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발췌, 수정, 요약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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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68혁명이 없었던 이유 ('서울의 봄'이 오지 않은 이유) 한국은 전 세계가 반대하는 베트남전쟁에 지상병 을 파병한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대만이 매우 적은 병사를 파병) 다른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압 력하에 베트남전쟁에 참여했지만 모두 지상병이 아닌 소수의 비전투병을 파병했을 뿐입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68년까지 5년 동안 32만 명의 지상군을 파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권력 을 잡았습니다. 당시 미국에선 박정희의 쿠데타를 공산주의 쿠데타로 의심했습니다. 박정희가 당시 군부 내에서 남조선노동당(남로당)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미국의 정보기관 CIA에서는 박정희의 쿠데타를 경계 한 것입니다. 한국의 반공주의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형성 된 결정적인 이유 역시 박정희의 영향입니다. 미국이 60년대 중반까지도 박정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에 박정희는 자신의 '전향'을 증명하기 위해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인 반공주의 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베트 남 전쟁 초기에 백인과 베트남인이 싸우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되는 상황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인종 간의 전쟁으로 보이니까요. 박정희는 이 일로 미국의 확실한 신임을 얻게 됩니다. 박정희는 전투 병을 파병하면서 자유세계를 지킨다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었 던 것입니다. 이 전쟁이 자유세계를 지키는 문제와 는 별로 상관 없었다는 것은 실제 자유세계의 나라 에서 파병을 하지 않은 사례들만 봐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죠. 심지어 당시 프랑스의, 독일 등 유럽의 저명한 신문들에서는 한국군을 대놓고 '미국 용병' 이라고 부르거나,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파병으로 인한 이득 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전을 통해 상당한 양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그것이 경제 발전 에 토대가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젊은이들의 피 로 돈을 벌어들인거지요. 이 무렵 베트남과 사이가 가까웠던 북한은 베트남으로부터 병력 지원 요청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안보문제로 거절을 하죠. 지속 적인 병력 지원을 거절하다가 병력 지원 대신 남한 의 안보를 위협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남 한에 김 신조를 포함한 정예부대를 박 정희 암살을 목적으로 보냅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실미도와 관련 깊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미도 부대가 김일성 암살이 목표였던 이유죠.) 더 중요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1968년 부터 한반도가 일종의 게릴라전 상태로 접어들며 박정희는 이를 명분으로 남한 사회를 본격적으로 '병영사회'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처 음으로 한 일이 바로 주민등록증을 만든 것입니다. '간첩 색출'이 목적이었습니다. 전쟁 상황이기 때 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식이었지요.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와 만나게 됩니다. 지역감 정도 박정희가 만든 것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지역감정이 없었습니다. 박정희가 대선에서 상대 방 후보와 맞붙었을 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1970년대 초부터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장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처럼 박정희는 베트남 전쟁 파병을 통해 한국을 68혁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진 '예외 국가'로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한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인물입니다. 그 밖에도 그는 강남 개발을 통해 정치 자금을 축적하여 한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원조 투기꾼이자, 일본 군 장교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름으로써 한국을 '과거 청산이 없는 나라'로 만든 친일파이고, 민주 주의를 유린한 군사 쿠데타를 통해 30년간 지속된 군사 독재 시대의 문을 연 독재자였습니다. 박정희 가 한국 현대사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이처럼 막대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점에서 돌아볼 때 그가 남긴 최악의 유산은 바로 그가 68혁명이 추구한 사회와 정반대되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86세대'가 독일의 68세대 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화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시기가 86년, 당시 대학생들이 주축) 86세대는 쉽게 말하면 현재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정치 엘리트 그룹을 말합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이들이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는 군사독재 시대로, 전두환이라는 희대의 독재자가 그야말로 야만적인 폭력을 자행하던 시대였습니다. 이들은 그런 폭력 정권에 용감하게 맞섰던 것입니다. 그 용기와 희생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로 이 땅의 민주주 의를 위해서 내 한 몸을 기꺼이 바치겠다는 의식을 젊은 세대가 폭넓게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렇지 않은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들까지 86세대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인권 감수성과 소비 감수성의 부재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겐 시대에 상당히 뒤떨어진 현상들이 참 많습니다. 첫 번째는 인권 감수성의 부재입니다. 한국 사회는 인권 감수성이 대단히 모자라는 사회입니다. 기본 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정말 부족합니다. 특히 난민이나 장애인, 문화적·성적 소수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현상은 소비주의 문화입니다. 한국처럼 소비주의가 이렇게 전면적으로 아무런 비판 없이 번창하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미국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거기엔 그래도 반소비주의 문화가 나름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피 문화의 유산 덕분이겠지요. 