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두 영화 하면 떠오르는 건 90년대 그 자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권태롭고 우울한 분위기, 감독 특유의 저속 촬영을 활용한 잔상이 주는 비현실적인 움직임 등이 중2병을 맞은 메탈 키드였던 제게 뭔가 폼나 보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영화에도 참 많은 영향을 줬던 영화입니다. 《타락천사》의 마지막에 나오는 오토바이 질주 신은 김성수 감독의 《비트》와 판박이 아닙니까. 오랜 세월이 흘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타락천사》, 《동사서독》을 본 이유는 양채니 때문이었습니다. 그 재미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동사서독》을 끝까지 본 이유는 순전히 양채니 때문이었습니다. 제눈에는 그때 가장 예쁜 여자였습니다. 그땐 그걸 숨기고 예술병이 있는 척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1990년대가 참 재미있는 시기였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때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거기에는 ‘199X’라는 숫자가 주는 얄팍한 감흥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요. 무려 세기말, 그것도 평범한 세기도 아니고 한 밀레니엄이 끝나는 시기였잖습니까. 노스트라다무스를 믿지 않더라도 ‘우리가 알던 세상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고, 거기서 나른한 퇴폐미 같은 게 사람들의 의식에 녹아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특히 홍콩 사람들에게는 그게 정말 실존적인 문제 아니었을까 합니다. 홍콩 반환은 1999년이 아니라 1997년이기는 하지만요.
《중경삼림》의 첫 번째 에피소드도 저는 홍콩 반환과 연관지어 멋대로 해석했었어요. -금발 가발을 쓴 중국 여인인 임청하=홍콩 -임청하에게 마약 밀매를 시키는 백인 보스=홍콩을 침탈하고 타락시킨 서양 -피곤한 임청하를 달래주는 순수한 중국 청년 금성무=아직 요령은 부족하지만 젊은 중국 (금성무의 국적은 일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면 금성무를 만난 임청하가 마약상들을 총으로 쏘고 금발 가발을 벗어던지는 씬은 꽤 의미심장한 장면이 되죠. 홍콩이 중국의 도움으로 타락한 외세를 끊고 원래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그런데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과 홍콩 반환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여러 번 밝혔더라고요. 제가 왕가위 감독의 정치 성향은 잘 모릅니다만 위에 적은 것 같은 프로파간다를 주장할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하지만 홍콩이 완전히 중국에 귀속되는 2046년을 영화 제목으로 삼은 사람이기도 하니, 왕 감독의 말도 그대로 믿을 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일대종사》에서는 중국과 홍콩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왕 감독도 나중에 이 해석을 접하면 "오호라!" 하면서 "사실 나는 그런 의도로 작업했다"고 구라를 섞어 말할 것 같은데요? 정말 설득력이 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입니다.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세상에 나온 영화는 관객의 것이니, 왕가위 감독의 맨트는 뭐 중요하지 않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관객이 봤으면 그런거겠지요.
아, 감사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해명(?)을 들은 것은 한참 뒤였는데 이후로 창작자와 창작물의 해석 사이의 관계를 종종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창작물을 해석할 권리는 물론 감상하는 사람에게 있을 텐데, 그렇다고 그 권리가 절대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도 좀 듭니다. 창작자와 감상자가 해석을 두고 싸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창작자의 힘은 약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네. 뭐든 절대적인 건 없다 싶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는 부분인 듯 하고요. ^^;
괜찮아요~ 전 짝꿍이 맨날 저한테 책 읽는 척 하면서 게임한다고 '지식인병' 걸렸다고 하거든요. 저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요. 저도 여명이랑 금성무 좋아해서 왕가위 영화에 입문했어요~저 둘만 좋아한 건 아니었고, 고딩 때 홍콩 영화란 영화는 다 보고(1일 1영화), 홍콩 4대천왕에 왜 장국영이 안 들어가냐 대만 4대천왕은 약하다 별 소리 다 하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그때가 그립네요~ 학교 갔다오면 누워서 비디오만 보던 시절
저도 당시 4대 천왕에 왜 주윤발 따거는 없고 장국영도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이유가 '배우'보다는 '가수'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란 걸 나중에 알고 이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곽부성은 노래보다는 춤으로 유명하고, 장국영도 유명한 가수인데? 하며 의문을 가졌는데 뭐 그냥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세대가 달랐구나 하면서요.
