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아, 저도 저런 구성을 뭐라고 말하는지 몰라서 그냥 우로보로스식 구성이라고 쓴 거예요. 그런 말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신화 속 뱀의 형상입니다.;;;;;) 한때 그런 내러티브의 소설이나 영화가 꽤 있었던 거 같은데 저한테만 유행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근거 없는 주장이었네요. 저는 북개처럼 쿨하지 못하고 구양봉처럼 과거 일 계속 곱씹으면서 딱히 행동도 안 하고 자존심 세우는 편입니다...
아니에요! 우로보로스 보자마자 바로 이거야! 했거든요. 써먹어도 될까요? 저도 원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꽁녀에 행동에도 못 옮기고 누구 원망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35살 넘어가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니 오늘만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누가 어제 일 물어보는 거 젤 싫어합니다. 취생몽사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산 지 10년 넘으니까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어휴, 당연히 쓰셔도 됩니다! 저는 정신과 용어로 '반추'를 아주 많이 하는 인간인데 몸을 바삐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번에 극장서 보면서 역시 새삼 좋았던 것은 흑백-컬러의 연출이었습니다. 감독은 둘이 함께 다닐 때엔 총 천연색 - 헤어졌을 때엔 흑백 - 그 후에 다시 사귀면서 총천연색 - 이후 헤어졌는데도 총천연색으로 연출하는데요, 이것이 다시 봐도 역시 좋더라고요. 특히 마지막에 헤어져도 총천연색의 부분이 뭐랄까... 인생사로 따지면 인간으로서 살면서 반드시 지나야 할 그 부분을 통과하여 어른이 되었다,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각자 인물들이 좌우지장관 서로의 인생에서 오롯 서게 되니깐요. 뭐 아닌 닌겐도 1인 있지만 받아들여야할 뿐이지만요.
저는 1996년 초부터 1998년 여름까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해피 투게더》를 개봉 당시 보지 못했어요. 10년이 훨씬 지나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에서 왕가위 특별전이었나 장국영 특별전이었나를 할 때 봤습니다. 다 허물어져가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는데 그야말로 주변 세계의 색상과 채도가 달라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우중충하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경험을 『표백』의 한 장면으로 녹이기도 했어요.) 어른이 되는 기분까지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왕가위 영화 속 시간대와 나의 시간대는 다르다, 저 시기는 이미 내게 지나버렸다’는 생각은 했던 거 같아요. 2044년쯤에, 혹은 2046년에 왕가위 영화 회고전이 열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때까지 허리우드극장이 있고 거기서 회고전을 한다면 한번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정말 실버영화관에 실버로서 가겠군요.
《해피 투게더》 관련 사소하게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다른 왕가위 영화들은 네 글자짜리 한자단어로 제목이 번역되었는데 이 영화만 ‘춘광사설’이 아니라 ‘해피 투게더’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들어왔을까요?
미풍양속을 해치는 말이라? 검열? 공식이던 셀프던요...
글쎄 동명의 영화를 그만의 방식으로 남남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 영화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양조위 배우는 설정도 모르고 아르헨티나인가 촬영지에 갔다가 한달이 되도록 영화를 안찍었다가 그제야 나온 작품이라는 썰을 들은듯 한데요
@CTL @느려터진달팽이 ‘춘광사설’이라는 말의 중의적 의미나 영화 《욕망》의 중국어 제목을 몰랐는데 두 분 말씀 듣고 겨우 알았네요. ^^ 대부분의 한국인 관객은 저처럼 바로 그런 생각들을 하지는 못할 텐데요...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처음에 상영이 금지되어 대학 축제 때 어디서 누가 구해온 엄청 구리고 안들리는 필름인지 뭘로 봤던 생각 납니다.
저도 대학축제 전에 학관지하에선가 비가 엄청내리던 화면으로 봤었어요. 무슨 내용인가 대체 싶었는데, 그 유명한 "우리 다시 시작하자."만 남았던.
우어. 저도 이거 아직도 가지고 있는뎅. 반갑습니다. 씨네코아.
