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배송중일 때 전자책 대여해서 미리 읽다가 전자책 오류로 중간에 소설 뒷부분이 끊긴 줄 알았어요. 책으로 보니 정말 3장짜리 소설이었네요. ^^
'나'가 재난지원금을 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어요. 무기력하게 서른 살을 맞았다는 말도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작가님, 이런 초단편과 장편 작업 중에 어떤 게 더 적성에 맞으신가요?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로미

꿀돼지
아마도 제게 물으시는 질문 같아서 제가 답을 합니다.
저는 저를 장편 작가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장편으로 데뷔했고, 곧 일 곱 번째 장편소설을 내는데 소설집은 이 책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시작하는 듯 끝이 나버리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단편을 잘 안 쓰는 편입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단편을 습작으로 많이 쓰겠지만, 작가로 활동하는 분 대부분은 청탁을 받지 않으면 이런 미니픽션이나 단편을 따로 쓰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제가 이제야 첫 소설집을 냈던 이유도 앞서 언급했듯이 데뷔 후 10년 가까이 청탁을 받은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편은 쓸 때 실패하지 않으려고 잘 쓰는 소재를 다루려고 하는데, 단편을 쓸 때는 장편으로 안 썼던 소재를 많이 다루는 편입니다. 실패해도 크게 부담이 없고, 제가 장편으로 쓰지 않았던 소재도 소설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서요. 요즘은 오히려 단편 작업이 더 재미있습니다. 전보다 청탁도 많아졌고요.

선경서재
일기 아니시죠?.... ^^;; 너무나 현실적인 상황에 그 찰나의 순간과 감정들이 전해지네요. 저의 20대의 어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꿀돼지
상황은 달라도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와 심정으로 살았어요. 이젠 주인공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쓰다 보니 그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더라고요. 가진 건 젊음 뿐인 막막했던 시절의 감정 말이죠.

연해
엽편이었군요. 이번 편은 짧아서 아쉬운 마음이 살짝(아니 실은 많이요. 흑흑) 있었답니다. 저도 위에 로미님 댓글처럼, 전자책 오류인 줄 알았어요. 책장을 넘기다가 다음 소제목이 나와서 깜짝 놀랐버렸다죠. 소재가 너무 흥미로웠는데, 이렇게 감칠맛나게 써주시다니...(작가님, 미워요)
코로나로 온 세계가 무서움에 떨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소설에서 다시 만나니 굉장히 먼 과거처럼 느껴졌어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길을 걷다가 마스크를 쓰고 계신 분들을 마주치면 혹시 감기? 코로나? 라는 생각에 괜히 주춤하게 되는 괴상한 행태를 취하고 있습니다(제가요).
소설과는 전혀 무관한 말이지만, 저는 결국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는데요(지독한 내향형의 인간이라). 회사 직원들도 종종, 너를 생체실험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무서운(?) 소리를 하고, 가족들은 저보고 독하디 독하다고 하 더라고요. 허허.

꿀돼지
사실 저도 안 걸렸습니다.아내가 두 번이나 걸렸는데도 저는 안 걸렸습니다. 아내가 제게 너는 왜 안 걸리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억울하다고. 근데 코감기는 몇 번 걸렸습니다.

연해
으앗, 작가님도 생존자!
저는 혼자 살아서 그렇다 치지만, 아내분과 같이 살고 계신데도 걸리지 않으실 수 있군요. 작가님이야말로 슈퍼면역자가 아닐까요. 이유가 무엇일까, 술이였을까...!
(웃자고 하는 얘기입니다)
저도 감기는 살짝 걸렸는데, 독하게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팔랑대다가 뒤늦게 걸리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겸손해야지, 에헴)

꿀돼지
제가 어렸을 때 몸이 약해 온갖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제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그 시절에 몸에 쌓인 항체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맥주
다들 한번씩은 걸린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 ^^ 좋은 유전자를 지니셨습니다.

꿀돼지
대신 코감기와 목감기는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코감기는 수 차례 걸렸고요. 코로나만 피했어요. 아닌가. 코로나가 저를 피한 건가요. 아내가 두 번이나 걸렸는데도 안 걸린 게 미스테리입니다.
쩡이
코로나재난지원금...그때 난리도 아니었지요...마스크부터해서 재난물품 배부, 지원자 선정 등 북새통을 이루었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코로나 그게 뭔데 싶네요. 세상 멸망할 것 같이 그러더니 이젠 뭐 어디로 가버렸는지...독감 수준의 질병 갖고 그 난리를 친건지, 세력이 약화된건지...인간들만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물어뜯고 정작 바이러스 이거는 어디로 가버렸는지...코로나 생각하면 참 어안이 벙벙합니다.
맑은주
계좌에서 월세가 빠져나가고 지원금으로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나면..그 다음은??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어머니가 밝고 가볍게 제안을 받아주셔서 다행이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두 사람이 만나고 난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정진영 작가님, 혹시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상해보기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꿀돼지
다음 이야기를 구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원고를 제때 마감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마감까지 주어진 기간이 너무 짧아서 😂
맑은주
ㅎㅎㅎㅎ 마감재난? 무사히 넘기셔서 다행!!

yeonny
-잊고 지내던 코로나 시절을 오랜만에 떠올렸어요.
그땐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지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현재가 새삼스럽게 신기하네요.
-제 가족 중에서도 주인공처럼 코로나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하실뻔한 분이 계셨어서.. ᅲᅲ
주인공의 상황에 더욱 몰입 됐던 거 같아요.

