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동사서독>, 그 제작과 관련한 뒷얘기를 차치하고라도 영화 그 자체로 이야기적 밀도와 인물간의 여백, 음악과 미술의 완벽함 그리고 왕가위 스타일의 영상까지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인물을 따라가기도 버거웠던 기억입니다. 여전히 기억나는 건, 오프닝씬에서 장국영와 양가휘가 긴머리 휘날리며(!) 후까시 잡는 데 뜨는 불교의 경구입니다. "움직이는 건 깃발도 바람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이다!"
20대에는 《동사서독》이 훨씬 야심도 크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고 《중경삼림》은 가벼운 소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여전히 두 작품 모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드니까 《동사서독》의 후까시(!)보다 《중경삼림》의 발랄함에 더 마음이 갑니다. 왕가위가 계산보다는 감각으로 작품을 더 잘 만드는 아티스트여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
동사서독을 찍다가 하도 답보 상태여서 잠시 머리 식힐 겸 찍은 영화가 중경삼림이었다고 했던 것 같아요. 감각적이라서 그렇게 당시의 트렌디함을 잡아낼 수 있었겠죠~ 통조림 씬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무슨 얼토당토 않은 실로 꼬맨 만화책을 한예종 파생 ㅋ 자예캠 워크샵에서 만들었었는데 그 유통기한을 무한대♾️!로 그려놓기도 했었어요 ㅎㅎ 소싯적 무림에 입문한답시고 쿵후를 연마하기도 했었는데; 언니가 먼저 다녔어서요~ 당시 🎥 황비홍과 방세옥, 동방불패와 취권ㆍㆍ을 진지하게 보았습니다. 꿈많던 어린시절이었네요^^; 취생몽사는 필요없지만, 취생몽사처럼 살면 안되는데 말이죠 ㅜ 어릴땐 진짜 꿈이 많았네 싶네요. 중년에 문득. Ps. 또 문득 허호얀스시~~ 기백있게 시작하는 무술영화가 있었는데 황비홍 주제가였나? 해서 찾아봤는데 아니더군요. https://youtu.be/CN4El9yWGsU?feature=shared
저는 유리겔러를 믿으며 초능력을 키워보려고 노력을... 쿨럭.
저도 당시 해봤지만 실패를; 반면 제 동갑내기 사촌은 성공했었습니다. 구부린 숟가락을 제 눈 앞에서 보여줬었어요! 이게 되는구나 오오. 하지만 그 아이는 자라서 멀쩡히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인생무상~
제 주변에도 숟가락 구부리기나 시계 고치기에 성공한 사람이 몇 있었어요. 유리 겔러가 사기꾼으로 판명이 되었는데 당시 숟가락을 구부린 지인들의 사례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
네. 공감합니다... 투자자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지, 아니면 너무 길게 늘어진 제작기간과 지난한 과정 때문에 <동사서독>이 그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나름의 묵직한 멋짐이 그 시대에 적절했다 싶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나름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정나미 떨어지는 공간을 떠나, 어쩌면 더 절실한 마음이었는지도.., 만든 <중경삼림>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더 독창적인 스타일로 태어나면서 그 모호함의 스탠스에 음악이 소구하는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말씀하는 결과가 나왔다 싶습니다.
예술적 야심이 너무 크면 그 무게에 짓눌리기도 하는 걸까요.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비틀즈의 《Revolver》 앨범을 듣고 그 못지않은 앨범을 내려고 오래 칩거했다가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에 걸려버리고 만 일화가 떠오릅니다. 배우들도 죽을 노릇이었겠지만 왕가위 감독도 《동사서독》 만들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후유증 없이 오히려 《중경삼림》 같은 훌륭한 부산물(?)을 냈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비치보이스 이야기, 가슴 아프네요. 예술적 경쟁심과 그 노력 끝에 마주한 절망 때문이었을까요? 때론 끊임없는 나르시즘이나 무념무상으로 툭 털어낸 제로 베이스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도 하나 봅니다. 작가님이 더 많이 고민해보신(?) 분야일테지만요.
