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저는 군대에 있느라 몰랐다가 지금에서야 알게 됐는데, 한국에는 수입이 제때 되지 못했군요. 그나마 동성애 장면은 편집된 채로 1년 뒤에 개봉했다고... 저는 나중에 보는 바람에 다행히 무삭제판으로 감상할 수 있었네요. 그런데 국내 제목이 ‘춘광사설’이었건 ‘해피 투게더’였건 그건 큰 상관이 없었을 거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짐작도 하기 어려운 그 시절의 묘한 사정이나 계산이 있었는지.
그러게요 춘광사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이란 뜻도 넘 좋은데요.. 별개 이야기지만 마지막 'Happy together' ost (터틀즈)가 너무 너무 좋아서 (거기 더해 Frank Zappa 의 'I have been in you' 도) 제목 납득해부렀습니다.
선곡 센스 끝내주는 감독인 거 같아요. 왕가위, 쿠엔틴 타란티노, 제임스 건... 이런 센스는 음악 많이 듣다 보면 생기는 걸까요, 얼마간은 예술적 재능일까요. 그런데 ‘춘광사설’에는 다른 뜻도 있다고 합니다. ^^;;;
근데 부에노스아이레스 라고 불렀던 적도 있지 않나요?
오 안 그래도 왓챠에 들어갔더니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고 떠 있더라고요. 이거 궁금했습니다.
일본 개봉 시 제목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라고 이 영화에 대한 다큐가 있구요.
아, @siouxsie 님 덕분에 이 영화가 ‘부에노스아이레스’라고 불렸던 것도 기억났고 @Henry 님 덕분에 그 연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와, 정말 추억이 방울방울...
오오!!!! 감사합니다!
다큐가 궁금하네요...꼭 봐야겠어요...지금 왕가위의 시간도 빌려 놨는데...이번 생에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ㅎㅎㅎ
해피투게더 속 두 사람이 넘 귀여워서 뒤로가기로 다시 본 장면이 몇 개 있어요. 두손 다친 보영이 담배피는 아휘 보다가 자기 손 봤다가 다시 아휘 보니까 (나도 담배피고 싶어 하고 투정하는 눈빛으로) 아휘가 보영한테 담배 물려주는 장면이랑, 아휘가 아침댓바람부터 산책나갔다가 돌아와서 감기?걸려 끙끙 앓는데 밥달라고 하는 보영이랑 그런 보영한테 '니가 인간이냐!'하면서 이불 뒤집어쓰고 밥해주는 아휘.. 그리고 침대 옆에 소파 붙였다가 떼는 장면도. 저는 장국영-양조위 잘 모르고 자란 세대임에도 영화 보니까 왜 장국영 장국영, 양조위 양조위 하는지 알겠다 싶었습니다.
영화도 책처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꼈어요. 이 나이애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보다 30여년정도 지나서 보니 그때에 느꼈을 수도 있겠다싶은 감흥이 전혀 오지가 않네요. ㅠㅠ
전 감흥이 너무 와서 어제 오늘 책에 집중을 못했어요 정말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싶은데 말이죠
저는 영화 《졸업》을 2020년대에 처음으로 보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이 영화가 1960년대에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데에는 영화 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졸업이스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귀가한 벤저민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졸업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이나 이상도 갖고 있지 못한 인물. 그는 파티석상에서부터 시작된 미세스 로빈슨의 끈질긴 휴혹에 걸려들어 마침내 무질서한 생활에 빠져든다. 그녀의 조카 엘레인을 로빈슨으로부터 소개받은 벤은 미세스 로빈슨의 강요로 엘레인을 따돌리려 하나, 그녀의 진실을 깨닫게 되어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모와의 불륜을 알게 되어 고민하던 엘레인은 학교로 돌아가 의대생인 칼 스미스와의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벽돌책을 읽고 있어서 영화 이야기를 바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어제는 동성서취를 새벽 3시까지 보고 잤는데, 다시 보니 또 이게 좋더라고요. 그나저나 저는 사실 사람을 못 알아보는 병이 있어서 지금껏 동성서취에 주성치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 제가 주성치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제 보니 양조위였더군요. (먼산) 그마저도 (이번에) 알아본 이유는, 양조위가 "내 눈빛을 봐" 라면서 중경삼림의 그 표정 ㅋㅋㅋ 등을 한 덕이었습니다.
