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

D-29
남자배우들은 50이 넘어도 말씀하신 것처럼 외형적으로 큰 변화반 없으면 오히려 더 대접받는것 같아요. 연기가 무르익었네 어쩌네 하면서요. 반면 여자배우들은 일단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의 엄마, 이모, 언니가 되구요.
그 50대 남자배우 상대역으로 20대 여성이 나오면 정말 찜찜하죠.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역 남자 배우와 본드걸 배우의 나이 차이가 아버지와 딸뻘인 경우는 흔했는데 볼 때마다 괴로웠습니다. (로저 무어-타냐 로버츠 22살 차이, 피어스 브로스넌-로저먼드 파이크 26살 차이, 대니얼 크레이그-레아 세이두 18살 차이)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거 같아요. 40대, 50대 여성 배우들이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해도) 세상이 나아지는구나 생각합니다.
우와...슬리이딩 도어즈...기네스 팰트로 생각나네요. 정말 너무 오래간만에 회상해 봅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ㅎㅎ
애니메이션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가 기억에 남네요. 회귀물 아이디어의 노골적인 기믹만을 떼어다가 만든 날것의 B급 영화 '리스타트'를 최근에 본 적이 있는데 온갖 물의를 빚고 영화계에서 퇴출당한 멜깁슨이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리스타트늘 똑같은 아침 7시가 되면 일어나 정체모를 킬러들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여야하는 남자 '로이'. 무한 타임루프 속에서 매일 죽고 살기를 반복하다 불현듯 그의 숨겨진 액션 본능이 눈을 뜨게 되는데... 145번째 아침, 오늘부턴 내가 킬러가 된다!
오, 마마마...! 그렇죠. 저는 마도카 하면 아유카와 마도카를 먼저 떠올리는 세대이지만요. "리스타트"는 처음 듣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부인 역이 나오미 왓츠라니 프랭크 그릴로 배우 많이 성공하신 거 같아서 기쁩니다.
《리스타트》 줄거리를 살펴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회귀물이라는 작은 장르가 대중화된 데에는 컴퓨터게임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원작 라이트 노벨도 분명 컴퓨터게임의 영향을 받은 거 같고요.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까운 미래,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를 맞는다. 전투를 치른 경험이 한번도 없는 군 공보관 소속 빌 케이지(톰 크루즈) 소령은 전쟁터에 가서 군 홍보 영상을 찍어오라는 4성 장군의 명령을 거절한다. 그 죄로 자살 특공대에 투입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 그가 다시 그 끔찍한 날이 시작된 시간에 다시 깨어나 다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다시 죽었다가 또 다시 살아나는 것. 다시 작전에 참여해 죽었다가 눈을 뜨기를 반복하면서 그는 자신이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해서 겪게 되는타임루프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씀을 듣고보니 게임을 하고 7,80년대부터 이미 멀티버스 개념을 IP에 적용했던 마블 만화책을 읽으며 자라난 세대에게 익숙한 장르 같기도 하네요.
마블은 설정 오류들을 땜빵하려고 멀티버스를 도입했을 텐데... 그게 이제는 하나의 장르 클리셰가 되는 지경이니 참 묘합니다. 영상세대는 이런저런 시리즈물들이 리부트되는 걸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평행우주 개념에 익숙해지게 되는 거 같아요.
근래 생성형 AI의 가속도를 보고 있으면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 경계선이 희미해질 시기도 곧 도래할 거 같더군요. 처음부터 그런 세계에서 자라난 다음 세대라면 평행 세계를 미디어를 통해 개념화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겪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에서 예상하는 미래 기술 중에 모세혈관 안에서 나노봇이 있다가 신경 신호를 바꿔서 몰입형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한다는 게 있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가상현실 속에서 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커즈와일이 하는 대답이(정확히는 커즈와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의 한 캐릭터가 하는 말이) “이미 열 살짜리 내 조카가 그러고 있다, 하루 종일 비디오게임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가상 현실이 현실보다 더 사실 같으니까 별 문제될 것도 없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이걸 두고 현실이 넓어진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사라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커즈와일의 조카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플레이타임 서른 시간쯤 되는 콘솔 게임을 16시간쯤 연속해서 플레이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면 꿈에서도 픽셀이 드러나는 게임 속 세상이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하이퍼 리얼리즘을 그려내기가 더 쉽고 저렴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꾸고 있는 꿈들이 내 현실 속 삶을 소재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콘솔 패드 저편의 시뮬레이션을 소재로 하고 있는지 헷갈릴 순간이 오긴 할 거 같네요.
저는 게임을 잘 모르기도 하고 잘 하지도 않지만 20년쯤 전에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사일런트 힐 2》를 한 적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퇴근해서 새벽까지 하고 주말에도 내내 하고... 두 번째 플레이를 할 때 아내가 와서 “또 죽은 아내 찾아 헤매고 있어?” 하고 물었는데 내가 누구고 여기는 어디고 저 말은 무슨 뜻인가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 저 이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 처음에 알파?의 존재가 이해가 안 돼서 블로그 찾아 보고 이해하고 박수쳤습니다. 이눔의 이해력....
제가 처음으로 루프물을 알게 된 작품이네요 ㅎㅎ 에밀리 블런트도 이 때 처음 보았습니다. 시간선을 이렇게 엮을 수도 있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톰 크루즈 주연 SF 중 최고였습니다. 때깔은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우주전쟁》, 《오블리비언》이 더 좋지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스토리가 가장 탄탄했습니다.
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애니를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최근에 아시모프 원작의 파운데이션을 애플티비로 보았습니다. 다중우주물은 정말이지 회귀물의 최고난이도 아닌가 싶은데요. 그러고보니 책으로 제대로 읽은 적이 한번도 없어요. 이번 책이 아무래도 첫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있을 법하지만 우리 우주에 실제로 있지는 않았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니까, 모든 소설 한 편 한 편마다 다 평행우주가 담겨 있다고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어요. 그러고보니 ‘평행우주를 다루는 소설에 대한 소설’이 한 편 떠오르는데 보르헤스의 단편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입니다(매우 재미있는 스파이소설이기도 합니다). 『픽션들』에 실려 있습니다. ^^ p. s. 『파운데이션』 3부작 제 인생입니다!
픽션들<픽션들>은 2백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엄청난 상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 상상은 심심풀이 환상이 아니라 삶과 세상의 미궁에 대한 깊은 통찰과 독창적인 사유로 이루어진 상상이다. <픽션들>은 20세기 문학에서 돋보이는 큰 별이다.
맞아요! 소설이 있었군요.
저희들은 다 평행우주 탐험가였던 것입니다!
저 이 책도 읽었는데....또 기억이....알레프랑 픽션들 다시 읽어야겠어요...그믐 덕분에 재독/재관람하는 책과 영화가 늘어 좋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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