독일에선 소비 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탈(脫)물질주의 문화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 교육이 매우 중요시되기 때문에 환경 의식, 생태적 감수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불러일으킨 청소년의 '생태 반란'은 모두 이런 철저한 생태 교육을 바탕 으로 생겨난 것이지요. 반면 한국에서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비주의는 도 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온통 소비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비를 해야 일자리 가 생기고, 경제가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요. 어디에서도 생태적 상상력, 환경 윤리 의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논리만이 전면 적으로 지배하는 참으로 놀라운 사회입니다. 성에 대한 죄책감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독일 아이들이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반면 한국 아이들은 대다수가 성(性)과 관련해서 죄책 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을 나쁜 것, 비도덕적인 것으로 악마화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은폐하기 때문이지요. 독일의 성교육은 우리의 이러한 성 교육과 전혀 다릅니다. 성의 영역도 68혁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죠. 68혁명은 일종 의 '성 혁명'이었으니까요. 독일은 성과 관련해서 죄책감을 갖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독일에서 는 아주 이른 시기(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성교육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성과 관련해서 절대 윤리적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2022. 7. 4. 덧붙임 글. 김누리 교수님은.. 정말 급진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중 한명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부모님 세대에서는 박 정희 전 대통령을 꽤나 찬양하는 분위기입니다. (참고로 저는 30대 후반이요.) 어쨌거나 한국 사회의 경제가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물론.. 경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제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성공한 쿠테타도 분명한 쿠테타 라고요.. 어떤 정치성향을 받아들일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입니다. 다만..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자세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 독일의 교육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옳다면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교육은 자아를 강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교육이었죠. 늘 학생을 야단치고 벌주고, 결국 깊은 열등감을 갖게 하는 방식이었지요.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웠습니다. 다른 학생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창의 적인 생각을 드러내면 비판을 받거나 조롱을 당하 는 경우도 허다했지요. 한국의 아이들은 이런 학 교에 다니면서 모멸감과 자괴감, 열등감을 일상적 으로 느끼고 내면화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자아가 약한 것은 자아를 유린하고 파 괴하는 교육 때문입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학교에서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민주주의 의 문제가 자아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은, 성교육 문제이기도 합니다. 성적 본능을 다루는 방식이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프로이트에 따르면 '에고(자아)'는 '슈퍼에고(초 자아)'와 '리비도(성적 에너지)' 혹은 '이드(본능 적인 충동)'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즉,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을 의미하는 초자아와 본능과 충동 의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불안한 존재 가 바로 자아입니다. 즉,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는 곧 성적 에너지가 발현되는 시기입니다. 바로 이 때 인간은 처음으로 성적 에너지와 초자아 사이에 서 분열된 자아를 체험하게 되지요. 성적 에너지 는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인간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런 생물학적 충동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헌데 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 일수록 초자아가 성적 에너지를 윤리적으로 공격 하고, 이른바 '악마화'합니다. 성적 본능을 사회 적으로 억압하고, 윤리적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 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지요. 이러한 성적 본능은 나쁜 것이라고 공격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초자아가 성적 에너지를 공 격하면 할수록 성적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 니라 자아가 점점 더 강한 죄의식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여기서 '죄의식'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것이 정치적 의미를 갖기 때문입 니다. 내 안에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을 악이라고 공격하면, 인간의 자아는 죄의식을 내면화할 수 밖에 없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일종의 '성 정치 학'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깊은 죄의식을 내면화 한 인간일수록 약한 자아를 갖게 되고, 약한 자아 를 가진 인간일수록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이 되 기 때문입니다. 즉 죄의식이라는 성적·심리적 문 제가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지요. 이를 요약하면 인간의 성을 억압하면할수 록, 그 개인은 권력에 굴종적인 인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이라 고 합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자들, 특히 테오도르 아도르노, 에리히 프롬, 허버트 마 르쿠제 등의 이론이 바로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 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에 따르면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교육이 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강한 자아를 가진 개 인을 전제로 하는데, 그런 개인은 권위주의적 성 격을 극복한 개인이어야 하고, 그런 개인은 바로 올바른 자아 교육, 즉 성교육을 통해서 길러지기 때문이지요. 