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

D-29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았다’라는 의식을 가질 때가 종종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땐 그런 상황에서도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상황일 수록 나는 좀 달라 등등 사춘기 시절의 중2력을 재가동시키고 외부로부터 나를 지켜줄 두터운 벽과 어떤 텐션을 한계치까지 올리기도 했던 거 같네요. 그런데 요즘은 저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인지 제가 어디가 부족하고 심각하게 비어있고 멍청한지가 뻔히 보이더군요. 그래서 대충 대충 잘 지내는 편입니다.
같잖은 우월감으로 버티던 때가 있었고, 주변과의 불화를 에너지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잘 지내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일했던 일터가 폐쇄적인 곳이라 늘 '타교출신'으로 살아왔습니다. 지금 있는 직장은 대학보다 오래 다녔지만 아직도 저는 타교출신이네요. 그래서 아직도 이곳에 속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삽니다. 제가 처음으로 '우리학교'라고 제 직장을 지칭했던 날은 수백명이 참석한 워크샵에서 1등 경품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받았을 때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전화했더니 '너 아이패드 하나 받더니 이제 우리학교 라고 하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이라고 부르는 게 거의 없어요. ‘우리나라’라는 표현도 안 쓰고 대신 ‘한국’, ‘한국 사회’라고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부에서 비용을 대는 강연료를 받은 적도 꽤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라는 말을 안 씁니다.) 제가 ‘우리’라는 관형어를 붙이는 대상은 ‘우리 집’ 정도네요. 그런데 제가 ‘우리 집’이라고 하면 저와 아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구와 저희가 이룬 가정을 가리키는데 아내가 사용하는 ‘우리 집’은 가끔 친정을 가리킬 때도 있더라고요.
한 6-7년쯤 여기저기 강사생활을 하다가, 지금 직장에 2008년쯤에 들어왔어요. 그때도 별 기대없이 여기서도 독고다이 하면서 지내야지 하며 1년 반 정도 지난 어느 날 전임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딱히 트러블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다들 친절하시고 좋은 분들인 건 알았어요. 전임이 된다는 건 핵인싸가 된다는 거잖아요(딱히 핵인싸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요). 게다가 뚜벅이 강사생활에 질려 있을 때라 무서웠지만, 제의를 받아들였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다들 잘 맞고 너무 좋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 같아요. 안 맞는 부분도 있고, 가끔 서로 실수해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여긴 회사니까 성질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니 처음엔 겉치레 같던 관계가 서로 배려하는 관계로 바뀌더라고요. 정말 나쁘거나 100% 나랑 안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맞는 부분에 맞춰서 잘 지내 보려 노력하다 보니 정 들더라고요. ㅎㅎㅎ 제가 이 회사 빌런일수도?!
괜찮은 동료들과 한 부서에서 일하는 게 진짜 행운인 거 같아요. 인원이 10명인 팀에 인성 하위 10퍼센트인 사람이 끼어 있지 않을 확률을 계산해 보니 3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네요. (0.9의 10승) 정말 인성 안 좋은 상사랑 일한 적이 있어요. 얼마나 인성이 안 좋았느냐 하면 그 분이 일한 두 부서에서 후배들이 ‘이 사람이랑은 도저히 일 못한다, 이 사람이 계속 우리 부서에 있으면 우리가 다 사표 내겠다’며 집단 반발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은 그런 일을 두 번이나 겪은 거죠. 그 분, 요즘 아주 잘 나갑니다. 사는 게 뭔지... ㅎㅎㅎ
동종 업계 아닌데 이렇게 딱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니...지인 중에 그런 분이 상사인 사람이 있더라고요...근데 그도 인간이었는지 그만 두고 싶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승진을 시켜줬대요. 그의 퇴사를 회사에서 막아 다들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못 해먹겠다고 3개월만에 또 사표 쓰니까 또 승진을 시켜줬다고 하고요...중소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뭐 인성은 바닥인데, 일을 잘한대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업무로 만난 사람들에게 씅질내는 건 정말....그래도 인생은 부메랑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잘 나가는 대기업 홍보실 과장님이었나 부장님이 인사철에 사석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회사에서 임원을 다는 사람들은 다 소시오패스들이에요.”
대기업 다니는 제 지인은 "우리 회사 임원들은 다들 장기가 하나 둘씩 없어. 다행인 건 회사에서 비싼 건강검진을 1년에 한번씩 해 주니까 조기 발견해서 안 죽는다는 거지."
혹시 같은 회사일까요... ^^ 그야말로 몸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네요.
근데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들 많은거 같아요 (다른 나라도 그렇다고 해 주세요 엉엉)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만나면 누구네 회사가 더 비인간적인지 배틀하는 거 같거든요
로펌이 배경인 미국 드라마 보면 한국 뺨치는 거 같긴 하던데요... ㅠ.ㅠ
정말 인성 안좋은 상사는 대부분 오래까지 잘 나가는거 같습니다.
욕을 많이 먹는 게 장수와 출세의 비결인가 봐요. ^^
근데 저희 부장님은 돌아가셨어요;;; 인생의 적이라 슬프지는 않았지만 놀라긴 했고 다시 한번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야겠단 생각도 했고요
8.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저도 종종 사로잡힙니다. 주말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평일의 경우 거의 매일.. 짧게 짧게 읽은 책들의 내용을 발췌하고 필요에 따라 요약해서 인별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루틴을 해오길.. 대충 떠올렸을 때 2년 정도 가까이? 해왔는데.. 이게 참 ;; 한 번씩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냥 해오기에 계속 하는 겁니다만.. 크게 자신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이게 맞나?"란 생각이 드는거죠. 게다가 협찬을 꽤 많이 받는 편인데.. 그 책 내용의 극히 일부만 소개하고도 "역할을 다 한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고요.. 이런 생각으로부터 되도록 자유로우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죠. 저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걸 아는데.. 높게 평가받는 경우들이 종종 한 번씩 생기는데.. 그때마다 이러한 행동들이 "그래도 쓸모 없는 짓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영업 한 건 했다." 라는 생각에 이 시대의 '참 독서인'이라는 착각을 마음대로 하기도 합니다. ㅎㅎ;;; 아무튼 오락가락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는 과감하게 멈추기도 합니다. 오늘처럼요. 확실히.. 소설이 때로는 쉼터가 되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논픽션을 훨씬 더 선호했습니다만, 요즘에는 확실히.. 둘 다 좋아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그때 그때 다른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소설과 논픽션 왔다 갔다 하면서 읽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한 시간 보고 나면 아무리 재미있는 영상을 봐도 창을 닫을 때쯤 과자를 많이 먹은 것처럼 기분이 안 좋은데 책은 안 그래요. 이게 근거 없는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 영업 멋지세요.
저 ㅋㅋ 아이어릴때 유치원 엄마들 모임 ㅋㅋ 진짜 나는 이세계에 속할수없다는 강력한 느낌받았어요. ㅋㅋㅋㅋ 그런데 아이가 고등학생인 지금 학부모모임 대표가 되었습니다 이질적인 느낌은 당연히 있지만 막 견뎌내며! 제가 성장했나봐요 ㅋㅋㅋ
이방인의 자세를 마음 한 구석에 늘 지니면서 필요할 때는 인싸로도 잘 활동하는 사람이 제일 멋있어요. ^^
뒤 늦게..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이 드는 경험이 자주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들의 학교, 학원 얘기를 할 때면 저도 모르게 관심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곳이 내가 있을 장소구나 하는 강한 유대감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것 같아요. 페르난도 페소와의 불안의 책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독신의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작가처럼 스스로를 성찰하는 글쓰기의 삶을 만들어내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게으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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