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함께 읽기

“ 지금까지 살펴본 예술 및 과학 분야의 탐구에 비해, 음악 창작은 훨씬 더 공적인 활동이다. 단지 악보를 세밀하고 읽으라고 작곡한 음악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음악적 구상이 대중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연주자와 악보 출판업자, 공연 대행인, 입장권 판매업자 등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악기와 공연장, 광고판, 공연 프로그램 같은 물질적인 요소도 필요하다. ”

“ 극소수의 예술가만이 별다른 외부적 자극 없이도 장의 인정을 받을 만큼 운이 좋으며, 소수의 예술가만이 끊임없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동료를 만나는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까지도 자신의 창조물을 대중 앞에서 정당화하는 일은 여성에게 더욱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잘하든 못하든, 열의가 있든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든, 창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일에 만만찮은 정력을 쏟아야 한다. ”

“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은 획일화되어왔다. 학생들은 똑같은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고 평가받았다. 이런 접근법은 공평해 보인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접근은 공평하지 않다. 학교는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강한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지능 프로파일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

“ 개인 중심 교육은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차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교육법이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강점 등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아내려고 한다. 교육자들은 이런 정보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

“ 개별화 교육과 관련하여 세 가지 역할을 제안할 수 있다. 우선 평가자는 각각의 아동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 교사, 학부모, 아동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평가방법은 없다. 아동이 잘 성장해가면 그저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아동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의 인지양식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 다른 두 가지는 중개자의 역할이다. 교육과정을 중개하는 사람은 학생과 교육과정(그리고 평가과정)을 연계시켜야 한다. 여러 대안이 있을 경우 중개자는 그 아동의 지능 프로파일에 적합한 것을 추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개자는 필수 교육과정 중 각각의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주어야 한다. 역사와 수학은 필수교과목이지만,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고 평가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

“ 사실 찬반 투표를 해도 다중지능이론이 승리할 것 같은 지역은 드물다. 정책입안자들과 학부모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목적뿐 아니라 전통적인 수단도 편안하게 여긴다. 학교에서 성공한 사람들(“학교는 좋았어. 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야”)과 학교에서 실패한 사람들(“내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나보다 훨씬 좋은 직업을 가질 거야”) 모두 전통을 열렬히 옹호한다. ”

“ 특히 수학자들이 다중지능이론에 의심을 품은 경우가 많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에게는 단 하나의 지능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학자들도 자신의 아이가 전통적인 방식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변화했다. ”

“ 운동선수, 무용가, 외과의사가 사용하는 신체 기술을 구체화된 지능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많은 사회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거기에는 엄청난 양의 계산, 실행, 전문성이 포함된다. 신체 활동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신체와 마음을 분리하고, 신체 활동(정신을 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을 과소평가하는 데카르트 학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신경과학은 정신과 신체를 연결한 후, 계획적인 활동에 인지가 관여하고, 정서의 예측 및 반응에도 인지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

“ 다중지능이론은 일반지능의 존재 여부가 아닌 그 범위에 대해 질문한다. 이러한 구인은 통계적 결과로서 그 강도는 요인 모형(factorial model)으로 세워진 가설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일반지능이 측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 문제에서 다른 문제로 쉽게 전이되는 능력과 같이 훈련으로 인해 습득한 단순한 사고력일 수도 있다. ”

“ 엄격하게 말하면 예술지능은 없다. 그보다는 지능이 예술적으로 혹은 예술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 책에서처럼 언어를 설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어지능을 심미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언어를 은유적으로 또는 파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어지능이 예술적으로 활용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간지능은 조각가나 화가에게는 예술적으로 표출되지만 기하학자나 외과의사에게는 일상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군대에서 기상시간이나 식사시간을 알리는 신호음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음악지능조차도 심미적이지 않은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학자들이 설계한 수학 패턴들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경우도 있다. ”

“ 덧붙여 남성과 여성이 지능을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하는가도 흥미로운 문제다. 하등 포유동물의 경우 암컷은 지형지물로, 수컷은 몸의 위치로 공간적 상황판단을 내린다는 증거가 확보되었고, 이는 인간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 같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방식으로 지능을 활용하는지도 의문점이다. 캐럴 길리건(Carol Gilligan)은 연구 결과 여성은 내면에 대한 성찰을 매우 자주 하는 반면 남성은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Gilligan, 1982). ”

“ 누군가 지능의 목록을 만들면 그것은 그대로 다른 유기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설치류는 뛰어난 공간지능을, 영장류는 월등한 신체운동지능을, 조류는 음악지능을 보여줄 것이다. 박쥐나 돌고래 등은 인간에게는 계발되지 않은, 혹은 알려지지 않은 지능을 지녔을지 모른다. 그리고 자기성찰지능이나 실존지능은 인간만의 고유한 지능일지 모른다. 『경마장에서 보낸 1년(A Year at the Races)』을 쓴 소설가 제인 스마일리(Jane Smiley)는 말의 지능을 분석하기 위해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했고(Smiley, 2004), 심리학자인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은 개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다(Coren, 1994). ”

“ 우리는 이미 매우 지능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음을 알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음악을 작곡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고, 두뇌 게임인 체스에서 세계 챔피언을 굴복시켰다. 컴퓨터도 인간같이 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이런 주장이 범주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이는 컴퓨터의 위상을 과도하게 격상시킨 것이다. 그러나 몇 년 후에 인류와 컴퓨터가 나의 순진한 주장에 실소를 머금을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