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진짜 기억이 안 나서 여쭤 본 건데 ㅎㅎㅎ
저희는 기억을 못해서 행복한 걸까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도매금으로 저랑 같이 싸잡아 얘기해서....사실 거기에서 장학우가 맡은 북개 캐릭터 보고 딱 저같은 놈일세...하며 봤어요.
오! 그런 구성을 우로보로식 구성이라고 하는군요. 저런 구성을 좋아해서 간단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항상 장황해지더라고요. 하나 배우고 갑니다. 근데 저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유행까지 했었군요. ㅎㅎ
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꽃의요정

장맥주
아, 저도 저런 구성을 뭐라고 말하는지 몰라서 그냥 우로보로스식 구성이라고 쓴 거예요. 그런 말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신화 속 뱀의 형상입니다.;;;;;) 한때 그런 내러티브의 소설이나 영화가 꽤 있었던 거 같은데 저한테만 유행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근거 없는 주장이었네요.
저는 북개처럼 쿨하지 못하고 구양봉처럼 과거 일 계속 곱씹으면서 딱히 행동도 안 하고 자존심 세우는 편입니다...

꽃의요정
아니에요! 우로보로스 보자마자 바로 이거야! 했거든요.
써먹어도 될까요?
저도 원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꽁녀에 행동에도 못 옮기고 누구 원망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35살 넘어가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니 오늘만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 더라고요. 누가 어제 일 물어보는 거 젤 싫어합니다.
취생몽사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산 지 10년 넘으니까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장맥주
어휴, 당연히 쓰셔도 됩니다!
저는 정신과 용어로 '반추'를 아주 많이 하는 인간인데 몸을 바삐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조영주
이번에 극장서 보면서 역시 새삼 좋았던 것은 흑백-컬러의 연출이었습니다. 감독은 둘이 함께 다닐 때엔 총 천연색 - 헤어졌을 때엔 흑백 - 그 후에 다시 사귀면서 총천연색 - 이후 헤어졌는데도 총천연색으로 연출하는데요, 이것이 다시 봐도 역시 좋더라고요. 특히 마지막에 헤어져도 총천연색의 부분이 뭐랄까... 인생사로 따지면 인간으로서 살면서 반드시 지나야 할 그 부분을 통과하여 어른이 되었다,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각자 인물들이 좌우지장관 서로의 인생에서 오롯 서게 되니깐요. 뭐 아닌 닌겐도 1인 있지만 받아들여야할 뿐이지만요.

장맥주
저는 1996년 초부터 1998년 여름까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해피 투게더》를 개봉 당시 보지 못했어요. 10년이 훨씬 지나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에서 왕가위 특별전이었나 장국영 특별전이었나를 할 때 봤습니다. 다 허물어져가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는데 그야말로 주변 세계의 색상과 채도가 달라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우중충하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경험을 『표백』의 한 장면으로 녹이기도 했어요.) 어른이 되는 기분까지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왕가위 영화 속 시간대와 나의 시간대는 다르다, 저 시기는 이미 내게 지나버렸다’는 생각은 했던 거 같아요.
2044년쯤에, 혹은 2046년에 왕가위 영화 회고전이 열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까지 허리우드극장이 있고 거기서 회고전을 한다면 한번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정말 실버영화관에 실버로서 가겠군요.

장맥주
《해피 투게더》 관련 사소하게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다른 왕가위 영화들은 네 글자짜리 한자단어로 제목이 번역되었는데 이 영화만 ‘춘광사설’이 아니라 ‘해피 투게더’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들어왔을까요?

CTL
미풍양속을 해치는 말이라? 검열? 공식이던 셀프던요...

느려터진달팽이
글쎄 동명의 영화를 그만의 방식으로 남남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 영화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양조위 배우는 설정도 모르고 아르헨티나인가 촬영지에 갔다가 한달이 되도록 영화를 안찍었다가 그제야 나온 작품이라는 썰을 들은듯 한데요

미스와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처음에 상영이 금지되어 대학 축제 때 어디서 누가 구해온 엄청 구리고 안들리는 필름인지 뭘로 봤던 생각 납니다.


느려터진달팽이
저도 대학축제 전에 학관지하에선가 비가 엄청내리던 화면으로 봤었어요. 무슨 내용인가 대체 싶었는데, 그 유명한 "우리 다시 시작하자."만 남았던.
이히
우어. 저도 이거 아직도 가지고 있 는뎅. 반갑습니다. 씨네코아.

