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한 장르가 통째로 쇠퇴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마다 록 음악의 운명을 생각해봅니다. 제가 20대였던 1990년대에 ‘록은 죽었어’ 어쩌고 외치는 사람 많았거든요. 그런 제목의 노래도 있었고. 그런데 그때 록은 아주 펄펄 잘 살아 있었고, 지금은 정말로 죽었습니다. ‘문학의 죽음’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사사키 아타루가 아주 신랄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어요. 저는 아타루의 주장에 동의하는데, 그러면서도 저는 진짜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문학이 록 음악 신세가 되는 날을 보게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걱정도 합니다.
문학 전체는 아니더라도, ‘제가 아는 문학’은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소설을 보면 제가 아는 문학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좋게 본 웹소설도 있지만...
인터넷 연재소설은 거의 읽지 않아서 확신 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으로 따지자면 한국 라이트노벨계의 쇠퇴와 웹소설의 흥행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르소설' 부분에만 한정하자면 웹소설에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콤스톡이 작중에 있는 셜록 홈즈도 아닌 말로 코난 도일이 살아있을때에는 웹소설 비슷한 정도밖에 되지 않았겠나 감히 말해봅니다. 장르문학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지러라고요.
네, 저도 근거를 댈 수는 없지만 웹소설 시장이 라노베 독자들을 다 흡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무협 독자들도 그렇다고 보고요. 40~50대 남성 웹소설 독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다소 의아했는데, 옛 무협 독자들을 떠올리니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옛 할리퀸 장르, 여성향 성인소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BL물 독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실제 이 ‘언더그라운드 문학’ 부문 과거 독자들의 총합에 비해 현재 웹소설 독자의 수가 훨씬 많은 건지는 궁금합니다. 무협지를 예로 들면 대본소는 출판사와 작가에게 큰 수익을 안기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인 플랫폼이었습니다. 지금 웹소설 산업의 대성공이 과금 구조에 있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독자가 늘어났는지 궁금해요.
이런 논의를 할 때 ‘장르소설’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은데, 시장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용어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칸막이가 대강 이렇게 있는 것 같거든요. ⓐ 문단문학 ⓑ 종이책 기반의 SF, 미스터리 장르 ⓒ 웹소설
ⓐ와 ⓑ 사이의 거리보다 ⓑ와 ⓒ 사이의 거리가 훨씬 크고, 장벽도 높은 거 같습니다. 게다가 ⓐ와 ⓑ 사이의 칸막이는 거의 사라진 거 같고요. 그런데 ⓑ와 ⓒ를 묶어서 ‘장르소설’이라고 부르고 ⓐ와 대립하는 분야인 것처럼 말하는 게 온당할까, 그런 분석이 실용적일까, 그런 의문이 듭니다.
전건우 작가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건우 작가님은 ‘장르소설’을 ‘오버그라운드 장르소설’과 ‘언더그라운드 장르소설’로 구분하시더군요. 얼추 전자가 ⓑ, 후자가 ⓒ에 대응하는 개념입니다.
덧붙이자면 ⓑ의 작가와 독자들은 ⓐ를 상대로 인정투쟁을 격하게 벌입니다(특히 SF가 그렇습니다. 그런 때 ‘장르소설’이라는 용어를 쓰면 독자 수가 더 많지만 그런 인정투쟁에 관심이 덜한 판타지나 로맨스 분야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 작가와 독자들은 ⓐ의 인정에 별 관심도 없는 거 같아요.
획일화할 수는 없지만 SF와 같은 장르들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은유하는 경우도 있으니만큼 어느 정도 사회와의 대화를 전제하는 반면, 웹소설은 철저하게 빙의, 환생, 판타지 등등 일상에서 없을법하고 비현실적인 전제와 클리셰를 더 선호하는 것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일일연속극과 교육적인 방송과의 차이점이라고 할까요.
