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20.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수북강녕

D-29
어제는 제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어요.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의 카페에서 반미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도 읽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도 한번 들렀어요. 그리고 카페를 나가 바깥의 공터 벤치에 앉아 그랩(현지의 카카오택시)을 불렀습니다. 곧 택시가 도착해 캐리어를 비롯 백팩과 다른 짐들을 싣고 다음 숙소로 즐겁게 향했어요. 숙소에 도착하니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위해 여권을 보여달라 해서 여권을 찾는데 아뿔싸! 여권과 현금을 넣어둔 저의 에코백이 없는 거에요. 그 순간 바로 저희를 내려놓고 돌아가려는 택시 기사님께 잠깐만! 스톱! 있던 곳으로 돌아가 주세요! 라고 얘기했어요. (아마도 한국말로? 절대절명의 순간이라 자세히 기억 안남 T.T) 신기하게도 호텔 리셉션과 택시 기사분을 포함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겠죠 T.T 표정은 만국공통어)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얼마나 좌절스럽던지요. 제가 너무나 한심스러웠어요. 돈도 아깝지만 일단 출국일이 다가와 오는데 여권 긴급 발급? 은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 다른 짐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 가방을 빠트리다니! 가방을 놔둔 곳은 아마도 카페 안, 화장실 안, 공원 벤치 이 세 군데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고 방치된 시간은 15분 남짓이겠지만 에코백이라 단단히 잠겨져 있지도 않고 누구나 슬쩍 안을 열어보면 여권과 현금이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가 바로 보일 거거든요. 카페 앉았던 자리에 두고 왔다면 분명 직원이 챙겨줬겠지만 화장실이라면 다음에 들어간 사람이 분명 가져갔을테죠. 달러와 베트남 현지화는 가져가더라도 제발 여권이라도 남아있기를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일단 공터 벤치로 달려갔습니다. 그 자리에 우두커니 남겨져 있는 저의 에코백!! 일단은 다행이다 싶어 얼른 안을 들여다 보니 여권이랑 검정 봉투도 그대로였어요. 공터는 오고 가는 사람이 꽤 많아서 누구나 가방을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 여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것이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갑자기 맥이 탁 풀리더군요. @하정or썸머 작가님의 일화도 생각나고. 대체 어떤 마음이셨을지요…옆에서 계속 기다려준 택시를 도로 타고 다시 숙소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도와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 한 편, 너무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른 저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던 어제였네요.
@김새섬 '어뜩해 어뜩해!' 하면서 읽었는데요, 해피 엔딩입니다! 모든 것은 추억으로~~~ 정말 다행이에요 ♡
OMG 여권가방을 잃어버리다니 읽으면서도 식은땀이 쭉 났네요. 새섬님 이름 얘기 읽었는데 넘 재미나요. 저는 이미 지어놓은 필명이 있는데(글도 안쓰면서 필명부터 지음) 아주 흔한 이름으로 하고 싶어서 김씨랍니다. : )
저는 김혼비 작가님의 필명이 참 멋져서 좋아해요. 흔한 성에 흔하지 않은 이름의 조합. 닉 혼비를 아는 이들에게는 반가울테고 모르는 이들에게도 '혼비'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발음도 예쁘고 완결성 있는 이름으로 다가갈 테니까요. 저도 혼비 작가님 따라서 좋아하는 작가들 이름 몇 개 붙여 봤는데 일본 작가 이름 붙였더니 갑자기 창씨개명한 조선인스러운 느낌이 나고 서양 작가 이름은 세례명인가 싶게 되더라구요. ㅎㅎ
만약 지으신 필명이 '김바나나'라면 김씨 성으로 흔한 척(?)을 하지만 매우 튀고 재밌을 거 같다는 상상을 혼자 해봅니다. 흐흐. 바나나님의 필명과 얽힌 일화도 궁금해요ㅎㅎ
ㅋㅋㅋㅋㅋㅋ 저는 완전 익명성에 파뭍히는 필명을 쓸거랍니다. (그래도 김지영은 안할거에요. 너무 유명해긴 김지영 ㅎㅎㅎ) 바나나는...원래 모처의 아이디가 파란바나나였는데요. 제가 바나나를 좋아해요. 약간 덜익은 딱딱하고 풋내나는. 그래서 저는 연두색 가득한 바나나를 한송이 사서 초반엔 제가 먹고 중반이후 애들이 먹어요. 파란바나나가 길어서 부르기 힘들어서 바나나로 줄였어요.