저는 동방불패에서 임청하님이 종이로 입구를 막은 동그란 술독을 손으로 종이를 툭 쳐서 열고 벌컥 벌컥 마시는 장면에 치여 한동안 그 분이 나온 모든 영화를 보았었어요. 그 술이 궁금해서 본토(중국) 갔을 때 찾아 봤는데 무려 40- 50도를 오가는 독주였던 것이에요. (순수 알코올과 뭐가 다른 건지? 🤣) 그렇게 아무 정보도 없이 본게 동사서독 였는데 여기서 제가 또 양가휘님에게 반했다지요 (왜 이렇게 청승맞은 인물을) 망각은 인간에게 축복과도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만약에 황약사가 “취생몽사“를 건넨다면 마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과거에 얽매여 자유로워질 길이 그 뿐이라면 저는 기꺼이 마실 것 같아요. 이런 맥락으로 ”이터널 선샤인“이 문득 떠올라요. (영화)
취생몽사 정말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장치이지요. 저는 《동사서독》의 주제가 ‘회한’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테마가 사물의 형태로 형상화된 게 취생몽사라고 생각해요. 《동사서독》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그런 회한을 뼈아프게 품고 있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자존심이나 최고의 고수가 되고 싶다는 욕망, 자신을 배신한 배우자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의무감 등등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 유일한 예외가 홍칠공인데 그래서 홍칠공의 에피소드가 상쾌합니다. 장국영과 장만옥의 사연을 소개하기 전에 ‘회한 없는 사람’을 보여줘서 대비시키기 위한 에피소드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도 살다 보니 회한 한두 개 정도는 생겼는데 가끔은 그냥 떨쳐버리고 싶어서 괴롭습니다. 그런 때 취생몽사가 옆에 있다면 마실 것인가. 머리로는 그게 슬픈 일이며, 흉터도 제 개성의 일부라고 여기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들이켜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상처도 삶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이터널 선샤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어에서 취생몽사라는 사자성어는 전혀 다른 의미더군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 속에 살고 죽는다는 뜻으로,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그런 회한의 감정을 잘 묘사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멍에 얼굴을 대고 관객에게는 들리지 않는 말을 속삭이는 《화양연화》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이고요. 영화 자체는 별로였지만 《일대종사》에서 장쯔이가 “만일 인생에 후회가 없다면 사는 게 얼마나 재미없을까요?”라고 하는 대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046》에서 양조위는 취생몽사가 없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회한에 몸부림치는 것 같았습니다. 종종 왕가위와 하루키가 비교되는데, 하루키의 ‘상실감’은 왕가위의 ‘회한’에 비하면 다소 나른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홍콩과 중국을 아우르는 영화와 소설들의 대가들이 찐 내공을 겨루시어 무협을 능가하는 천하의 대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달팽이님은 느려터지기는 커녕 몇개의 산을 뛰어 넘으시고 사계리 서점님도 서점과 비디오 대여점서 쌓으신 내공으로 천하를 주유하십니다. 조용한 가운데 깊은 내공 쌓으신 헨리님 계시고요. 마디마디홉~~~
《동사서독》에서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장면이 하나 있는데... 양조위가 죽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양채니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잖아요.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가물거리긴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다른 사람(아마도 황약사)을 사랑하게 되버린 아내를 닮은 여인, 양채니를 아내로 여기며 죽으러 떠나기 전에 키스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떠나는 양조위를 보며 양채니가 흐느껴 울기도 한것 같은데, 그건 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에는 양채니가 운 것은 그냥 성추행을 당한 분함에 운 거 같았습니다. ^^
부끄러움도 없이 이걸 여기에 올려봅니다; https://youtu.be/kaWj0kr1dlQ?feature=shared
우오ㅓ아.. 너무 잘들엇어요!
감사합니다 👍 동사서독이 그런 깊은 영화였군요
오, 멋집니다. 영웅본색 영화는 안 봤지만 저 음악은 자주 들어서 익숙하네요. 그런데 저 악보를 아직도 가지고 있으시다는 점이 제일 신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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