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동사서독》에서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장면이 하나 있는데... 양조위가 죽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양채니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잖아요. 이 장면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가물거리긴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다른 사람(아마도 황약사)을 사랑하게 되버린 아내를 닮은 여인, 양채니를 아내로 여기며 죽으러 떠나기 전에 키스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떠나는 양조위를 보며 양채니가 흐느껴 울기도 한것 같은데, 그건 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에는 양채니가 운 것은 그냥 성추행을 당한 분함에 운 거 같았습니다. ^^
부끄러움도 없이 이걸 여기에 올려봅니다; https://youtu.be/kaWj0kr1dlQ?feature=shared
우오ㅓ아.. 너무 잘들엇어요!
감사합니다 👍 동사서독이 그런 깊은 영화였군요
오, 멋집니다. 영웅본색 영화는 안 봤지만 저 음악은 자주 들어서 익숙하네요. 그런데 저 악보를 아직도 가지고 있으시다는 점이 제일 신기합니다. ^^
아아 이 노래! 이 노래에요! 이걸 피아노로!
어제도 내친 김에 문득 쳐보았어요~ 마침 비도 오고 말이죠^^ 그런데 피아노를 쳤음에도 왜 스트레쓰가 안 풀리지;; 공무원 사회 적응하기 힘든가 보다 ㅋ 싶었어요.
@느려터진달팽이 앗 ^^ 이탈리아그림책방 뚜띠(=다국어 도서관 안디아모)에서 달팽이님 연주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앗 역시 그때 오셨었죠? 제가 그 전해 그믐날에 그믐밤에 처음(이자 마지막 at present)으로 갔었을 때 팥죽을 안드셔서 얘기도 잠시 나눴던 것 같은데, 그 때만 해도 우린 마스크를 쓰던 시절이었고 마스크를 벗으니 그 분이신가 아리까리 했었다는.
저는 동사서독 영화가 나온 때보다 몇년 더 지나 태어났어서.. 아무래도 옛날 배경 중국 무협 영화에 쉽게 몰입하기 어렵겠거니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근데 왠걸.. 임청하가 너무 예뻐서(남장한것도 ㅠ ㅠ) 그리고 장국영이 초반에 ‘죽이고 싶은 사람 없었냐’며 묻는 대사들이 강렬해서 술술 봤습니다. 타락천사도 그렇고 동사서독도 그렇고, 시대는 다른데 왕가위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고독하고 쓸쓸해보여요. 말 쓰다듬는 유가령?이나 혼자 나와 떠도는 양조위니, 사랑한다 말못한 장국영이나, 사랑한다는 말 안해줬다고 끝내 고집부린 장만욱이나. (그 와중에 홍칠공 따라온 부인 귀여우심. ) 그래서 좋았다 싫었다 그런 구분보단, 그냥 사는 게 그렇구나.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고,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하다가, 어떤 시기가 지나면 궁금하지 않아지기도 하고, 돌아가지 않으려 했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하고. 이기려고 했던 것들이 언제 보니 진 것이고.. 변하는 것에 맞춰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떤 것을 고지식하게라도 지켜야 좋은 걸까, 오락가락하는 요즘 저에 대한 고민이 영화 보며 겹쳐진 것 같습니다. 제가 꼭 말 잘 못하는 장만옥 아들 같더라구요!
*좋았던 씬 “좌절을 맛본 사람은 어떤 핑계로든 자신을 숨기려한다. 사실 모용연과 여동생 모영언은 한 몸에 깃든 두 인격이었다. 마음에 입은 상처를 두 인격으로 감춘 것이다. ” “모용언? 모용연? 말해줘요. 당신이 사랑하는 건 누구죠?”라고 묻는 임청하에 구양봉(장국영)은 그냥 “당신이에요.”하고 답한다. *배경 아름다움. 사막이며 밤하늘, 물가?, 바다 배경들이 다 헤어질결심 생각도 나고 모네 풍경화랑 윈도우 배경화면 재질 사진들 생각이 났어요. 넘 예쁘더라구요.
저는 이제 동사서독의 대사들보다 사막 풍경이 더 잘 기억 나요. 사막이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영화 아닐까 생각해요. 드니 빌뇌브의 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요. ^^
도저히 기억이 안나서 동사서독 다시 보는데 질문입니다. 임청하는 푸퉁화하고 장국영은 광둥어 하는거 맞죠? 전에 2046에서도 장쯔이랑 양조위랑 얘기할때 장쯔이는 푸퉁화하고 양조위는 광둥어하는데 쟤들은 왜 말이 통하는겨? (꼭 푸퉁화가 아니어도 제가 중국어라고 학교에서 배웠던 그 말로 얘기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아님 제가 두 언어를 잘 몰라서 똑같은 언어 쓰는데 다르게 들리는겨?란 생각이 들었지만 두 언어 아시는 분들 계심 알려 주세요~~~
보통화도 광동어도 모르는데 나무위키 임청하 항목에서 퍼왔습니다. ----- 중경삼림과 동사서독 리덕스를 보면 다른 배우들은 다 광동어를 구사하는데 대만 출신인 임청하 혼자 보통화를 구사한다. 근데 대화가 된다(!). 이건 왕가위 감독의 특징으로, 배우의 원어를 그대로 싣고 차라리 관객을 위해 자막을 넣어버리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홍콩 사람들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으면 기본적인 보통화를 알아듣기는 한다. 다만 시장 상인이나 택시 기사 등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계층의 사람들은 보통화를 거의 못 한다.