영화 <동성서취>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장국영의 캐릭터였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장국영을 둘러싼 가장 큰 루머인 그가 동성애자인가 아닌가에 타인들의 관심이 너무 많다는 것을 "대놓고" 괴롭히는 것으로 보여주더라고요. 또 이 영화에서 후에 <서유기>로 이어질 감독의 포석들이 보여 무척 즐거웠습니다. ㅎㅎ 대체 이 배우들을 덷고 어떻게 이걸 찍었지.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는 초호화 캐스팅... 오늘은 동사서독을 마저 봐야겠습니다. <동성서취>를 보고 동사서독을 보면 반대로 뭔가 되게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25일까지는 《화양연화》와 《2046》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 감상과 비평, 명대사, 명장면, 배우 이야기, 연출 이야기, 제작 뒷이야기, 모두 환영합니다. 다른 영화 이야기하셔도 물론 좋습니다. ^^
<화양연화>를 벼르고 별러서 드디어 극장에서 봤습니다. 역시 영상미는 기대했던대로 만족스럽게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서사의 부재의 단점이 두드려져서 주인공 두 배우가 저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영화의 영상미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게 홍콩 중산층의 생활상이었어요. 젊은 부부 두 사람이 사무직으로 일해도 단칸방에 세를 들어서 살고 음식도 주인집과 같이 해먹고, 그 좁은 공간에도 살림을 맡아서 하는 식모가 있고, 같은 층 이웃과 네집 내집 헷갈릴 정도로 섞여지내는 모습이요. 장만옥이 일하는 좁은 사무실 모습도 비슷하게 개인적인 일이 눈치채지않고 일어날 수 있다는게 허락되지 않는 환경이죠. 그 와중에 다른 사람 얼굴 다 보여주면서 장만옥 남편과 양조위 부인 얼굴 끝까지 안 보여주는 장치도 참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본 극장 상영판에서는 마지막 남자아이의 존재에 대해 별 의미없이 '아... 여자는 자기 자리 지키며 애 낳고 잘 사는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헤어지기 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화양연화' 노래처럼 한 때 아름다웠던 흘러간 좋은 시절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양조위도 그래서 앙코르와트 벽에다 털어놓고 묻어버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왕가위 감독이 서사를 잘 짜는 사람은 아니라고 보는데 오히려 저는 작품에서 서사를 이 정도로 지우다 보니 더 영화의 ‘무드’가 잘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영화의 영어 제목에도 ‘무드’라는 단어가 나오죠). 말씀대로 서사의 빈 부분을 배우들이 채우고 있는데 ‘눈빛으로 말을 한다’는 표현이 이 영화를 보면 납득이 가더라고요. 대사로 두 인물의 감정이나 상세한 상황이 설명되었더라면 분명히 작품의 감흥이 반감되었을 것 같아요. 관객이 어두운 골목이나 식당에 숨어서, 끈적끈적한 음악을 들으며, 배우들의 표정을 훔쳐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데, 그래서 저는 이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나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워낙 간단하고 전형적인 줄거리라서 그게 왕가위의 제작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홍콩 영화를 보면서 저는 늘 홍콩 시민들의 갑갑한 생활에 놀라면서 폐소공포증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이 유독 심했습니다. 낮 장면, 개방감이 드는 탁 트인 풍광이 거의 나오지 않고, 누추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화려하지도 않은 생활 공간의 비중이 높고요. 그런 느낌이 사회 관습과 전통 윤리 속에 갇힌 두 기혼 남녀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장만옥의 아이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느꼈어요. 장만옥은 꿋꿋하게 잘 사는데 양조위는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럴 것 같았어’ 하고 혼자 웃기도 하고요. 그래도 《2046》에서 망가진 양조위의 모습은 편치 않더라고요. ^^
저는 <2046>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음... 별로 보고싶지 않네요. <화양연화>의 감성이 무너질 것 같아서요. 다 말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어요.
네, 저는 무척 실망한 작품이었어요. 특히 "화양연화"랑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더 그랬어요. "화양연화" 결말이 딱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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