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날 때 아쉽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괴물>의 명대사도 투척해봅니다. '덜커덩'이 일본어로 '가당고동'이라니... 말맛도 너무 귀여운데요. 요리 목소리로 들으니 정말 귀여웠지 말입니다. 흑흑흑.
꽃의요정
외국어의 의성어 의태어 들으면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외국 아기들이 하는 얘기가 더 귀엽게 들리나 봐요.
도리
그러니까요. 요리와 미나토 역을 맡은 배우들이 벌써 쑥쑥 컸더라고요. 목소리가 많이 변했던데 영화 속 앳된 목소리가 꽤 사라져서 아쉬운 맘도 들고요 허헝.
꽃의요정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하는지 모르겠는데, 고레에다 감독이 만들고 엄청 비판 받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란 드라마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의 형(배달집 형님으로 등장)이랑 '어떤 가족'에서의 남자아이(이름 모르겠어요 ㅜ.ㅜ)가 고등학생으로 나와요. 고레에다 감독님이 발굴한 아역 배우들이 커서 여러 작품에서 나오는 거 보면서 혼자 뿌듯해 합니다. ^^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는 청소년기의 슬럼프를 딛고 여기 저기 작품에 많이 나오는데....이 청년은 어설픈 젊은 일본 배우들이 넘지 못할 기운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유치한 역을 해도 '일본 특유의 구리고 과장된 뮤지컬 같은 연기(제가 붙인 이름)'가 전혀 없어요. 얼굴도 애기 때랑 넘나 똑같은 것!! 어쨌든 고레에다 감독님의 보는 눈은 정말 대단합니다.
도리
헉! <기적>의 형이랑 <어느 가족>의 남자 아이 주인공 말씀하시는 거죠? 대박. 그렇게 또 이어진다는 게 좋네요. 일회성이 아니라 유기적인 연결이 느껴져서요.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저도 다 뿌듯하고 좋아요. <아무도 모른다>는 아직 안 봤는데 꼭 볼 겁니다. 시동 걸고 대기 중이에요. 일본 영화나 작품을 잘 몰라서 고감독 작품으로 입문했을 땐 말씀하신 '일본 특유의 구리고 과장된 뮤지컬 같은 연기'를 못 느꼈는데요. 근데 왜 알 것 같죠? 허허.
도리
여담으로 <괴물>에 빠져서 동생과 <괴물> 속 대화를 들리는 데로 외워서 종종 문답하며 놀고 있는데요.
(엉터리 일본어주의)
A: 모시모시 소쯔와 하레이데스까
B: 하이! 하레떼마스!
A: 가당고동
B: 가당고동
A: 슛파츠시마스~
이렇게 주고 받으며 논답니다. 흐흐.
도리
괴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원본은 움직이는 짤인데 역시 안되군요... 하지만 사진으로 남아도 귀엽습니다..
도리
문답놀이 2탄도 있습니다.
요리가 꽃이름 말하는 목소리도 너무 귀엽고 좋아서 외웠지 말이죠. 문답은 인물이 말하는 거랑 상관없이 그냥 한 단어씩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어요 크크
A: 사쿠라코
B: 호타루카구라
A: 난데 하나노 나마에 신지 아르노?
B: 스키다카라!
A: 야마부키
B: 오다마키
A: 오도리코소
B: 쿠사노!
도리
<괴물> 덕분에 일본어 문외한인 저랑 동생이 히라가나랑 가타카나를 외워보고 있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교양수업으로 일어를 들은 적이 있는데 히라가나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대충 기억이 나는데 가타카나는 영~ 안 외워지더라고요. 그때도 지금도 ㅎㅎ
도리
맞아요. 히라가나는 글자모양도 귀엽고 그림 같아서 기억에 남는데요. 가타카나는 비슷한 문자도 많고 간결해서 증발도 빠른 느낌이....
꽃의요정
저 일본어 한 지? 25년 정도 됐는데...다들 제가 일본어 잘하는 게 일본에서 공부하고 와서 잘하는 줄 알아요.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1999년에 갔다 왔는데 말이죠....
근데 저도 히라가나 외우는 데 6개월(중도 포기했다 재기), 가타카나는 일본어 중급 레벨테스트 통과했을 때도(공부한지 1년쯤 되었을 때) 잘 못 읽었어요. 그리고 25년째 하루도 안 쉬고 일본 드라마, 책 읽고 공부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척 '나는 원래 잘해'인 척 합니다. ㅎㅎㅎ
3개월간 공부한 언어는 3일이면 다 까먹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아님 제가 머리가 나쁜 걸까요? 아 웃겨
게으른독서쟁이
오~ 일본어 능력자!!!!
멋있어요~
꽃의요정
일본어 할 수 있는 자는 맞는데 '능력자'는 모르겠어요?! ㅎㅎㅎ
도리
네. 할 수 있는 자. 그것이 바로 능력자이셔요.
게으른독서쟁이
제말이... ㅎㅎ
도리
헉 따로 25년이나...! 대단하셔요. 일본어를 따로 오래 붙잡게 된 계기나 목적이 따로 있으셨을까요? 지금 동생은 <괴물>을 계기로 아직 일본어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저는 벌써 시들시들해졌어요 흑흑
꽃의요정
제 취미가 언어 공부예요 라고 하기엔...영어(심지어 잘 못함)랑 일어밖에 못하네요 ㅎㅎㅎ
그냥 제가 지적 재미를 느끼는 게 독서랑 언어 공부밖에 없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오해 하시는데....여행 가서도 책만 읽고 아무것도 안 해서 가족들이 그럴 거면 여행 오지 말라고 난리칠 정도예요....집안일도 쓰레기 집이 되지 않을 정도만 하고....정말 세상 게으른 성격....
하지만 다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언어공부와 독서를 동경해서 제가 저런 얘기하면 너 잘났다...이런 표정...
전 어쩌다 보니 태어난 게 그걸 좋아해서 파고 있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립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며...에너지가 엄청 필요한 취미잖아요?!
도리
멋진 취미군요...! siouxise님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유가 취미의 영역에도 사회적 인식에 따른 계급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개개인이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지만, 대개 한국사회에선 독서나 영화, 음악의 예술을 더 높게 평가하지요. 저만 해도 누군가 취미가 코스프레나 다이어리 꾸미기라고 한다면 독서와는 다르게 느낄 것 같고요. 저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너 잘났다'라는 반응을 듣는데요. 독서가 실제로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고 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오겠더라고요. 실제로 지적 허세의 용도로 독서를 말하는 사람들도 자주 봤고요.(저도 어느 정도는 그 효과를 누리고요) 그래도 오해 받는 느낌이 싫어서 제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땐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책의 세계도 너무 방대하니 독서의 의미도 다들 다른 거 같아서 어떤 오해는 어쩔 수 없겠군 납득했네요. 그냥 이후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허세 부리지 않으려고요. 특히 언어적인 영역은 신체의 영역보다 더 높이 평가되고 있는 거 같아요.
독서에 드는 에너지는 '듣고자'하는 에너지기에 저는 그런 활동을 완전 지지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독서나 언어를 취미로 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하고 있어요. 흐흐.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아직은 현생에 저와 비슷한 책쟁이는 보기 어렵더라고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