본래 교육, 즉 '에듀케이트(educate)'라는 말은 '밖으로(e-) 끌어낸다(duc)'는 뜻입니다. 고유한 재능은 사람 안에 이미 다 들어 있고, 그걸 끌어내 는 게 교육이지 '지식을 넣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는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한국에 서 배운 교육은 사실 반교육(anti-education)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경쟁 교육을 하지 않는 것, 대학 입시를 폐지하는 것은 사실 비현실적인 구상 도, 이상적인 꿈도 아닙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 서 그런 정신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입시 제도 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을 비롯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는 대학 입시가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아비투어라고 하는데 대학을 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거의 대 부분 다 합격합니다. 아비투어에 붙은 학생은 모 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내 안의 노예 감독관(자기계발이 가진 속성) 지금 한국은 끔찍한 '자기착취' 사회입니다. 이걸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노예 감독관(주인)이 밖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착취를 했다면, 지금은 노예 감독관을 내 안에 심어놓고 스스로 알아서 착취하게 합니다. 그것이 자기 착 취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기착취가 가장 심한 나라입니다. 자기착취가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 으로 끝없이 자행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타인이 착취를 하는 경우에는 착취 당하는 자의 내면에 착취하는 자에 대한 저항 의식이 생기지만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는 경우에는 내면에 죄의식 이 생겨납니다. '내가 잘못해서 안되는구나' '내가 게을러서 실패하는 거지.' '내가 공부 안 해서 이 렇게 된 거야.' '내가 더 노력해야 해. 이렇게 끊임 없이 자기를 비난하고 착취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착취를 당하면서도 착취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입 니다. 우리 사회가 그 많은 자살과 자해의 지옥이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세 계에서 유례가 없는 '자살 사회'로 굳어진 건 바로 한국 사회가 '자기착취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사회적·심리학적 구조를 정확히 투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부단히 전가하는 지배자들의 기만적인 논리를 내 면화하고 신념화해서는 이 사회를 변혁할 수 없습 니다. 지금 한국인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 그러니까 행복감을 느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는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착취의 결과로 생기는 온갖 불행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합니다. 정말 이상한 사회입니다. 개인을 억압하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에 생긴 불 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다시 또 개인을 착 취 하도록 하는 이상한 사회인 것입니다. 우리 사 회가 이처럼 자기착취 사회가 된 것도 68혁명의 부재 때문입니다. 68혁명 당시 가장 유명한 구호 중 하나는 바로 '정치 투쟁의 최전선은 내 안에 있 다'라는 거였습니다. 만약 내 안의 사유, 감정, 감 수성, 욕망, 무의식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나를 노예 로 만드는 자의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거기서 해 방될 수 있을까요? 내 안의 노예 감독관은 '물리 적 권위'에서 '윤리적 권위'로, 다시 '익명의 권위' 로 발전해 온 것입니다. 그 모두는 사실 나를 노예 로 부리는 지배자들이 나의 내면에 심어놓은 것이 고, 이것을 신념화하면서 나는 완벽한 노예로 길 들여지는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 '자기착취'라는 놀라운 전도 현상의 비밀이 있는 것입니다. 68혁명의 부재와 관련하여 '소외'의 문제도 중요 한데, '소외'는 현대인을 이해하는 데 정말 중요한 개념입니다. 원래 소외의 의미는 '배제'라기 보단 '전복'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 즉 흔히 '현대인의 소외'라고 말할 때는 현대인이 고립되고 배제된 삶을 산다는 의미보다는 현대인의 삶이 '뒤집어져 있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죠. 그래서 소외란 말이 중요합니다. 바로 우리의 삶이 뒤집어져 있으니까 요. 소외라는 개념은 원래 종교 분석에서 나왔습 니다. 루트비히포이어바흐는 소위 헤겔 좌파에 속 하는 사상가로서 종교를 일종의 '소외' 현상으로 보았습니다. 그의 명제는 간명하고 분명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이다'라는 거지요. 기존의 지배적인 학설인 창 조설을 완전히 '전복'한 겁니다.
2022. 7. 6. 덧붙임 글. 자존감의 원래 뜻을 아시나요? 워낙 많이 쓰이니까 많이들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 번 더 짚으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원래 단어는 자아존중감이고.. 줄여서 자존감이라고 부르는 단어입니다. 요즘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단어죠. 자아존중감의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뒤의 존중감은 떼고 '자아'만 놓고 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이라고 국어사전에는 나와있습니다. 쉽게 풀자면 '내가 느끼는 나' 혹은 '내가 생각하는 나' 라고.. 저는 단순하게 이해합니다. 그러면.. '내가 느끼는 나' 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일단 태어났을테고, 성장했겠죠. 진화론에 가장 깊은 관심을 두다 보니 이쯤 되면 다시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결정적 차이는 '함께 보기' 능력이라고 알고 있어요. 인간에게 학습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놀라운 능력이죠. (함께 보며 가르치는 능력) 물론 얼마 전.. 책 《개는 천재다》 에서 다뤘듯이 개 역시도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습 가능한 똑똑한 동물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개가 인간을 넘을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는 문화를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개의 경우 배움은 가능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오늘도 시간이 남는 탓에.. 