🤣
이런 건 인정해드려야죠! a. 자신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하셨고 b. 쉽지 않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을 선택해서 실행하셨고 c.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충동을 발견하고 억누르셨으며 d. 교양인으로서 품격도 지키셨습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통쾌한 마음은 얻지 못했지만 a~d의 반대 옵션들이 불러일으켰을 결과들을 생각해보면 최선의 행동을 하신 게 맞습니다. 제가 저 a~d 중 잘 실천 못하는 게 한두 개 있어서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 왜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거지같은 인간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누군가 제가 이유를 묻는다면 저는 그게 삶의 대가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으으.
169쪽, 아, 꿩이 이런가요... 저는 청둥오리들이 이 방면에서 아주 지독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얘기 들은 다음 청둥오리를 전처럼 정답게 바라보기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어갈수록 고든 콤스톡의 내면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넌더리를 내게 되고, 또 거기에서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놀라기도 합니다. 고든 콤스톡을 무작정 옹호하는 게 오웰의 의도가 아님은 분명하고요. 오웰이 그리는 이 인물은 분명 내면이 뒤틀려 있고 가까이 하기에 불쾌합니다. 재산, 외모, 장애, 출신 학교, 피부색, 성적 지향성, 고용 형태 등 사람들은 별의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차별 대우합니다. 그리고 그런 차별을 오래 당한 사람은 성인군자가 아닌 한 마음이 조금씩 일그러져 갑니다. 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처럼 원인을 남들이 잘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슬픈 일이지만 그렇게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피해의식이 주변인에 대한 공격성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이신가요?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라 그저 직장 동료 정도나 지인 정도의 거리라면? 고든 콤스톡이 실제로 살아 있는 인물이고, 일 때문이든 학교 동창이어서든 가끔 만나야 하는 사이라면 어떤 관계를 꾸려가려 하십니까?
너무 공감이에요. 오웰이 그리는 인물에 대한 감정이 저와 비슷하신 것 같아요.. 피해의식이 가득한 인간의 모습이 불쾌하게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p403 엽란이라니! 그렇게 우울한 걸 우리집에 가져오겠다고? 그리고 어디 둘데도 없잖아. 여긴 안 돼. 침실은 더더욱 안 되고. 침실에 엽란이라니, 절대 안 되지! 이토록 로즈메리가 싫어하는데 고든은 고집을 피우며 엽란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엽란을 키우면 돈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소설에서 엽란이 수시로 보이는데요, 잘 살펴보면 중산층 혹은 중산층에 가까운 사람들이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참 아이러니한 게 강제된 규범이나 자본주의를 거부하며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글로써 중산층에 진입하겠다는 나름의 포부가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저는 아직 언급하신 부분까지 읽지는 않았으나 발췌하신 문장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더 크게 드네요.
2022.9. 13. 화 (읽은 부분 121-140) p. 137. 부에 따르는 고약한 타락은 그를 비껴갔다. 아니 그것은 래블스턴의 의식적인 노력이었다. 그의 인생자체가 타락에서 달아나기 위한 투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연유로 래블스턴은 사회주의 성향의 인기없는 월간지를 편집하는 데 수입의 대부분과 많은 시간르 쏟아 부었다. p.138. 그리고 요즘 누가 시를 읽습니까? 차라리 벼룩한테 곡예를 가르치는 게 낫지요. p. 139. 내가 죽었기 때문에 시도 죽은 겁니다. 당신도 죽었어요. 우리 모두 죽었어요. 죽은 세상의 죽은 사람들이죠. *단상) 시를 읽기 좋은 시대는 언제 일까? 그시절이든 지금이든. 여전히 시를 읽기에 좋은 시절은 아닌 것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시를 읽는 사람이 적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요즘 더 적지 않나 싶어요. 저만 해도 10대에는 시를 꽤 읽었고, 20대에는 최영미, 유하 이런 시인들의 시를 그래도 따라갔던 거 같은데 요즘은 통...
척 클로스터먼의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면』에서 읽은 이야기인데요, 1936년에 《콜로폰》이라는 잡지가 구독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2000년 즈음에 1930년대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으리라 예상되는 작가는 누구일까?’를 물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1~10위까지 뽑힌 작가 10명 중 3명이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클로스터먼은 1930년대 문학 독자에게는 시의 위상이 이 정도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장르가 통째로 쇠퇴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마다 록 음악의 운명을 생각해봅니다. 제가 20대였던 1990년대에 ‘록은 죽었어’ 어쩌고 외치는 사람 많았거든요. 그런 제목의 노래도 있었고. 그런데 그때 록은 아주 펄펄 잘 살아 있었고, 지금은 정말로 죽었습니다. ‘문학의 죽음’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사사키 아타루가 아주 신랄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어요. 저는 아타루의 주장에 동의하는데, 그러면서도 저는 진짜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문학이 록 음악 신세가 되는 날을 보게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걱정도 합니다.
문학 전체는 아니더라도, ‘제가 아는 문학’은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소설을 보면 제가 아는 문학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좋게 본 웹소설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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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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