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함께 읽기

“ 이해를 위한 교육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만약 이해를 시키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다 가르치려는 잘못된 노력은 그만두어야 한다. 광범위한 학습 범위는 피상적인 학습만을 낳게 된다. 기껏해야 머릿속을 단답형 시험이 끝나자마자 잊혀질 온갖 사실적인 지식들로 채울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적은 범위(un-coverage)’을 지향하고, ‘적을수록 좋다’는 원리를 모토로 삼아야 한다. ”

“ 이해를 위한 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은 개념과 학생들이 수업을 끝마쳤을 때 보여주기를 원하는 수행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이러한 최종 상태나 최종 결과물(final exhibition)은 교육과정이나 평가가 만들어지는 과정 및 수정되는 과정의 기반이 된다. 학습 초기에는 가능한 수준까지 학생들에게 이러한 개념과 수행을 명백하게 제공해야 하고 그것을 정기적으로 활용할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 ”

“ 예를 들어 민주주의 제도를 이해시키는 것이 역사와 사회 수업의 중요한 목표라면 교육과정과 평가는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첫 해부터 이러한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생물 수업의 중요한 목표라면 초등학생들에게 진화 현상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활동과 그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수행을 제공함으로써 그것을 연습하도록 해야 한다. 즉 이해를 위한 교육은 풍부하고 생성적인 주제를 초등교육에서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반성적으로 반복하는 나선형 교육과정인 것이다. ”

“ 청소년기는 고등교육 기간(고등학교, 대학교)에 해당한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전 세계의 수많은 국가에서는 이 시기가 전문화를 증진시키는 기간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발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경향성은 발달시기상 적절하지 않은,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들은 보다 폭넓은 삶의 영역과 관련지어 자신을 정의하기 때문에 그들이 보다 광범위한 화제, 주제, 학습 문제, 가치체계 등을 접하고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보도록 격려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 일이다. ”

“ 그래서 아동 중기의 교육과는 대조적으로 14~21세에는 보다 종합적인 지식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예전 용어로 자유 교과라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인문학 고전뿐만 아니라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학문까지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이것은 교육과정 속에 윤리 문제, 최근 사건, 지역사회나 범세계적인 고민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폭넓게 표본을 선택하고 동기화하여 다양한 관련성을 찾도록 격려하는, 보다 풍부하고 다방면에 걸친 프로젝트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

“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학교 내의 경험에서는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것을 미래에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도 없다. 도심에 사는 고등학생이나 학부모에게 2차방정식이나 나폴레옹 전쟁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 실제 세계는 학교 밖에 존재한다. 즉 실제 세계는 미디어와 시장, 마약과 폭력 속에 더 빈번하게 존재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학교의 정당성이 납득되어서가 아니라, 이전 세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방식이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학교는 진리의 보고나 교육의 항구라기보다 아동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곳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

“ 나의 분석에 따르면 예술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Gardner, 1983a; 5장 참조). 오히려 각각의 지능들이 예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는 있다. 다시 말하면 지식의 영역에 포함된 상징들이 심미적인 방식으로 집약될 수 있는 것이다. ”

“ 예를 들어 언어지능은 법률 규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고, 일상 대화에서 사용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언어가 심미적으로 활용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지능이 시나 소설 창작에 사용되면 심미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간지능도 항해자나 조각가에 의해 사용될 수 있고, 신체운동지능은 무용가, 마임배우, 운동선수, 외과의사 등에 의해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논리수학지능이 심미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음악지능은 전혀 심미적이지 않은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예를 들면 군대의 기상나팔 소리). 지능이 심미적인 목적에 활용되는지 혹은 심미적이지 않은 목적에 활용되는지는 개인적 혹은 문화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

“ 모든 학생들이 모든 형태의 예술을 배우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과목(내 용어로는 지능)에 비해 수업일수는 부족하고 학교생활은 지나칠 정도로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예술이 다른 형태의 예술보다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특정 형태의 예술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살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특정 형태의 예술에 노출되어야 하고 그것이 꼭 미술의 한 분야일 필요는 없다. ”

“ 학생들이 몇몇 예술에 피상적으로 노출되기보다는 음악, 무용, 연극 등 한 분야에 숙달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들은 영원히 아마추어에 머물거나 예술 세계를 떠나기보다는 최소한 특정 예술 형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이후 다른 형태의 예술을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심지어 성격, 권위의식, 데이트의 성공을 측정하기 위해서도 단답형 측정도구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시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이런 방법으로 측정해야 하고, 만약 측정할 수 없다면, 무가치한 것이다. 이런 접근방법이 적절하지 않거나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전의 평가방법이 지녔던 장점을 잊은 지 오래다.  ”

“ 행동주의자가 우세했던 시대에는 생각, 사고, 신념, 상징 등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것들은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른바 생각이라는 것을 발성을 담당하는 근육의 ‘조용한’ 움직임이라고 간주했고, 행동이나 행위를 가능하면 정밀하게 관찰하고 규명하고자 했다.  수십 년간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상징과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Gardner, Howard, & Perkins, 1974; Goodman, 1968). ”

“ 뛰어난 의사소통능력을 지닌 인간은 언어, 그림, 몸짓, 숫자, 음악 기호 등 상징을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상징체계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우리는 문자, 수, 그림, 도표, 몸짓 등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을 처리하는 정신 과정은 한 개인이 수행하는 다양한 과제를 통해 나타난다. 컴퓨터의 발달과 사용은 인간이 상징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즉 인간이 만든 기계가 상징을 사용한다면 그 기계의 개발자인 인간이 이를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Newell & Simon, 1972). ”

“ 상징을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을 조사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생아는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며 2세 전후에 나타나는 상징의 사용은 인지발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후 인간은 그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상징과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능력을 급속도로 획득하게 된다. 5, 6세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이야기, 음악, 그림, 간단한 과학적 설명을 할 수 있는 ‘1차 단계’의 지식을 얻는다(Gardner, 1982). ”

“ 문명사회에는 상징을 사용하는 2차 단계가 있다. 아이들은 문자나 숫자등 문화권 내에서 고안된 상징체계(표기체계)를 배워야 한다. 대부분 이러한 학습은 상대적으로 탈맥락적인 학교에서 일어난다. 표기체계를 익히는 것은 많은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실제적인 지식이나 1차 단계의 상징체계를 별다른 문제없이 습득한 아이도 마찬가지다. 표기체계를 쉽게 획득한 아이도 사소한 문제는 겪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전에 배운 실제적인 지식과 1차 단계의 상징적 지식을 2차 단계의 상징적 지식과 조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Bamberger, 1982b; Gardner, 1986b; Olson, 1996; Resnick, 19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