멀리 돌아왔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아' 에 대해 적으면서 이렇게나 멀리 돌아온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나' 또는 '내가 생각하는 나' 는.. 스스로 만드는 것보다 문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저의 삶을 돌아본다 해도..)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정치민주화와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고 하는 한국 사회는 왜 '헬조선'이 되었을까요? 우리가 정치 민주화를 이룬 부분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우 리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잘사는 나라 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 정치 민주화를 이룬 동시에 급속히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보기 드문 나라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같은 나라 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하자면, 한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남한 인구 5천 2백만 명, 만약 북한까지 합치면 대략 7천8백만 명)이 정도 인구 규모를 가진 나 라는 유럽에 가면 굉장히 큰 나라라고도 할 수 있 습니다. (유럽의 가장 나라는 독일이고 인구는 대략 8천4백만 명) 그러니 인구만 놓고 보자면.. 한국은 상당히 큰 나라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는 스스로 작은 나라라고 여깁니다. 그 이유는 우 리가 작은 게 아니라 우리 주변 나라들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먼저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군사 적으로나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일본은 경 제적으로 최강국에 들어가는 나라고요. 중국은 세 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러시아 역시 어마 어마하게 큰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이 가장 큰 나 라지요. 그 4대국 사이에 절묘하게 우리나라가 있 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힘이 센 국가들 사이 에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 잡은 나라인 것입니다. 돌아보면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에게 커다란 시련의 조건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 습니다.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한다면 이것을 활용 할 수도 있을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또 다른 측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벌써 15년 째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살은 사회적 문제이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너무 안이하게 대 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발 표한 내용은 유명인들의 자살이 늘어서, 이에 따 른 모방 자살 증가로 그렇게 되었다는 식이었습 니다. 그리고 KBS 뉴스에서는 자살 충동을 극복 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권유하는 보도를 내보내면 서 영상으로는 헬스장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너 무나도 안이한 태도이자,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 수 없다면 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절망감입니다. 미 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특히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통계에 따라서 는 세계 평균의 10배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노인 들은 이제 자연사를 눈 앞에 둔 분들입니다. 자기 의 삶을 의미 있게 정리하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 해야 할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너 무도 끔찍한 일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일상화되어 버린 노인자살의 첫번째 원인은 바로 노인 빈곤 입니다. 이건 분명한 사회 문제인 것입니다. 노인 자살뿐만 아니라 청년 자살 비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지표를 보면 우리의 청년 자살률은 세계 평균의 서너 배입니다. 10대에서 30대 사이 한국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청년 자살 률의 원인은 바로 살인적인 경쟁 때문입니다. 경쟁 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적 질환을 일으 키고, 이것이 청년 자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3명중 1명이 자살 충동에 시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가 살기 너무 힘든 사회, 너무 도 고통이 큰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대부분 의 자살은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어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서 뛰어내린 경우들입니다. 엄격히 말하면 이것은 자살이 아닙니다. 이는 명백 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그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의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렸을 때 그들을 받 아줄 사회적 그물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은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세 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가장'이라는 말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지구상에는 불평등한 나라가 많습니다. '불평등' 하면 어느 나라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미국이 떠오를 수도 있고, 멕시코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예상되는 나라들이 많 지만, 여러 지표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급 속하게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자산 불평등은 우리나라 상위 1%가 전체 자산 중 약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0%가 66%를 가지고 있지요. 반면 하위 50%가 2% 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의 절반이 전체 자산의 2%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한국 에서 자산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이 부 동산인데이 부동산 불평등은 더 심각합니다.