조지 오웰을 함께 읽은 적은 없었는데 꼭 참여해보고 싶네요 :)
안녕하세요. 이 읽기모임은 출간 전 사전읽기 이벤트를 통해 이미 선정된 분들이 가제본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취지로 개설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가제본 증정 이벤트는 끝났지만 다른 판본 등으로 참여하신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현암사의 책은 11월에 출간 예정입니다.
172쪽, [꼭 그래야 한다면 간통을 저질러라,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간통이라 부를 만한 품위는 갖추어라. 영혼의 벗이니 뭐니 하는 미국식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문학을 꿈꾸던 사람이 광고 회사라는 샛길로 샜다가, 결국에는 그 길로 삶의 경로를 선회해버리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시큼한 마음이네요. 저 역시 광고 회사,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광고나 마케팅 또는 다른 밥벌이 일을 하고 있으신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p253 주머니 속에 돈이 있다고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묘한 일이었다. 그저 부자가 된 기분이 아니라, 마음이 든든하고 기운이 솟가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 고든은 자신이 어제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그는 윌로베드로 31번지에서 핍박받으며 석유난로에 콜라 차를 끓여 먹는 불쌍한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유명한, 시인 고든 콤스톡이었다. <캘리포이아 리뷰>에 보낸 시 한편이 실리게 되어 50달러의 돈을 받게 된 고든의 심정입니다. 돈이 수중에 있을 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더구나 그동안 궁핍했던 고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마음인데요, 50달러에 너무 앞서간 자신감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내 불평불만만 늘어놓던 사람이라 그런지 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누나 줄리아에게 갚겠다며 따로 챙긴 5파운드는 줄리아에게 잘 전달될지 살짝 의심이 가네요. ㅎㅎ
2022. 9. 14. 수 (읽은 부분 141-200) p.141. 우리 문명 자체가 저기 쓰여 있는 겁니다. 어리석음, 공허함, 황량함! p.150. 우리는 쓸데없는 말이나 떠들면서 그저 자기감정을 객관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p.151. 더러운 상처가 모두 그렇듯, 가난도 가끔은 밖으로 드러내줘야 한다. p.152. 고든이 말하는 가난은 진짜 가난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가난의 언저리에 있었다. p.154. 가난은 영혼의 구취죠. p. 180. 청결, 품위, 힘, 자존심, 전부 다, 무조건 돈이야. p190. 당신들의 엽란이지. 엽란을 키우는 건 여자들이니까. p.200. 주머니속에서 그의 기를 죽이고 있는 4실링 4펜스를 완전히 잊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욕정도 돌아올 것 같았다. *단상) 배금주의, 자본주의,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글들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고 때론 위로도 받는다. 그래서 자주 찾아 읽는다. 이 끊임없는 소유와 증식과 팽창의 욕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고든의 억지스러운 돈에 관한 억지는 조금 불편하다. 맨날 돈.돈.돈을 입에 달고사는 잔소리쟁이 아내 또는 남편?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그렇다고 고든이 틀렸다고도 할수 없다. 다 맞는 소리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이 현실이..래블스턴. 로즈메리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고든 옆에. 우리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지만지본 168p에는 이렇게 나오네요. ' "하지만 자살, 진짜 자살은 할 수 없소. 자살은 너무 온순하고 가볍소. 난 누구에도 세상에 대한 나의 몫을 넘겨주고 싶지 않고. 우선 난 나의 적을 몇 명 죽이고 싶어요." 자본주의에 대한 콤스톡의 저항은 헛발질을 하는 느낌을 주고 때로는 극단적이지만 그런 인물이기에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다면 꺼려지지만 이 사회에는 있어야할만한 인물이 고든 콤스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영혼의 구취(p154) 짧지만 송곳으로 다가온 문장이었습니다.
195쪽, 데이트할 때 밥값 누가 내느냐. 이 떡밥이 이렇게 역사가 오래되었군요. 심지어 영국에서도.
196쪽, [하지만 이런 말을 속에만 담고 있기가 힘들었다. 틀림없이 가난 때문에 사람들에게―로즈메리에게조차― 경멸받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고 빈틈없이 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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