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D-29
19쪽, 고든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책을 보면서 ‘이봐, 사기꾼 영감. 스코틀랜드인 아니랄까 봐 꼬장꼬장해서는’이라고 말하는 대목. 나름대로 스티븐슨에 대해 오웰이 친근감이랄까 호감을 드러낸 부분일까요? 두 사람 다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분개해서 글을 쓴 영국 지식인 작가였고, 젠 체 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쓰는 사람들이었으니 오웰이 동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해봅니다.
혹시 소설이든 영상물이든 픽션에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유형이 있으신가요? ex) 알코올중독자 전직 형사,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를 모두 물려받은 마족 사냥꾼...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작가가 주인공인 소설, 감독이 주인공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1차적으로 쓰기 쉬운 주인공이겠거니 생각해서 싫어하기까지 하진 않는데, 확실히 보는 순간 주인공이 작가나 영화감독이면 흥미도가 확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주인공이 소설가인 소설, 주인공이 영화 감독인 영화인 작품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어려우면서도 형식적으로도 완전하다고 봐요. 메타적인 작품들은 형식 그 자체가 메시지이고 매우 밀접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타 형식이야말로 모든 작품의 주제 중 가장 완벽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좋은 작품들은 그것이 직접적이든 노골적이든 자기 장르에 대한 메타 발언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 '이 문장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메타 형식이 아니면 대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메타 형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홍상수나 밀란 쿤데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아니 에르노와 같은 작가들은 메타 형식 안에서 자기 장르의 영토를 넓힌 아주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물론 어설프면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아, 모바일로 짧게 쓰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게 썼군요. 물론 주인공이 작가나 감독이어도 좋은 작품이 많죠. 말씀하신 작가들을 비롯해 폴 오스터나 로베르토 볼라뇨처럼 작가를 주인공으로 뛰어난 작품들을 쓴 작가들이 많고, 저도 그 작품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저렇게 대답을 한 건, 너무 자주 사용되는 캐릭터다 보니 그만큼 범작도 많고, 그래서 물론 잘 쓴 작품을 볼 때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작품을 읽기 시작한 첫머리에서 그 캐릭터를 보면 특별히 호감이나 흥미가 더 생기진 않는단 뜻이었습니다. russist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메타적으로 잘 쓴 작품의 경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보는 체험을 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만든 한 사람의 피해의식을 만든 것 같네요..
저는 전형적인 마초 형사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배우의 힘을 입어 유행하고 있는 캐릭터죠ㅎㅎ... 그 배우분께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그런 캐릭터가 보여주는 전통적인 강한 남성성에도 거부감이 들고, 무엇보다 보장된 흥행으로 쉽게 쉽게 가려는 것 같아서 별로더라구요.
@장맥주 전 오로지 제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허세 만렙 캐릭터는 읽는 동안 피로도가 높아지더군요. 예를 들면 <인생의 베일>의 키티, <그녀와 그>의 로랑은 지금 생각해도 피곤합니다.
ㅋㅋ 저 무지 피곤해요. 방금 인생의 베일 다 읽었거든요. 키티 키티.. 으양.
p.134_부자는 결코 가난뱅이로 위장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살인과 마찬가지로 돈도 탄로 나기 마련이니까.
2022년 9. 4. 일 (읽은 부분 p41-60) -p48. 친절하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돈이었다. -p.50 성냥을 버리던 고든의 시선이 풀빛 화분의 엽란에 멎었다. 참으로 볼품없었다. 잎은 고작 일곱 장 뿐이고 새잎이 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든은 엽란과 일종의 암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놈을 죽이려는 은밀한 시도를 여러번했었다. 물을 주지 않고, 줄기에 뜨거운 담배 꽁초를 비비고, 심지어는 흙에 소금을 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독한 것들은 웬만해선 목숨 줄이 끊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들고 병든 몸을 지켜낸다. -p57. 수고스러운 파괴가 어떤 면에서는 창조행위라도 되는 양 *단상) 고든의 하숙집을 둘러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하숙집 주인, 하숙인들 1. 2. 3과 하숙집에 대한 묘사, 특히 엽란에 대한 고든의 암투. 엽란은 어쩜 고든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닮았다.
154페이지에 오타가 있네요. 래블스턴이 램블스턴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정식제본판에는 교정이 되어 있겠죠? :)
제보 감사합니다. 숩니님 덕분에 오자 하나 잡았네요^^ 3교 완료 상태의 가제본을 보내드린 터라 한번 더 교정을 볼 예정인데요, 이렇게 제보 주시면 혹여 놓칠 수 있는 것도 잡을 수 있으니 적극적 제보 부탁드립니다!
20쪽, [교양인이 교양인에게 보내는 미소. 델이라니! 천박하게!] 21쪽, [그들 사이에는 교양인끼리의 암묵적인 동지애가 있었다.] 사실 책도 읽을수록 ‘독서력’이라는 게 생기고 안목이 깊어지지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보는 눈이 있다고 믿는 독자들끼리 자부심도 있고, 비슷한 수준의 독서가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가끔은 무척 꼴사나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요?)
저는 그런 ‘교양인’들의 잘난 체를 무척 재수 없게 여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가 바로 그런 잘난 체 많이 하는 먹물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왠지 『엽란을 날려라』 읽으며 여러 번 뜨끔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p19 '글을 쓸' 힘을 잃은 건 돈이 없어서였다. 그저 돈이 없어서. 고든은 신조라도 되는 양 그 논리에 매달렸다. 돈, 돈, 모든 것이 돈이다. 27-28 또 돈이 문제다. 모든 것이 돈이다. 어떤 인간관계든 돈으로 사야 한다. 돈이 없으면 남자들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여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 어차피 돈이 없으면 인간과 천사의 언어로 말하지 못한다. 스물일곱 살 고든의 현재는 기승전'돈', 몽땅 돈이 원인입니다.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매사에 일이 풀리지 않는 것도 모두 돈 때문이라는 건데요, 좀 과하다 싶다가도 막상 곰곰 생각해보면 납득이 되기도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이중적 태도가 씁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는 고든 콤스톡은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지만 사실 자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들과 함께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스스로와의 철칙을 위해 결국 그것을 거부합니다. 이런 삶이 의미가 있었을까요? 저는 아직까지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헛... 고든 콤스톡이 죽... 죽나요...?
아니요, 오히려 엽란을 날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치고는 해피 엔딩에 속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다만 작중 초반부에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거부한 대가가 이것인가'라고 토로할 정도로 주인공의 고난이 대가를 받기는 커녕 갈수록 피폐해지는 것이 슬퍼져서 한 말입니다.
아이쿠, 다행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물농장도 그렇고, 1984도 그렇고, 문학사에 길이 남을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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