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경제학과의 이강국 교수 가 쓴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가 가지 고 있는 부동산이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의 55% 라고 합니다. 또 10%가 97.6%를 가지고 있죠. 나머지 90%가 2%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 는 셈입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 한국의 경제적 불 평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 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불평 등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한 경제학자 정태인씨는 우리나라 순자산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토마 피케 티의 베타 지수를 제시하며 이렇게 불평등한 나라 는 '자본주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합니 다.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태 가 우리의 현실입니다. 여의도가 수상하다 사회적 관계의 해체, 세습 자본주의, 학벌 계급사 회 등이 한국사회를 '지옥'처럼 만들었다고 했는 데, 이런 요인들은 왜 생겨난 것일까요? 이 지옥 의 발원지는 '여의도'입니다. 그곳의 국회의원들 이 이런 사회 질서를 만든 장본인들이지요. 입법 부에 속해 있는 300명가량의 국회의원들이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규칙들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300명가량의 국회의원 중에서 290명 정도는 자 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 중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반대하는 정당은 정의당 정도입 니다. 다른 정당들은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 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에도 이런 극단적인 의회 구성은 찾아볼 수 없습 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의원이 우리처럼 98%에 달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죠. 심지어 자유시장경제의 낙원이라는 미국도 이렇 게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자유시 장경제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예로 들자면, 독일의 자유민주 당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입니다. 지난 독일 연방의회(2013~2017년)의 사례를 보면..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에 631명의 의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서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 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자유민주당이 의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독일은 정당지지율이 5%를 넘어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 는데, 자유민주당이 4.8%를 얻는 데 그쳐 의회 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체제 : 공급자와 소비자가 시장에 서 만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하도 록 하는 형태의 경제체제를 뜻합니다. 즉 경제활 동에 있어서 국가가 크게 터치를 하지 않는거죠.)
2022. 7. 9. 덧붙임 글. 저는 법을 잘 모릅니다. 다만..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은 분명하게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만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다수가 더 잘살게 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더 불행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죠.. 많은 국민이 불행하다면 그 국가에도 분명 일정 부분의 책임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각자의 생각은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미국, 대한민국 현재 한국은 미국의 복사판입니다. 한국 근대화 는 결국 서구화를 의미했고, 이때 서구화의 내용 은 미국화를 뜻했습니다. 서구화의 두 갈래 길 중 한국은 유럽화가 아닌 미국화를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죠. 한국은 작은 미국입니다. 우선 한국의 거의 모든 제도는 미국식입니다. 엘리트 대학 시 스템과 과열된 입시 경쟁에서부터 엄청나게 비싼 학비와 과도한 사립대학체제까지 모두 미국 제도 와 관행을 그대로 따릅니다. 심지어 미국을 능가 하는 것도 많습니다. (사립대학의 비율이 87%, 대학의 학비는 1인당 소득 대비로 따져보면 미국 보다도 높으며, 살인적인 입시 경쟁도 마찬가지) 이런 특징들은 유럽 대학과는 무척 대비됩니다. 유럽의 대다수 나라에서는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 고, 대학 입학의 기회는 폭넓게 열려 있으며, 대부 분 국립대학이 고등교육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대학의 학비는 저렴하거나 무료입니다. 우리가 당 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미국식인 것 입니다. 유럽은 그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 고요. 정치 지형도 미국과 빼닮아 있습니다. 미국 은 보수양당제라고하는 아주 '예외적인' 정치 형 태를 가진 나라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보수정당이고,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아주 특이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정권 교체가 되어도 사회적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 정치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이라고 평가받은 버락 오바마가 시행했었던 '오바마케어'의 실패입니다. 미국에 서는 높은 의료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도 받지 못 하고 죽거나, 치료를 받은 후 파산하는 일이 빈번 합니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오바마케어였지요. 허나 의료개혁에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 령이 되면서 오바마케어는 거의 누더기가 되었고, 그 본래의 정신도 사라졌습니다. 이같이 미국은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조차 의료개혁 하나 제대로 성공시킬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사회입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수양당제의 왜 곡된 변형인 수구보수 과두 지배체제로 되어 있 으니까요. 보수양당제에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한 다 해도 본질적인 사회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 다. 그러니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 고용 불안, 사회적 차별 등의 문제는 풀리지 않고, 사회 복지 수준도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뀌어 도 사회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의 정서가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좌절감과 절망감의 표현입니다. 