최고의 퀴어 영화, 가장 인상적인 동성간의 사랑 영화를 떠올려 보니 <해피 투게더> , <브로크백 마운틴>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줄을 잇네요 <동사서독>과 <듄>의 사막 비교에서, <듄>의 티모시 살라메를 떠올리고, 다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살라메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
Call me by your name은 정말 강렬했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만만찮았지만 미장센이 하나하나가 그림이네! 화가와 그 모델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 아니랄까봐~ 그렇게 감탄하며 봤습니다. 제가 본 최초의 퀴어무비는 이안의 <결혼피로연>이었는데요. 한국 영화로 황정민이 마초로, 그의 연인으로 요새는 잘 안 나오던 20세기 배우와 그 사이에 끼어든 여인이라는 비슷한 설정의 영화 <로드무비>가 있었네요. 잘 보았던 영화로는 <나의 아름다운 이브>였나 재미있었고, 시네큐브에서 지금은 미국 가 있는 친구와 보았던 남미영화가 있었는데~ 어떤 밀림에서 언어를 연구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제목이 기억나질 않네요.
수북강녕님 이야기 남겨주시는 것 보는데, 진짜 레퍼런스가 너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콜바넴부터 여인초상까지 다 이어지네요 정말!
콜바넴 보고 집에가는 길에 너무 울어서 1호선 사연 있는 여자 되었자네요. 🤣 그가 정말 사랑을 했을까에는 전 그 순간에는 그도 사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해요.
<해피 투게더>의 후반부에는 대만 배우 장첸이 등장하죠 (영화 <범죄도시 1>에서 나 장첸이야!를 외친 윤계상 배우 말고, 실명 장첸인 바로 그) <와호장룡>에서 장쯔이를 꼬여내는? 연인으로도 나오고, 브라운 아이즈의 띵곡 '벌써 일년' 뮤직 비디오에도 풋풋했던 김현주 배우와 함께 나오고, <수리남>에도 나오고, <듄>의 유에 박사로도 나왔던 바로 그요 ^^ <아비정전>의 마지막에 난데없이 양조위 배우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어넘기는 한 장면이 나왔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이 없어 아쉬웠는데, <해피 투게더>에서는 장첸 배우가 그래도 서브 남주 느낌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서 반가웠습니다 <해피 투게더>에는 (<타락천사>의 주제곡 '망기타'를 부른> 홍콩 가수 겸 배우 관숙의도 나왔는데 실제로는 등장 장면이 통편집되었다고 하죠 나왔으면 <타락천사>의 막문위급 신선함을 안겨 주었을 건데, 아쉬워요
《해피 투게더》에서 장첸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장국영과 헤어진 아픔도 장첸 덕분에 치유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듄》에서 반가웠는데 좀 더 오래 나왔다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저는 집에 CD는 많은데 매번 이사갈 때마다 이거 버려야 하나 고민해요. 최근 10년 사이에 CD 플레이어에 손을 대 본 적이 없네요.
워낙 통편집의 화신이라 또 그랬냐? 으이구...찍은 배우들 생각 좀 해 주세요라고 욕을 하면서도 작품 완성도가 뛰어나서 욕할 수가 없네요. 전 양조위가 사랑의 상실 과정을 지난했지만 다 겪은 후에, 이과수 폭포에서 마무리 짓고 장첸으로 사랑의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닌가라고 해석했어요. (사진도 훔쳐갔잖아요!) 자기 땜에 감기몸살 걸린 사람한테 밥해달라고 조르던, 손 낫자마자 다른 사람 만나러 쏘다니던, 경마장 화장실에서조차 마주치는 게 싫어서 생까던 장국영은 결국 양조위 방에서 담배 사놓고, 청소하고, 문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울고불고.... 저도 보통 목소리에 반하는 편이라 장첸이 목소리 얘기할 때 소름 돋았어요. 그리고 녹음하라고 준 워크맨을 나중에 장첸이 들을 땐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우는 소리만 들렸다고 했을 때 역시 말하지 못하는 요휘의 아픈 사랑을 느꼈고요. 이 영화는 실연 당했을 때 보면 정말 안 되는 영화 같아요. 연애세포 다 죽었는데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너무 아팠거든요. 아직 CD를 판다면 춘광사설 OST도 꼭 사야겠어요. 스트리밍으로 듣는 건 음폭도 너무 정해져 있고, 어쩔 땐 사이트에서 막아 버려서 제가 정말 듣고 싶을 때 들을 수가 없더라고요. 춘광사설의 탱고 음악도 너무 좋고요. 집에 피아졸라 앨범 있는데(왜 샀지?)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선 그의 소년미 넘치는 그야말로 소년인 그의 모습을 원없이! 볼 수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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