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함께 읽기

D-29
어느 회사가 더반에서 법률 조문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인데, 그는 주저하는 기색 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시 한번 가족을 버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간디 성격의 중요한 일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기회가 문을 두드리면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야 하고 또 자신과 가족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해도 그 기회를 붙잡는다는 점이다.
열정과 기질 550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인생 행로에 관한 이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간디는 인도 민중과 신 그리고 자기 자신과 일종의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드높은 행위 규범의 모범이 되기 위해 공개적으로 삶의 쾌락을 포기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고립된 작업을 하는 창조자들 역시 사적으로 이러한 맹세를 할 수 있지만, 대중의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직접 실행하면서 아주 공개적인 방식으로 파우스트적 계약을 실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정과 기질 558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간디는 완전히 부도덕하거나 아예 도덕관념이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유럽의 유대인들에게 학살의 현장으로 조용히 걸어가라고 독려했을 정도였다. 이런 행동이 학살자의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의 친애하는 친구에게’라는 인사말을 적은 편지를 직접 히틀러에게 보내서 그의 전술을 바꾸고 유대인을 용서하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열정과 기질 593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신앙이 있던 시절에는 저도 간디 비슷한 열망이 조금 있었는데 ‘완전히 부도덕하거나 아예 도덕관념이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그런 마음을 싹 버렸습니다.
E. C.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면서 언제나 작업에 몰두하는 편이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말을 빌면, 그는 인생의 완성보다 작품의 완성을 앞세운다. 그는 자신만만하고 잘못된 출발을 시정할 능력이 있으며 자부심과 엄격한 태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열정과 기질 624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우리의 창조적인 인물들은 모두 인구통계상 경계인이었음은 물론이려니와 그러한 경계인이라는 위치를 창조 활동의 지렛대로 삼았다. 그들은 자신의 그런 경계인이라는 위치를 활용하여 작품 활동의 내용이나 방식을 결정했고, ‘기성 체제’에 편입될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언제든 진로를 바꿔서 최소한의 지적인 주변성(경계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열정과 기질 635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저도 제가 경계인이라고 생각하고 경계에 서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고 믿지만 남들이 잘 안 믿는 것 같으므로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들은 남들을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데 이용했을 뿐이고 이렇게 하기 위해 유쾌한 모습을 보이고 마음을 잡아 끌고 적어도 겉으로는 의리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용이 다했다고 생각되면 조용히 혹은 극적인 방법으로 동료들과 관계를 끊었다. 위대한 창조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런 불행한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지만, 그가 고독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건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건 이런 파괴적인 일은 언제나 벌어졌다.
열정과 기질 637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보통 그들은 창조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희생했다. 계약의 종류는 다양할지 몰라도 그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모습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이러한 거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계약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그런 반쯤은 마술적이고 신비적인 계약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종교적인 특색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각각의 인물은 자신의 개인적인 신과 계약을 맺은 것처럼 보였다.
열정과 기질 663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창작력의 메피스토펠레스가 엄청난 제안을 해온다면 나는 인간관계는 상당 부분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내 앞에는 안 나타나는 거 같더라. (갑자기 『크로노토피아』도 떠오르네요.)
모임 종료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열정과 기질』 다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추천. 조영주 작가님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창조적인 현대 거장들에 대해 이 책이 짚어낸 공통점들이 얼마나 유효한지, 일반화를 할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신이 안 서기는 해요. 멋진 말들로 치장되어 있지만 대략적으로는 다들 아는 사항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런 결론보다는 그 인물들 각각에 대한 분석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강하게 남는 문구는 ‘파우스트적인 계약’이네요. 성취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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