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이렇게 큰 가구를 이 집에 넣을 수 있었던 거예요?"
질문 속에는 '마룻장이 무너지는 건 아니겠죠? 자다가 죽고 싶지 않나요'라는 우려가 포함되어 있었다. 쥴리는 눈썹선을 따라 눈동자를 크게 굴리며 답했다.
"정말 힘들었지. 보다시피 계단이 보통 좁니? 그래도 멋지니까 꼭 갖고 싶었어." ”
“ 누군가의 집에 머문다는 것은 그의 향을 흡수하는 일이다. 그가 사용하던 숟가락, 접시, 침대보를 내가 쓴다. 치약이나 샴푸, 세탁세제 따위도 얻어 쓴다. 그가 밑줄 그은 책을 읽고 그의 체형대로 모양이 잡힌 옷을 빌려 입는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서 나는 향이 같아진다. ”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가 김민희를 처음 알현하는 장면을 아시는가? 납작 조아렸던 김태리가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김민희를 슬쩍 본다. 그러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이런 말을 속으로 읊는다. '염병! 이쁘면 이쁘다고 미리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냐!!!' 나는 아네뜨를 만나고서야, 영화를 볼 당시엔 몰랐던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귀여우면 귀엽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150cm거 약간 넘는 키, 똑단발의 빛나는 은발을 한 여자는 무채색 원피스에 낙낙한 바지를 받쳐 입고, 울 소재의 양말에 빨간 통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내 쪽으로 착착착 걸어올 때는 턱선에서 은발이 포실포실 들떴다. 아네뜨가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것 외 에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린 그의 비주얼에 압도되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 그 외에 꽃이나 새, 사람, 건물 등은 엄마가 아기의 삶에 넣어주고 싶은 것을 수놓는다. 아네뜨는 쥴리가 명랑한 새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과일을 먹고, 예쁜 꽃에 둘러싸여 학교에 다니길 바랐나 보다. 근사한 사람에게 꽃을 받고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살기도 바랐나 보다. ”
“ "아마··· 없을 것 같아요. 아기방을 꾸미기는 할 텐데··· 아! 배냇저고리라고, 아기가 입을 상의를 임신 중에 손바느질로 만들어두는 문화는 있어요! 저는 그런 걸 가져보진 못했지만요. 아들을 바라는 집안에 기어코 태어난 세 번째 딸이라 그런 곰살맞은 일은 엄마가 하고 싶었다 해도 눈치가 보여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백일이나, 돌잔치도 없었고··· 참, 제 이름도 우리 가족이 지은 게 아니에요." ”
그리고 빨간 노트 잘 받았습니다! 표지가 비워져 있어 바로 꾸며봤어요. 어떤가요? 가운데에 노란 친구는 '토아리'라고 작년 9월 아이유님 팬콘서트를 가서 받은 그립톡을 붙였답니다. 제가 핸드폰이 무거운 게 싫기도 하고, 자주 갖고 다니는 물건에 대놓고 귀여운 것들이 있는 걸 꺼려해서요. 그렇다고 안 쓰긴 아까워서 방에 그냥 있던 친구를 이 기회에 활용해봤습니다. 아무래도 '귀여운 할머니'가 제목이니 귀엽게 만들게 되더라고요. 멋진 사진이나 엽서를 갖다 댔다가 이 토아리로 정했습니다. 흐흐. 저는 좀 더 단순하고 자유로운 선이면서 표정이 다채로운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귀여움 포인트가 아이유님과 저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아이유님.. 사랑합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면서 '귀여운' 게 저에게 '실'이 된다고 생각해서 거리를 두곤 했어요. '귀여움'이 저를 미성숙하거나 유약하게 보이게 해서 무시 당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귀여움'을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제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신경쓰고 있는 거죠. 그래도 이 노트 덕분에 그런 거 상관없이 맘 편히 귀여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아요. 공연 티켓을 모을 데가 필요했는데 말이죠! 쌓아둔 티켓도 덕분에 정리했답니다.