저도 그 시절 비디오대여점에 참새방앗간 드나들듯 들락거리면서 아주 진지하게 예술의 전당 내 영화감상실에는 거의 살면서 하루 몇 편 씩 그렇게 영화를 끝장냈었는데요. 그렇게 인생을 소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던 세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콩반환 시기 서기와 여명의 <유리의 성>도 vod로 갖고 있을 정도로 좋아했고, 사대천왕과 노래도 잘하는 진혜림의 <친니친니>도 여러번 봤었어요^^ How gentle is the rain~ 🎵 당시 저도 노래방 좀 다녔던 사람이라 동일한 곡을 불러보긴 했는데, 무려 진혜림 씨가 불렀던 곡을 어찌 감히 :)
저는 양채니가 그리 예쁘다는 생각은 못했고 장만옥에 대해서도 《화양연화》 이전까지는 매력을 잘 못 느꼈습니다. 《중경삼림》을 봤을 때에는 금성무를 보고 우와, 정말 잘생겼다, 했었는데 당시 여자친구는 양조위가 정말 잘생겼다고 해서 약간 어리둥절했었어요. 무협 드라마를 안 봐서 양조위도 《중경삼림》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이후에 양조위는 《동사서독》에서 말도 안 되게 멋있어 보였고, 《화양연화》와 《무간도》를 거치며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긴 동양 남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양조위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자랑 ㅎㅎㅎ)
저는 지금까지 양조위보다 깊은 눈빛을 가진 남자를 본 일이 없습니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남자가 저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 준 남자입니다. 그래서 한때 양조위가 나온 영화는 다 찾아보고 거슬러 올라가 86년도 드라마 <의천도룡기>까지 섭렵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저도 괜히 양조위의 눈빛을 흉내를 내보곤 했는데, 그냥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돼지 한 마리가 거울에 있더군요. 몇 번 다시 태어나야 그런 눈빛을 가지게 될지. 현생에 공덕을 많이 쌓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장만옥의 매력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눈이 덜 뜨였나 봅니다.
양조위 눈빛 흉내내려고 한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양조위 배우는 젊은 시절 눈빛을 보면 그렇게 그윽하지는 않은데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멋있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세상에서 눈빛 제일 멋있는 사람입니다. 유가령과 가슴 아픈 사랑을 오래 해서 그런 걸까요. 저도 마음고생 오래 하면 눈빛이나마 그렇게 깊어질지.
저도 장만옥 예쁘다고들 말씀하실 때 잘 공감하지 못했던 1인입니다. 장쯔이 예쁜 것도 잘 모르겠다 하면 도대체 네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냐 하실테죠; 진혜림 씨 예쁜 건 인정하겠습니다. 레이첼 와이즈와 패트리샤 아퀘트, 정유미 씨도요~ 장만옥 씨 종이 치파오 입힐 때 몇시간을 분장시켰다고 하니 그 위에 작업했을까 싶긴 하네요. 나중에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 화양연화를 너머 2046으로 갈 때 이들의 서사가 여배우는 바뀌었지만 이어진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납니다. 서로 만나기만 했지 어디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어서 더 그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 이끌어내던 각자 배우자의 외도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결국 자신들도 그리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보지는 않았지만 허진호 감독의 영화에서 배용준, 손예진 씨가 외도커플의 배우자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 반복되었던 것 같네요.
굿즈탔습니다 😆 실물깡패네요
오. 축하드립니다! 드로잉 카드 생각보다 훨씬 예쁜데요?
비슷한 연배에 그 시대 식 이야기가 나와 반갑습니다. 바로 그 때죠. X세대의 반항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고, 이정재가 영화 젊은남자 를 찍고. 그때 부모님들은 6.25 전후에 태어나셔서 어른 말 잘들어라 그랬고, 학교는 애들을 때렸습니다. 대학 선배들은 체제니 사상이니 하면서 군대갔다와야 남자된닥 했고 군대식 사열을 시켰습니다. 네 사실 몹쓸행동도 했어요. 우리(라고 하겠습니닷)는 싫었습니다. 탈춤 싫었어요. 난 힙합이 좋았습니다. 한복 입고 정태춘 듣고 . 막스 책을 줬습니다. 우리는 무쓰 바르고 남방 풀어 입고 빨간 미니스커트 입고 너바나 들으로 홍대 가는게 좋았습니다. 하루키 읽고 키노 읽고 영화제 가는게 좋았어요. 왕가위는 최고였습니다. 불안한 홍콩의 세기말적 고독과 젊음... 몰ㅡㅂ니다. 전 그냥 화면이 끝내줘서 보고 또 봤습니다. 캘리포니아드림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 하는 왕페이. 그리고 금성무의 그 눈동자. 양채니. 그냥 좋았습니다. 영화제 하면 줄을 서서 보고 클럽가서 록음악 듣고 돈이 떨어져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그 날 샌들 끈도 떨어졌었습니다.) 철없다 해도 가식보다는 낫잖아! 라고 폼 잡으며 외쳤던 것 같습니다. 엠티비로 보는 뮤직비디오, 만화, 애니, 그리고 왕가위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그렸다는 화양연화가 나왔습니다. 종이옷?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만 새천년이 와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섭게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고 화양연화를 같이 본 그는 나를 떠났습니다. 왕가위는 추억의 한 켠 같습니다. 동사서독을 주 1회 이상 보던 그. 셀렘이란 담배를 하루 두갑씩 피던 그는 여기까진 거 같다고, 현실이 있다고 하였고 난 다음날 출근해야 돼서 마음껏 울 수도 없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훌쩍자란 애들 위해 나물 무치는 아줌마가 잠시 추억에 빠졌다 돌아옵니다.
저도 글을 읽는 동안 잠시 추억에 빠졌습니다 ^^
현재 해피투게더와 중경삼림을 극장서 연달아 본 감상은 양조위 잘생겼다 양조위 잘생겼다 입니다... 뭐야 왤케 잘생겼어...마지막 회양연화까지 다녀오겠습니다.
화양연화까지 모두 본 감상은 양조위 너무 멋있어서 그 마블 영화도 복습할까 입니다... (그 외에 아무 생각도 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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