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사랑에게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았는데, 그땐 놓아주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는 막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저는 그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니 물러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쿨한 척하며.
그땐 좀 덤덤했는데, 그로부터 반년 넘게 흐른 뒤에 정말 큰 상처를 받았죠. 실은 그 친구가 사법연수원에서 다른 남자를 쫓아다니느라 제게 이별 통보를 한 거였다는 말을 다른 선배를 통해 듣게 된 거죠. 다들 알고 있는데, 저만 몰랐더라고요. 그 선배는 제가 당연히 아는 줄 알고 이야기를 꺼냈고.
내가 10년 가까이 함께한 사람이라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 말이 다 사실이었어요. 그 선배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그 친구를 나무랐는데, 그 친구가 "나는 사랑 같은 걸 해도 안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는 말을 들으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나는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거든요. 그 경험이 소설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됐습니다.
이 일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연애를 못 했을 정도 제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에 만난 사람과는 정반대의 연애를 했습니다. 오래 만난다고 상대방을 온전히 아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인터뷰 자리에 만나자마자 사귀고 곧 결혼하고. 그렇게 지금 아내와 10년이 됐습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꿀돼지

연해
에고... 작가님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제가 다 화가 나네요. 이번 표제작은 거진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었군요. 어떻게 10년을 만난 사람인데, 한순간에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게 없는 건지, 어쩜 그럴 수 있는지. 뭐 이제 다 지난 일이지만요.
(잘 먹고 잘 살아랏! 쳇)
그 일 때문에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연애를 못 하셨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되어요.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신뢰라는 게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으니 누군들 그렇지 않겠어요. 그래도 다시 좋은 분을 만나 10년을 함께 하셨다니, 이렇게 될 운명이셨나 봐요. 해피엔딩이 되었습니다, 작가님:)
(아름다워라)

꿀돼지
그때 겪은 이별이 여러 형태로 소설에 변주되고 있으니,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제게 큰 소설의 소재를 주고 간 셈입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속편합니다 😂

모시모 시
저는 반대로 제가 고시공부하는 동안 오래 사귄 남친한테 차였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던 시기라 타격이 컸던 생각이나네요.
일방적인 편지로 한 이별이라 잠수이별 비슷하고 이유도 못들었는데(편지는 그냥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ㅋㅋ 오글거리네요), 너무 힘들고 바쁠때라 따지거나 싸우거나 할 힘도 없이 그저 멍.... 첫사랑 안녕~
자존심도 상하고 힘도 없어서 그 이후로 다시 연락한 적은 없고, 다행히(?) 겹치는 친구가 없어 내막은 못들었는데... 꿀돼지님 이야기 듣고나니 나에게 이별통보를 하기까지 분명히 저간의 사정이 있었을것같다는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급 펼치는 중....
근데 내가 여기서 이 얘기를 왜 하고있지? 이것이 소설의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