장맥주
코로나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할 위기에 놓이거나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단편을 지난해 세 편 썼네요. 어떤 연작소설의 부분으로 기획한 건데... 나중에 단편집으로 나올 때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실지 모르겠어요. 「선물」을 읽는데 뭔가 아득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숨쉬는초록
번아웃에 시달리는 중이라 기운이 달려서 당분간 쉬려고 했는데...글 남기러 들어왔어요.
1. 마트 앞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 사람의 경계에 마스크를 내렸다가 올리는 장면이 강렬했어요. 마스크를 쓰면 복면을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가, 마스크를 내리면 사람이 바이러스로 보이는 상황. 사람을 접촉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코로나 상황을 실감나게 그린 장면이에요.
2. 코로나 상황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는지 화자를 통해 드러나요. 아버지 병간호에 지친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내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만, 화자 역시 도움이 필요했어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데다가 코로나에, 해고에, 낯선 사람의 거절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위축된 상태이죠.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어 타인과의 연결이, 사람의 온기가 절실했어요.
3. 결말을 보고 감탄했어요. 선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결말이어서요.
사람들은 선물을 좁은 의미로 물건에 국한해서 쓰는 경우가 많죠. 선물의 범위를 넓히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 말과 글, 만남, 시간, 경험 등도 선물이 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선물이 소고기뿐만 아니라 사람이기도 해요.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에게 선물이죠. 또한 두 사람의 만남, 같이 보내는 시간, 같이 하는 식사, 주고받는 대화, 어머니가 담근 김치, 나중에 떠올릴 추억도 선물이 되겠죠.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며 나눈 대화와 목소리에 담긴 온기도 서로에게 선물일 테고요.
재난지원금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숨통을 트이게 할 선물이었을 거예요. 어머니와 함께 하는 '기름칠'은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래주고 당분간 살아갈 수 있게 할 에너지원이 될 테죠.
특별한 날에 하는 특별한 물건만이 선물이 아니라, 언제든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게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사람의 존재, 함께 나누는 시간, 경험도.
당연하게 여기며 누릴 때는 그것이 선물인 줄 모르지만, 그것이 사라지면 그제야 그게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 미세먼지를 겪다보니, 치명적인 전염병이 없는 세상, 맑은 공기가 소중하네요. 가뭄에 내리는 비,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고요한 아침도. 건강한 몸과 마음도. 우리가 즐기는 음악, 예술, 책, 영화도. 그믐도 선물입니다.
지난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기력이 쇠해서 머지 않아 눈 감을 날이 올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침에 눈을 뜨시면 기분 좋아하셨대요. 살아갈 날을 하루 더 선물받는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걷는 운동도 하실 겸 매일 친구 분들 만나러 가셨어요. 그 다음날엔 만나지 못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장맥주
그믐이 선물이라고 해주시니 몸이 조금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숨쉬는초록님이 정성스럽게 남겨주시는 감상은 여러 사람에게 선물일 거예요. 정진영 작가님, 저, 다른 독자님들. 저도 매일 시작하는 하루가 선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습니다.

거북별85
5. <선물>은 장작가님 말씀대로 미니픽션으로 아주 짧더라구요. 그런데 이 짧은 글을 읽는데도 주인공의 상황 속으로 쑥~ 빠져 들어가게 되는게.. 역쉬 이게 장작가님의 능력이시구나 싶었습니다. ^^ (작가님 작품은 읽다보면 작품 안 상황 속으로 몰입됩니다 : )
작가님께 계좌로 돈 보내고 싶다던 독자님의 마음을 알거 같습니다. 너무 짠해서 도와주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마스크를 쓴 오십대 중년여성의 경계심 가득한 표정 묘사와 상황도 마치 제가 그 분 앞에 서있는거 같네요. ㅜㅜ
저도 그 때는 처음 맞는 상황 속에 버티느라 정신없었지만 이 때 그 힘든 상황을 꾸역꾸역 이겨낸 분들이 많이 계셨겠다 싶네요. 그 때 힘든 시절을 하루하루 버텨내신 분들이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나았으면 좋겠네요.

빨간리본
그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느냐 마느냐.. 그 재원은 어떻게 하냐.. 난리도 아니었죠. 우리나라도 그렇고 전세계 경제가 거의 정지상태였으니 .. 힘이 들지만 그럴듯한 선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떻게든' 홍삼 세트를 사고 싶었을 거예요. 아이고.. 이 효자 아들은 자라면서 부모님 속 한 번 상하게 하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도 못 하고 끙끙 앓고. 성격이죠, 성격.
그래서 '나'와 성격이 비슷한 독자가 있다면 '나'가 '엄마'에게 김장김치 좀 싸오라고 하는 말이 참 좋았어요. 엄마는 그렇거든요. 사실 뭔가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들이 더 아들같죠.
너무 어려워하지 않는다면 세상 살이에 마음은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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