미국 과 한국에서 나타나는 낮은 투표율은 정치의 위 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치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장치가 마비된 사회에서 그 많은 사회적 좌절과 절망을 해소해 주는 것은 종교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런 현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죠. 정치적 무능과 사회적 비참이 팽배한 현실에서 기독교가 국가를 통합하고 좌절을 위무하는 역할 을 하는 겁니다. 미국은 사실상 종교 국가에 가깝 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습 니다. 대통령이 선서를 할 때도 법전 위에다가 손 을 얹는 게 아니라 성서 위에 얹는 것은 매우 의미 심장한 상징성을 갖습니다. 통치권은 법전이 아니라 성서에서 나온다는 뜻 이지요. 그 정도로 기독교는 미국을 움직이는 강 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에 서 기독교가 사회를 통합하는 힘이 없었다면 아 마도 그토록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내뿜는 원심 력을 버텨내지 못했을것입니다. 한국에서 기독교 가 엄청난 세력을 얻은 이유도 미국과 다르지 않 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절망과 좌절 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 에 생겨난 현상입니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놀라 울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기독교 선교사상 유례 가 없는 '선교의 기적'을 이룬 것은 한국인이 지 닌'종교적 심성' 보다는 한국 사회에 각인된 왜곡 된 정치사회적 구조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처럼 종교의 경우도 한국은 미국과 닮아 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미국화에 대해서 조희연 교수는 '과 잉 미국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총체적 미국화'라는 개념을 씁 니다. 한국의 문제는 '많이' 미국화된 것에 있다 기보단 '전면적으로' 미국화된 것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앞서 제도의 미국화에 대해 몇 가지 사 례를 들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영혼의 미국화' 입니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미 국인에 가깝습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 감수성, 욕망, 심지어 무의식까지도 거의 미국인의 그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의 영혼 은 미국인과 너무나 유사하고, 유럽인과 너무나 다릅니다. 한국인의 꿈은 미국인의 꿈과 같으며, 유럽인의 꿈과 다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영혼 의 미국화'라고 부릅니다. 한국이 미국화되었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 미국이 야말로 선진국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즉 세계적 표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유럽의 지식인과 정치가들 사이에서 미국은 대체로 사회적 지옥으로 여겨집 니다. 미국은 실로 세계적 차원에서 보자면 표준 적인 국가라기보다는 예외적인 국가입니다. 우리 가 알고 있는 수많은 '상식'들이 국제적인 표준에 비추어보면 맞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들은 대개 '미국식' 상식인거지요. 그래서 지금의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헬조선'이 됐느냐를 살펴볼 때, 우리가 미국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객관적 관점 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가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2019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나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이른바 '30-50클럽'에 들어간 일곱 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대단한 나라가 아직도 남의 나라에 군사작전권을 내맡기 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75년, 한국전쟁 발발 70 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근대국가의 기본 원리인 민 족자결과 국민주권마저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형 편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군사작전권을 맡겨놨다 고 하는 그 나라의 대통령은 수많은 정신의학자들 에 의해 '정신이상자'로 의심받던 사람이었죠. (트럼프..) 미국 상황도 기형적이기는 마찬가지입 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경제로 인해 세계에서 가 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여기선 연대도, 교감 도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자독식의 싸늘한 논리만이 존재합니다. 이건 사회가 아니라 정글입 니다. 한국은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 사회고, 시장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 사회가 되 었습니다. 이 기형적인 국가, 이 부조리한 사회를 만든 것은 남한과 북한의 냉전체제입니다. 그러므 로 이러한 기형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냉전체제가 시급히 해소되어야합니다. 즉,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냉 전체제 극복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기형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냉전체제와 그로 인한 분단체 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의 정전체제를 빠른 시일 안에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당장 통 일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적대하지 말아야 하 며, 교류도 활성화 해야 합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가운데 교류가 지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입니다.