임청하가 대만 출신이군요. 왕가위 감독의 선택이 참 특이하네요. 배우들은 좋아했을 것 같아요. 중국 문화권 사람들과 홍콩 영화와 배우 이야기를 해보면 참 신기합니다. 똑같은 배우를 두고 한국사람이 부르는 이름, 홍콩 사람이 부르는 이름, 중국본토에서 부르는 이름, 중국 이외의 영어권 국가에서 자란 화교들이 아는 영어 이름, 다 달라요..... 테이블에 둘러 앉은 사람이 다 아는 인물인데, 각자 알고 있는 이름이 다르니, 결국은 핸드폰 꺼내서 사진 보여주면, '아~~~' 합니다. 언어라는게 참 재밌어요. 예전에 본 홍콩 영화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그런지 그들이 썼던 언어는 전혀 기억에 안 남고 자막으로 전해졌던 의미만 남아있는데 지금보니 저들이 하는 언어가 뭔지 궁금해지고 차이점도 들리거든요. 예전에 '82년생 김지영'을 한국문화에 익숙한 외국친구들이랑 보는데 공유가 부산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너무 어색하고 웃겼는데 한국드라마 많이 본 친구들 조차도 공유의 사투리 전환을 전혀 눈치 못 채더라고요. 영어 자막으로도 물론 표현이 전혀 안 되었고요. 자국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전달되는 영화의 이해도에는 참 다양한 층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읽고 있는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에서 현대의 특성 중 하나로 ‘하나의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기꺼이 이주하는 것’을 꼽고, 창조적인 거장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고 하면서 국제적인 도시였던 취리히를 그런 창조성을 일으킨 장소로 중요하게 다루더라고요. 저는 한국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섬이라고 생각하는데(한국어도 고립어이고) 그래서 말씀해주신 에피소드들 들으면 무척 부럽고, 그런 경험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저처럼 외국어도 못하고(외국어를 가까이에서 접할 일 또한 없고) 해외여행이나 외국 문화 수입이 자유롭지도 않았던 시절 어린 시기를 보낸 사람은 이제 일종의 글로벌 촌놈이 되는 거 같아요. 그나저나 왕가위 감독은 임청하에게 연기 지도를 어떻게 했던 걸까요? 그리고 장국영과 임청하는 서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알아듣는 척 하고 연기를 했던 걸까요?
섬이 아닌 나라가 섬이 되어버린 경우지만 그렇게 된 지는 겨우 100년도 안 되었고, 문화적으로는 그다지 섬같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워낙 호기심 많고 배우려는 성향이 많은 민족이라...세계에서 좋다는 건 다 들여오고 다 하고 싶어하니까요. 요즘같이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데 시스템이 닫힌 시스템이 많죠. 특히 교육... 그래서 말씀하시는 고립되었다는 부분이 뭘 말씀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왕가위와 임청하의 의사소통 문제는... 크게 문제 없었을 것 같아요. 일단 대본은 똑같잖아요. 같은 문자를 놓고 읽기만 다르게 읽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중국 지역어를 쓰는 사람들은 워낙이 옛날부터 섞여 산 문화도 많아서 대충 기본적인 뜻은 다 통하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대화하는 거 보면 신기해요. 분명히 광동어 못 한다고 해놓고 식당가서 광동어로 주문하는 거 보고 '너 광동어 못한다매?' 하면 '어릴 때 홍콩 드라마에서 본 거 몇 마디 했을뿐이야' 이러고...
어떤 사회의 문화적 고립도라는 개념을 문득 생각해봤습니다. 실제 측정이야 어렵다 치더라도요. 2020년대 한국은 분명 1980년대 한국보다는 덜 고립되었지만, 세계어가 된 영어의 장벽 때문에 진짜 섬인 2020년대 필리핀에 비해서는 문화적으로 더 고립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모국어와 영어의 문법이 너무 달라서 세계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한국인, 일본인의 문화가 그렇지 않은 중국인, 덴마크인보다 더 갈라파고스화 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언어뿐 아니라 1인당 GDP나 여러 가지 문화적, 역사적 경험도 영향을 많이 미칠 거 같은데, 한국 사회는 그런 경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본대로 연기할 수는 있어도 애드립 같은 건 할 수 없고 연기를 놓고 배우들끼리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데도 의사소통 문제가 조금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정도 소통은 임청하도 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저런 흥미로운 생각들 나눌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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