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둘이 손만 잡은 사이라는 전제로, 저의 느낌적 느낌이지만 열쇠는 장만옥이 쥐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어요. 양조위는 의향(?)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장만옥이 아니라 양조위를 주로 쫓아가는 것도 그렇고요. 홍콩도 유교문화권이니 불륜에 대해 남녀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했을 거라는 짐작도 해봅니다.
악 저도 육체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맺어서 그 둘의 아이라고 해석한 내용을 들었을 때 완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이가 생겼으면 야무진 장만옥이 독박육아 할 리 없었을 거고, 우유부단한 양조위도 결단을 내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
저 위에서 배우들의 눈빛 연기 얘기를 하셨는데, 양조위야 뭐 말할 것도 없어서 재관람할 때 전 장만옥의 얼굴과 눈을 열심히 봤어요. 거기서 장만옥 눈빛이 양조위와 있을 때 엄청 귀엽고 순진해요. (유재하가 들려 드립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럼서 말도 안 되게 제 자신을 투영했는데....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맞아...나같아도 절대 연락 안했을 거야란 생각부터 들었거든요...이렇게나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네요. 사견입니다만, '육아'란 천년의 사랑도 식어 버리게 할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아름답게 끝나려면 사랑의 주인공들이 함께 모여 육아 하면 안 될 거 같아요. 둘이 육아하면 제목이 '화영연화'가 아니라 '무간지옥'로 바뀌었을 듯요...
양조위가 아무리 애잔하게 쳐다봐도 아들 딸은 제 갈 길 간다는 것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육아는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샌프란시스코로 떠나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션이란 가명으로 살아가는 샹치. 웬우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 텐 링즈의 일원인 레이저 피스트가 찾아와 샹치의 펜던트를 훔쳐가자 샹치는 친구 케이티와 함께 연이 끊겼던 동생 샤링을 염려하며 그녀가 숨어 지내는 마카오로 찾아간다. 텐 링즈의 마법 같은 힘을 통해 수천년 동안 지구의 역사를 혼란에 빠뜨렸던 웬우는 자신의 아들딸을 다시 불러들여 새로운 계략을 꾸민다.
저도 '안했다'를 원해요. 양조위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니까요."라고 반복적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무삭제판에는 둘의 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온다고 누군가 적었더라구요.ㅠ
베드신을 찍었다가 넣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무삭제판은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요? 오 마이 갓... 두 사람의 인연이 끝까지 엇갈려야 가슴이 아린 것 아닌가요.
어머나, 전 철썩같이 둘의 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베드씬을 찍었지만 넣지 않았다는 걸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재판에서 다 보여준 증거 가지고 "이 증거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니, 판결에 반영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없어진 내용이지만, 이미 머릿속에 박혀 있는? 그나저나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벽에 대고 말하는 장면과 해피투게더에서 워크맨에 대고 말하는 장면이 겹쳐지네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검사 측은 아무런 증거 없이 화면에 나온 두 배우의 케미만으로 저 정도 케미면 애도 낳았을 거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전 무삭제판을 못 봐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앙코르와트 촬영할 때 실제로 양조위 배우는 뭐라고 말했을지 궁금합니다. 무슨 노래 가사 같은 거라도 외웠으려나요.
나 돌아갈래~~~~~ (박하사탕)
저한테 아무 말이나 2분 정도 떠들라고 했다면 노래 가사 같은 걸 외웠을 거 같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그 날 싫었던 일화에 대해서 말하진 않았을까요. 감독이 이렇게 요구하는 게 짜증났었다거나(?) 제대로 뒷담을...!
“왕 감독, 다음부터는 이렇게 어렵게 영화 찍지 맙시다. 대본 좀 제대로 준비하시라고요. 그건 그렇고 아까 모기 물린 데가 참 가려운데 이거 어떻게 긁어야 하지….”
My blueberry nights는 색감이 기억나는 영화였어요. 가수인 그녀가 거장 감독과 그리고 상대역으로 주드 로!와 연기하는데 위화감이 없다니요. 그녀는 망해가던 레코드도 그녀의 음반으로 살려놨다던데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음색이 불안했던 그 시절을 위로해주었지요. 그 키스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스파이더맨 키스 장면과 함께 많이 회자되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모임도 끝나갈 때가 오네요. 오늘부터는 《아비정전》, 《열혈남아》,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일대종사》, 《에로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 감상과 비평, 명대사, 명장면, 배우 이야기, 연출 이야기, 제작 뒷이야기, 모두 환영합니다. 다른 영화 이야기하셔도 물론 좋습니다. ^^
<화양연화>에서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기'였어요. 불륜을 저지른 걸로 유추되는 배우자의 행동을 상상해서 연기해보고, 앞으로의 이별의 상황을 미리 예견해서 연기하고.. 이게 정말 묘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처음에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것처럼 배치하고, 이 후에 사실 연기라고 밝혀지게 구성했기에 더 혼란스럽고 묵직하게 남았어요. 꼭 실제 일어난 것 같은데 사실과 허구가 겹쳐지면서 그 과정에서 감춰지지 않는 욕망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게, 보는 제가 불안하고 아찔했고요. '연기'라는 예술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어떤 노래를 듣고 부르고, 어떤 춤을 추게 되는 이유와 같은 것 같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역할극이 자연스러운 놀이었는데요. <화양연화>를 보며 역할극이 제대로 으른의 놀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화양연화》를 연기에 대한 영화, 혹은 영화에 대한 영화로 읽을 수도 있겠네요. 원망하는 사람을 연기하고, 연기로 진심을 전하고... 아이러니가 겹겹이네요. 말씀 듣다 보니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라는 어려운 역할극을 잘해낼 뿐 아니라 푹 빠지고, 여러 아이가 자연스럽게 극을 창조하기도 하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인생 전체가 역할극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머리가 좀 어지럽습니다. ^^;;;
@모임 이제 30분 뒤면 모임이 마감이네요. 덕분에 1990년대를 추억하며 즐거웠습니다. 다른 감상과 해석을 접하며 새로 알게 되는 사실도 많았고요. 모임 마무리하는 멋진 문장 없을까 해서 《아비정전》부터 《일대종사》까지 대사들을 찾아보는데 이거다 싶은 게 없네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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