이제는 거울 앞에서 당당해집시다(에필로그) 1919년 타국에서 임시정부를 세운 이후 100년 이 지난 최근,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되었습 니다. 식민 지배와 분단, 냉전과 내전, 군사 독재 라는 참혹한 역사의 질곡을 거치고도 이런 반듯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데 우리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 질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 습니다. 우리는 보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절대로 경험해선 안 되는 것은 전쟁입니다. 한반도에서 영원히 전 쟁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것, 한반도에 영구 평화 를 정착시키는 것-이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민주 주의가 얼마나 위대한지 더듬어 보았고,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여전히 아직도 멀 다는 사실도 짚어보았습니다.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자신이 민주주의자가 되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지 못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민주 주의는 정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삼권분립과 대의민 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다 민주주의자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강한 자아'를 가진 자입니다. 우리는 또한 한국 정치의 본질은 수구와 보수가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과두정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당과 야당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존 과두 지배 세력과 미래 개혁세력의 사이에 있습니다. 지난 70년간 지배해 온 수구- 보수 과두지배체제를 타파하지 못하는 한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지금 '50년 지각한 68혁명'의 현실을 눈 으로 직접 보고 있습니다. 지극히 취약한 여성 인 권과 페미니즘, '가면 쓴 민주주의'의 현실, 사회 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의 부족, 성 해방 의식과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 반권위주의 교육 의 부재 등 그 사례는 다 손꼽기도 어렵습니다. 68혁명의 부재로 인해 한국은 현대사에서 유례 가 없는 부조리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소외, 자율, 탈물질주의, 반권위주의의 개념이 아직도 도착하 지 못한 사회, 페미니즘과 생태주의, 평화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빈약한 사회, 군사 문화가 생활 구 석구석에 배어 있는 병영사회가 된 것입니다. 68혁명은 세계 어디에서나 해방의 시작을 알렸지 만, 한국에서만은 억압의 시작을 의미했습니다. 이제라도 이 뒤집힌 역사를 바로잡아 68혁명이 꿈꾸던 사회,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헬조선을 넘어 서야 합니다. 86세대의 실패는 이 세대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비극입니다. 지금이 86세대에 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검찰개혁, 사법개 혁을 결연히 감행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후세대에게 '지옥'을 넘겨 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86세대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대적 소명입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여러 시각에서 새롭게 성찰해 보고, 좋은 통일의 모습 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가능하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과 가까이 있는 문제로 인식해 주길 바랍니다. 분단으로 인해 '나' 의 성격 구조가 왜곡되고, 한국 사회가 기형화 되 고, 한국이라는 국가가 불구화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장 통일이 되지 않더 라도 분단체제만큼은 하루속히 해체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족 이성'의 관점에 서는 것입니다. 냉전의 광기에서 벗어나는 것, 강대국의 대리인 구실에서 탈피하는 것, 진영 논리보다 민족의 현실을 중시하는 것, 이것이 민 족 이성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제 냉 전의 광기에 눈먼 기나긴 적대의 시대를 마감하 고, 민족 이성에 눈뜬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도 독자노선을 걸어 온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브란 트 총리의 '동방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에도 독일은 줄곧 자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슈 뢰더 총리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독일의 길'을 선언했고,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며 '유럽의 길'을 선언 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분명하게 '한국의 길'을 선언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 동아시아 평화, 세계 평화로 이어지는 길이며, 인권과 정의, 인류애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국인의 높은 정치 의식을 믿고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관철해야 합니다. 우리 가 독립변수로서 움직여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도 온전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보다 담대하게 통일 문제에 임하고, 보다 용기 있게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2022. 7. 15. 덧붙임 글. 이 책을 처음 다루기로 결정했을 때.. 해당 내용들을 강의로 평소 꽤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들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텍스트가 주는 내용은 강연에서 주는 내용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강연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디테일까지 느낄 수는 없었지만.. 내용의 디테일이 다름을 느꼈어요. 지금은.. 책을 읽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영상과 텍스트 중 한쪽이 더 좋다고 말할 마음은 없습니다. 각자의 장단점이 분명하니까요. 다름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김 누리 교수님 강의는 왜 그리 시간이 유독 긴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비판의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었지만.. 그동안 만족할만한 비판의식을 지녔다고 생각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번 기회를 통해 조금은 비판의식이 성장했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처음.. 김 누리 교수님을 유튜브로 접했을 당시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저런 말을.. (민감한 내용들) 저정도의 수위로.. (빨간 맛으론 부족..) 논리정연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조금 더 길게 다뤄봤습니다.
저는 가끔.. 김누리 교수님이 교육부 장관인 대한민국을 상상하곤 합니다. 이 분 정도는 되야.. 뒤집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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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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