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어떤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을 구상하신 걸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상세한 뒷이야기라니 감동입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가 작가님의 암흑기였군요(저는 개인적으로 2007년이 인생 암흑기였어요).
소설 속에 등장했던 <삼국유사>와 <삼국사기>가 진짜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네요. 힘들었던 시간을 글로 승화시키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그 상황에 제정신을 차리는 것만으로 이미 벅차는 것 같아요.
미워하지 않을까 고민하셨던 그 마음도... 이건 어떤 성숙함일까요. 저는 지난 연인들은 꽤나 마음껏 미워하는 편입니다. 밉지 않았다면 이별을 고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나름의 합리화).
외람된 말씀이지만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모임에서는 자꾸 술 먹고, 해장하고, 먹는 게 짱(표현력의 한계, 죄송합니다)이라는 이야기만 하셔서(아 물론 싫다는 건 아니고요), 그저(?) 유쾌하신 분인 줄만 알았는데요. 이 모임에서는 또 반전 매력입니다. 진지함이 한 스푼 추가되셨어요. 이렇게 좋은 소설이 광탈이라니, 다들 보는 눈이 없으시네. 앞으로 이어질 단편도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연해

꿀돼지
아내를 비롯해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는 제 모습은 밝고 낙천적인 사람입니다. 저도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굳이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또 누군가를 굳이 미워하지도, 화도 잘 내지 않습니다. 저만 갉아 먹는 일이어서요.
다 밝히긴 어렵지만, 그런 무난한 성격 때문에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고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고 넘어간 편이에요. 더불어 소설을 쓰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고요. 그런 경험 때문에 저는 소설을 포함해 글을 쓰는 일이 자기 치유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연해
글을 쓰는 일이 자기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 너무 좋아요. 작가님:)
저도 이것저것 쓰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날은 쓰지 않아야 될 것 같은 날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뭔가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이 상황을 마주했다가는 제 스스로가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못 본 척 지나가고 싶은데, 쓰기 시작하면 상황을 분석하면서 글로 와르르 쏟아내고, 결국 이 상황이 명료해지면서 아닌 게 더 확실해진달까요.
예를 들어, (남) 박지수가 (여) 박지수가 다른 남자를 만나 선을 보고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 상황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글로 썼다면...?
흑화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띠로리) 그렇게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장난이고요. 위에 작가님이 남겨주신 말씀처럼 어떻게 하면 미워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좋은 소설이 탄생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승화의 과정이 되어준 고마운 글쓰기:)

꿀돼지
저는 첫사랑에게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았는데, 그땐 놓아주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는 막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저는 그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니 물러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쿨한 척하며.
그땐 좀 덤덤했는데, 그로부터 반년 넘게 흐른 뒤에 정말 큰 상처를 받았죠. 실은 그 친구가 사법연수원에서 다른 남자를 쫓아다니느라 제게 이별 통보를 한 거였다는 말을 다른 선배를 통해 듣게 된 거죠. 다들 알고 있는데, 저만 몰랐더라고요. 그 선배는 제가 당연히 아는 줄 알고 이야기를 꺼냈고.
내가 10년 가까이 함께한 사람이라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 말이 다 사실이었어요. 그 선배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그 친구를 나무랐는데, 그 친구가 "나는 사랑 같은 걸 해도 안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는 말을 들으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나는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거든요. 그 경험이 소설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됐습니다.
이 일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연애를 못 했을 정도 제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에 만난 사람과는 정반대의 연애를 했습니다. 오래 만난다고 상대방을 온전히 아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인터뷰 자리에 만나자마자 사귀고 곧 결혼하고. 그렇게 지금 아내와 10년이 됐습니다.

연해
에고... 작가님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제가 다 화가 나네요. 이번 표제작은 거진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었군요. 어떻게 10년을 만난 사람인데, 한순간에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게 없는 건지, 어쩜 그럴 수 있는지. 뭐 이제 다 지난 일이지만요.
(잘 먹고 잘 살아랏! 쳇)
그 일 때문에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연애를 못 하셨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되어요.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신뢰라는 게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으니 누군들 그렇지 않겠어요. 그래도 다시 좋은 분을 만나 10년을 함께 하셨다니, 이렇게 될 운명이셨나 봐요. 해피엔딩이 되었습니다, 작가님:)
(아름다워라)

꿀돼지
그때 겪은 이별이 여러 형태로 소설에 변주되고 있으니,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제게 큰 소설의 소재를 주고 간 셈입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속편합니다 😂

모시모 시
저는 반대로 제가 고시공부하는 동안 오래 사귄 남친한테 차였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던 시기라 타격이 컸던 생각이나네요.
일방적인 편지로 한 이별이라 잠수이별 비슷하고 이유도 못들었는데(편지는 그냥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ㅋㅋ 오글거리네요), 너무 힘들고 바쁠때라 따지거나 싸우거나 할 힘도 없이 그저 멍.... 첫사랑 안녕~
자존심도 상하고 힘도 없어서 그 이후로 다시 연락한 적은 없고, 다행히(?) 겹치는 친구가 없어 내막은 못들었는데... 꿀돼지님 이야기 듣고나니 나에게 이별통보를 하기까지 분명히 저간의 사정이 있었을것같다는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급 펼치는 중....
근데 내가 여기서 이 얘기를 왜 하고있지? 이것이 소설의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