김새섬
저는 아이유님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유님을 존경합니다. ㅎㅎㅎ
그녀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일련의 계속되는 말도 안 되는 공격들, 그에 대한 담대하고도 의연한 태도가 너무 멋집니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느껴지고 진정 이 시대의 '어른'같아요.
도리
새섬님의 생각 저도 매우매우매우 공감하고요. 안 그래도 오늘이 '국제 여성의 날'이라 오늘 아이유님 노래를 추천하면서 제가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는데요. 언급된 김에 여기에도 남겨볼게요! 다들 여성의 날 축하합니다. 여자로 산다고 고생 많으셨고요. 기념해서 추천 노래 남깁니다.. 아이유님 신곡 <Shh..>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VIDQTyNmkN4
3. Shh.. (Feat. 혜인(HYEIN), 조원선 & Special Narr. 패티김)
'이것은 단순 우정 얘기가 아니다.
단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그녀와 나 사이엔 좀 더 복잡한 게 있었다.'
매번 나를 이기는 이름들.
내 마음에서 유행 타지 않는 이름들.
나를 지금의 나로 안내해 준,
내 안 어딘가 날 구성하는 이름들.
오래도록 특별하고 복잡할 그녀들에게.
+ 좋은 노래와 좋은 책,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같이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보자고요
@도리 ㅎㅎㅎ 아 도리님 :) 구매한 게 아니라 주웠다는 게 더 특별해서 달아둔 댓글이었어요 ㅎㅎㅎㅎ
수북강녕
@도리 노트가 너무 이쁘죠? 덕분에 다꾸 삼매경에 빠지셨군요 ^^
도리님 글씨체도 너무 이쁘고, 티켓북 활용도 참 좋습니다
저는 뮤덕 회전러라 ㅎㅎ 티켓을 칸칸마다 끼울 수 있는 정식 티켓북을 아예 사서 몇 권째 쓰고 있는데요,
빨간 노트는 어떤 귀욤 콘셉트로 써야 할지 즐거운 고민이 됩니다
문학 관련 오픈채팅방의 아쉬움과 쓸쓸함, 한계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오프모임에서 들려주세요~~~
도리
넵. 사실 다꾸니 스티커니 어렸을 땐 정말 좋아했는데요. 주변에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듣기도 했고, 잘 관리할 저만의 공간이 없었기도 했고, 위에 쓴 글과 같은 이유로도 의식적으로 관심을 끊었지 말이죠. 이번에 맘 놓고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노니까 재밌고 좋았어요 ㅎㅎ 와중에 '회전러'가 뭔지 몰라 검색해서 알아냈답니다. N차 관람인거죠? 수북강녕님의 티켓북도 궁금해요!
바나나
딴소리 하나. 저는 이전책으로 읽었는데요. 아무리 봐도 개정판 빨간표지가 넘넘 이뻐요. 매대에 놓아도 눈에 확 띌것 같고.
하정or썸머
@바나나 빨간책 예쁘죠 :) 서점 매대에서 보면 여러책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아름답더라고요 (팔불출 같지만 사실이므로.....머쓱ㅎㅎㅎ)
김새섬
나트랑 책 읽기 좋은 장소 4. [카페 에이틴] Cafe Eighteen
https://maps.app.goo.gl/3vqk9FMv8w1PhfFu6
앞서 소개한 3군데의 카페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자주 갈 법한 곳은 아니다. 보통 현지인들이 방문하는 카페는 에어컨이 없고 의자가 아주 작은 편이다. 그 의자를 바깥으로 향해 손님들이 길거리를 바라보며 앉는 것도 특징.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이런 현지인 스타일의 카페다. 차도를 바로 면한 바깥쪽 자리는 도로 소음이 심하니 안쪽에 앉는 것을 추천. 들어가면 일단 시원한 차 한 잔을 그냥 준다. 코코넛워터와 망고스무디를 시켰는데 음료맛이 둘 다 좋았다. 개방형 카페라 소음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으나 안쪽 자리에서 아주 덥지 않은 시간, 실링팬 아래 앉아있으면 나름의 한가로움과 현지인스러움을 만끽하며 독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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