덜 익은 바나나를 좋아하는 분도 있군요. ㅎㅎ 그 때 과일이라기보단 채소느낌 나요.
다시 읽는데 파란 바나나라니, 두 단어의 조합으로 낯선 느낌이 드네요. 선명한 색감이 묘하고 재밌어요...!
노트는 집 안의 어느 책장에 꽂혀 있다가 1년에 한 번, 매해 12월 말이 되면 꺼내어져 그 집의 크리스마스 모습을 담았다. 종이를 아껴 쓰느라 세로로 반을 접어 쓴 구간이 몇 년 이어지고, 글씨보다 그림 위주로 장식한 몇 년, 크리스마스 씰이 유난히 비중 있게 붙어 있는 몇 년 등등 몇 년씩 일정한 스타일로 장식되고, 스타일은 곧 변해갔다. 주된 작성자의 성격과 취향, 시대의 유행에 따라 노트의 이미지가 변하는 것이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149, 하정 지음
아네뜨의 크리스마스 노트 이야기를 저는 딱 크리스마스 날 읽었어요 종이로 된 물건은 그 원형을 유지하며 간직하기 더욱 쉽지 않은데요 제 어릴 적 썼던 일기장, 끄적였던 희한한 소설(하이틴 로맨스물이었어요 ^^)들을 다 버린 것은 이불킥을 막기 위해 차라리 다행이다 싶지만, 아이의 유치원 때 작품들, 초등학교 때 일기장은 아직 간직하고 있거든요 사진으로 찍어 클라우드에 남기고 원본은 정리해 버려야겠다는 결심도 늘 하는데, 게으름 덕분에 보존되고 있는... 그믐밤 오프모임 신청하신 분들께는 다음 주 초, 빨간책의 쌍둥이인 빨간노트가 배송됩니다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보세요~!
와! 쌍둥이 빨간 노트라니! 전 나트랑으로 떠나는 바람에 못 받는데 T.T 받으신 분들 사진 올려주세요. 어떻게 생긴 것인지... 책과 완전히 똑같게 만드신 걸까요? 궁금합니다. 사진 속 아네뜨를 보면 붉은 색을 참 잘 활용하시는 것 같아 멋스럽습니다. 붉은 안경, 모자, 손목시계 등 여러 아이템이 돋보이는데요. 활기 있는 색감이 포인트가 되어 예쁘네요. 생각난 김에 지금 제 주변의 레드를 다 모아봤어요. 시계방향으로 일단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다른 분께 받은 명함 (책 사이에 껴서 얼떨결에 그냥 챙겨옴), 베트남 현지에서 구입한 커피믹스, 부산 동네 책방 크레타의 노트, 컴퓨터 마우스
@김새섬 사연이 정말정말 많은 노트예요. 아직 런칭 전이고, 우리 그믐 모임에서 처음으로 배포된답니다. 어떻게 써주실지~ 두근두근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 만날 날이 점점 다기오는 가운데~~~ ♣ 3/2~3/8 - 「쥴리가 씁니다」부터 「사진은 이야기를 도울 뿐」까지 함께 읽어요 - 내가 찍은 사진을 소개해 봅니다 사연이 있는 사진, 애정이 있는 사진 모두 보여 주세요 본격적인 사진 자랑 타임입니다! 이미 여러 장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올라왔지만, 이번 주에는 더 대놓고 올리시길 바라요 ^^ 책 이야기, 일상 이야기도 함께요~~~
그 전 근무지에서 점심시간마다 애정하며 다녔던 산책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차원으로 바뀌는 문 같지 않나요? 흐흐. 좋아하는 산책로인데 거리가 멀어져서 이제는 잘 못 갑니다. 많이 아쉽네요.
회사 근처 산책로 라고 하기에는 꽤 깊은 숲속처럼 보이네요. 사진 멋져요.~
이런 것 어때? 피하지 않아도 돼. 가져 봐, 이젠.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170, 하정 지음
크흐 멋있어요. 저도 이 문장 좋았습니다.
조부모에게 아끼던 가구가 없었을 리 없다. 부모에게 소중했던 장난감이 없었을 리 없다. 삶에 그것들을 데려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을 뿐이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178, 하정 지음
제가 앞서 우리와 비교하면서 부러워했던 덴마크의 여유와 미학.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했어요.
@김새섬 덴마크에 가서, 난생 처음 내 부모와 내 조부모, 그 이전의 존재들의 상황을 떠올려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 제 인생에서 상당히 큰 전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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