수북강녕
최고의 퀴어 영화, 가장 인상적인 동성간의 사랑 영화를 떠올려 보니 <해피 투게더> , <브로크백 마운틴>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줄을 잇네요 <동사서독>과 <듄>의 사막 비교에서, <듄>의 티모시 살라메를 떠올리고, 다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살라메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

느려터진달팽이
Call me by your name은 정말 강렬했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만만찮았지만 미장센이 하나하나가 그림이네! 화가와 그 모델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 아니랄까봐~ 그렇게 감탄하며 봤습니다.
제가 본 최초의 퀴어무비는 이안의 <결혼피로연>이었는데요. 한국 영화로 황정민이 마초로, 그의 연인으로 요새는 잘 안 나오던 20세기 배우와 그 사이에 끼어든 여인이라는 비슷한 설정의 영화 <로드무비>가 있었네요.
잘 보았던 영화로는 <나의 아름다운 이브>였나 재미있었고, 시네큐브에서 지금은 미국 가 있는 친구와 보았던 남미영화가 있었는데~ 어떤 밀림에서 언어를 연구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제목이 기억나질 않네요.

지금
수북강녕님 이야기 남겨주시는 것 보는데, 진짜 레퍼런스가 너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콜바넴부터 여인초상까지 다 이어지네요 정말!

사계리서점
콜바넴 보고 집에가는 길에 너무 울어서 1호선 사연 있는 여자 되었자네요. 🤣
그가 정말 사랑을 했을까에는 전 그 순간에는 그도 사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해요.

수북강녕
<해피 투게더>의 후반부에는 대만 배우 장첸이 등장하죠 (영화 <범죄도시 1>에서 나 장첸이야!를 외친 윤계상 배우 말고, 실명 장첸인 바로 그) <와호장룡>에서 장쯔이를 꼬여내는? 연인으로도 나오고, 브라운 아이즈의 띵곡 '벌써 일년' 뮤직 비디오에도 풋풋했던 김현주 배우와 함께 나오고, <수리남>에도 나오고, <듄>의 유에 박사로도 나왔던 바로 그요 ^^
<아비정전>의 마지막에 난데없이 양조위 배우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어넘기는 한 장면이 나왔지 만 그 외 다른 부분이 없어 아쉬웠는데, <해피 투게더>에서는 장첸 배우가 그래도 서브 남주 느낌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서 반가웠습니다 <해피 투게더>에는 (<타락천사>의 주제곡 '망기타'를 부른> 홍콩 가수 겸 배우 관숙의도 나왔는데 실제로는 등장 장면이 통편집되었다고 하죠 나왔으면 <타락천사>의 막문위급 신선함을 안겨 주었을 건데, 아쉬워요

장맥주
《해피 투게더》에서 장첸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장국영과 헤어진 아픔도 장첸 덕분에 치유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듄》에서 반가웠는데 좀 더 오래 나왔다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저는 집에 CD는 많은데 매번 이사갈 때마다 이거 버려야 하나 고민해요. 최근 10년 사이에 CD 플레이어에 손을 대 본 적이 없네요.

꽃의요정
워낙 통편집의 화신이라 또 그랬냐? 으이구...찍은 배우들 생각 좀 해 주세요라고 욕을 하면서도 작품 완성도가 뛰어나서 욕할 수가 없네요.
전 양조위가 사랑의 상실 과정을 지난했지만 다 겪은 후에, 이과수 폭포에서 마무리 짓고 장첸으로 사랑의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닌가라고 해석했어요. (사진도 훔쳐갔잖아요!)
자기 땜에 감기몸살 걸린 사람한테 밥해달라고 조르던, 손 낫자마자 다른 사람 만나러 쏘다니던, 경마장 화장실에서조차 마주치는 게 싫어서 생까던 장국영은 결국 양조위 방에서 담배 사놓고, 청소하고, 문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울고불고....
저도 보통 목소리에 반하는 편이라 장첸이 목소리 얘기할 때 소름 돋았어요. 그리고 녹음하라고 준 워크맨을 나중에 장첸이 들을 땐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우는 소리만 들렸다고 했을 때 역시 말하지 못하는 요휘의 아픈 사랑을 느꼈고요. 이 영화는 실연 당했을 때 보면 정말 안 되는 영화 같아요. 연애세포 다 죽었는데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너무 아팠거든요.
아직 CD를 판다면 춘광사설 OST도 꼭 사야겠어요. 스트리밍으로 듣는 건 음폭도 너무 정해져 있고, 어쩔 땐 사이트에서 막아 버려서 제가 정말 듣고 싶을 때 들을 수가 없더라고요. 춘광사설의 탱고 음악도 너무 좋고요. 집에 피아졸라 앨범 있는데(왜 샀지?)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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